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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파노라마 - 정식 계약본
테리 홀 지음, 배응준 옮김 / 규장(규장문화사) / 2008년 4월
평점 :
7월이 왔다. 여름 방학 휴가 등의 계획을 슬슬 세워보려는 순간 복덩이 같은 책 한 권을 순식간에 읽었다. 그 책은 테리 홀이 쓰고 규장에서 펴낸 <성경 파노라마>라는 책이다. 나이가 드니 책이 주는 감동과 효과가 머리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오는 것 같다. 삶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생로병사와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며 하나님에 대한 생각이 모두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내 몸으로 들어와 체화 되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은 성경을 더 잘 읽고자 하는 마음과 성경을 자녀에게 잘 가르치고자 하는 내 필요를 너무나 적절하게 풀어주었다.
대한민국 좁은 땅에서 휴가철 여행을 떠나야 사람들로 북적댈진대 <성경파노라마>로 아이들 특히 청소년 아이들과 육의 여행이 아니라 영적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유명장소에 가서 휴가를 보낸 들 뭐 그리 보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온 몸으로 전율하는 느낌이 없는 여행을 할 바에는 조용한 장소에서 가족과 함께 책을 읽고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것이 가치 있을 것이다. 부모 자식 사이의 소통은 청소년 문화라는 매개나 도덕이라는 규범적 잣대로는 평생 불가능하다고 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수 노래를 열심히 따라 하거나 십대의 패션을 연출하여 아이들로부터 점수를 따도 부모의 권위를 보여줄 수는 없다. 한편 부모가 정하고 따르라고 하는 도덕적 규범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이들에게 끌려 다닐 수도 없고 아이들을 끌고 다닐 수도 없다. 오직 소통, 자녀들과 마음이 통해야 하나님과도 모두 화해하고 연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깨달았고, 그것이 독서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도 감지했지만 과연 어떤 책이 좋을지 망설이던 차에 <성경파노라마>를 만났다.
성경 묵상은 매일 일정분량의 성경을 읽음으로 성경의 나무를 보게 한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파노라마 즉 성경의 숲을 보게 하는 책이다. 다양한 지도, 도표, 연대표가 성경을 조망하는데 매우 큰 도움을 준다. 이렇게 속이 시원한 도표는 이제껏 경험한 적이 없다. 현대국가와 신구약 시대의 국경선이라든가, 히브리 민족 이동과 바울의 선교여행의 동선을 표시한 지도는 성경 맥락 이해에 매우 도움이 된다. 저자는 이런 지도나 도표들을 단순히 나열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잘 암기 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특별히 이합체 (acrostic)문학 형식은 재미 만점이고 기억에 도움을 준다. 이합체 형식은 예를 들어 창세기 50장의 장별 제목을 정하면서 그 첫 글자 50개가 모여 문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50장의 제목 첫글자를 모으면 IN THE BEGINNING GOD CREATED THE HEAVEN AND THE EARTH AND MAN 이란 문장이 형성된다. 또 다른 예는 예수님의 생애를 A~Z까지 26개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조합하여 정리해 주었다. 예를 들어 A는 수태고지의 angel, B는 이 땅에 태어나심의 birth, 이런 식으로 나가서 Z는 Zion 즉 시온의 왕으로 재림하실 예수님으로 표현한다.
성경 조망은 믿음의 근간을 마련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성경의 통일성과 골격을 파악 할 때 우리는 성경이 그리스도를 대망하는 구약과 예수님의 행적과 재림을 고대하는 신약을 통해 모든 초점이 그리스도에 맞추어 진 것을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으로 예수님이 비로소 구세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성경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아 구약의 몇몇 사건과 공관 복음만 알던 나는 머리가 다 큰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예수님의 피와 나의 구원이 이해가 잘 안됐다. 그러다가 머리가 더 커지고 더욱 인문학 지식이 쌓이면서 완전히 신앙을 잃어버린 자로 살았다. 내가 성경을 일찍이 청소년 시절에 잘 알았더라면 20대 시간을 그렇게 낭비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성경을 조망함은 범인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성경은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숲이다. 1600년에 걸쳐 기록되고 거의 2900명이 넘는 인물에 1500개 이상의 지명이 등장하는 1189장의 숲을 새처럼 날아올라 바라보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성경의 통일성을 보지 못한 채 조각조각의 묵상을 하며 사오정처럼 잘못 적용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십대 아이들에게 부모의 도움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성경을 묵상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경을 이해하게 하는 책을 부모와 함께 읽고 성령님의 인도로 하나님을 더욱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는 청소년은 그 안에서의 기쁨과 누림을 알기에 결코 하나님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근대 교육은 같은 나이에 있는 아이들을 한 교실에 묶어 둠으로써 유년 청소년 시절에 나이가 다른 사람들과 접하는 기회를 박탈했다. 한 살이라도 차이가 나면 언니, 오빠, 동생으로 호칭이 변해 상하관계가 부지불식간에 생기게 하는 우리말 습관도 나이차이가 많은 사람들과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믿음의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식 관계가 상하관계라기 보다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같은 길을 가는 믿음의 선후배로 인식되고 그런 분위기에서 부모가 자녀를 대하고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부모는 믿음의 선배이기에 성경을 대하는 폭이 넓고 삶의 적용점을 더 잘 분별하여 후배인 자녀를 도울 수 있다. 부모는 스승이자 친구인 사우 (師友) 이어야 한다. <성경파노라마>는 믿음의 한 배를 탄 온 가족이 함께 읽으며 성경의 거대한 숲을 거닐 수 있도록 우리를 인도한다. 이번 여름 휴가 때 가볼 곳은 강원도 자연 휴양림이기 보다는 성경이라는 최고의 휴양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