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공부는 틀리지 않았다 - 노력의 질을 높이는 7가지 뇌과학 공부법
사오TV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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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알고 나를 알면 공부를 잘할 수 있다. 충분히."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뇌의 기능 차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것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크다고 생각했다. 즉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다. 여태껏 우리가 공부를 힘들어한 이유는 뇌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선언한다. 

"누구나 공부를 잘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몰랐던 것들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사실을 뇌과학 측면에서 알려주고 있다. 지금까지 공부를 못하는 것은 나의 부족함이라 생각했던 시간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어차피 나의 인생은 평생 공부하는 여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활용할 부분이 참으로 많았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과 공부를 두고 싸우고 맘 상할 일을 최소화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읽으면서 내내 작가에게 질문했다. 그리고 의미 있는 답변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1. 공부하는 뇌를 망가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 : 중독

중독은 '절대 충족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요새 많이 화제에 오르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우리의 뇌를 무차별적으로 지배하게 되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공부를 해도 도파민이 나온다. 하지만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게임, 영상 시청 등은 큰 노력이 필요 없다. 그래서 뇌는 더 편한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중독은 특히 뇌의 전두엽을 집중 공격한다. 그런데 하필 이 전두엽이 공부에 있어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당연히 공부를 하지 않고 싶어질 것이다.


2. 뇌의 각성 수준에 따라 난 완전 다른 사람

뇌는 각성 수준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고 봅니다. 열정적일 때, 게으를 때, 그리고 현명할 때. 이 중에 어떤 뇌에게 계획을 맡기느냐에 따라 계획의 질이 달라집니다. (p.127)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열정에게 맡겨서 엄청난 결과를 낳고 싶은가? 우린 가끔 갑자기 의욕이 솟구쳐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칠 때가 있다. 어떤 계획이든 다 이뤄질 것 같아 방대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내가 왜 그랬지? 난 역시 안돼...'라고 한다. 이것은 내 능력의 문제라기보단 뇌의 각성 상태 변화일 수 있다. 그래서 현명한 뇌에게 맡겨야 한다.

그럼 현명한 뇌는 어떨 때인가? 놀랍게도  공부를 마쳤을 때이다. 메타인지가 잘 이루어지고 전전두엽도 활성화되어 있기에 자신을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실현 가능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뇌는 이렇게 쓰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내용 말고도 작가의 오랜 연구와 학습에 따른 소중한 정보들이 많다. 제한된 서평 안에 다 담을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많은 사람들(특히 수험생 본인과 부모는 꼭)이 소장하고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책을 보면서 얼마나 내가 뇌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됐다. 내 뇌에 대한 배려 없이 때로는 쉬는 시간도 안주고 너무 몰아 붙였으며, 정작 활동해야 할때는 무책임하게 방치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 공부를 주도하고 계획할 수 있는 건, '나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니 공부법만 나에게 맞추면 된다'하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p.131)
결국 공부의 문제는 뇌 자체의 문제가 아닌 자존감 문제로까지 귀결된다. 우린 그동안 나쁜 머리를 물려준 부모를 얼마나 원망했나? 그리고 내가 공부를 못하게 된 환경, 사회와 국가를 얼마나 근거 없이 비난했었나? 결국 뇌를 잘못 쓰고 나 자신을 믿지 못한 나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작가의 위로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보자.
"여러분이 지금까지 해왔던 공부 방법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정말 잘해왔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조금 더 힘내고, 그동안 최선을 다한 자신을 믿으세요. 그게 어렵다면 내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 있고 눈에 보이는 자기만의 자료를 믿고 그것에 집중하세요.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p.213)
나의, 당신의 뇌를 사랑해 주고 소중히 사용해 줘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공부하러 가봐야겠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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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서툰 오십 그래서 담담하게
허일무 지음 / 파지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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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출신 강사가 실제 50줄에 접어들어 인생의 크고 작은 전환기를 그려낸 책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상당히 담담하게 쓰였다. '여러분 삶의 문제와 상황을 이렇게 해결하세요! 하는 방법론을 설파하는 것이 아닌, '50대의 삶을 살아보니 대략 이렇더라고요.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만약 작가 본인이 살아온 인생이 옳다 고집하며 자꾸 독자들의 생각과 마음을 바꾸려 노력하는 글이었다면 그저 흔한 꼰대의 잔소리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하고 싶은 일 찾아 진취적이고 멋지게 살아가는 중년이지만 실제 모습은 누구보다 부족하고 실수투성이인 한 인간이라는 것을 서서히 인정해나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가정 안에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여전히 미성숙함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모습이 진솔했다.
수능시험 날 아침, 아들의 손목시계가 망가졌다는 소리를 듣고 극대노하고 나서 나중에 후회하는 모습. 피곤한 딸을 차로 데리고 오면서 그러게 진작 운동을 하라고 하지 않았냐고 말하고 '알아서 할게요'라는 답변을 듣는 모습.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아내와의 마찰의 모습 등을 보면서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 이제라도 처절한 변화의 과정을 갖지 않는다면 이제껏 남을 향했던 가시 돋친 말과 행동은 나를 향할 것이라는 것.

젊은 시절, 경험과 학습에 의해 만들어진 자기만의 진단지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세상과 사람을 평가해왔고 특별히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진단지를 만든 나의 가정과 전제는 언제든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의 얘기를 받아들이고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P.98)

가장 와닿았던 부분이 바로 여기였다. 내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그동안 감히 사람들을 측정하고 평가하고 단정 지었는지 돌아보니 남는 것은 부끄러움뿐이다. 작가가 계속해서 반성하는 모습이 보여 나중에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10년 후의 나의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아서 더 마음이 닿았던 대목이 아니었나 싶다.

읽다가 갑자기 '죽음'이라는 위화감 가득한 단어가 나와서 그 챕터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게 됐다.

오십 대에 진짜 필요한 것이 일시적인 죽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남은 삶에서 진짜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가끔은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멀어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P.92)

작가가 말하고 싶던 죽음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성경에 보면 옛사람이 죽고 새사람으로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생명의 소멸이 아닌, 자아의 소멸이라고 보면 의미가 좀 가까울 수 있겠다. 내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큰 의미가 없었음을 깨닫고 새로운 자아로 살아가는 인생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음이라고 표현할 만큼 원래 달고 살던 자아를 떼내는 과정은 엄청난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작가도 아직 어떻게 잘 죽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
나도 50대가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받아야 하는 세대가 비단 50대 뿐이겠는가? 우리의 삶이 진행되는 동안 관통해야 할 지혜들이 많다. 그 지혜가 아직 미완성이기에 앞으로 더 갈 길이 남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자산으로 삼고, 새로운 자아와 더불어 지금까지 부인하며 놓쳐왔던 더 소중한 것들을 찾아가면서 그 지혜를 완성해 나가는 길, 참으로 의미 있고 멋진 작업이 되지 않을까?

어렵지 않은, 그러면서도 가볍지도 않은 좋은 책을 만난 것에 감사를 표한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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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동네 아는전주 아는동네 9
어반플레이 지음 / 어반플레이(URBANPLAY)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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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도시 아는 전주

"한 도시를 애정 한다는 따뜻한 증거"

1. 도시는 살아있다.
최근 환경 관련 이슈는 장르 불문 뜨겁다. 이제 피부로 와닿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이 책도 초반부에 '무해한 전주'라는 하나의 챕터를 환경이야기로 채운다. 환경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반짝이는 눈이 인상적이다. 이젠 환경 운동의 주체의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 즉 이젠 환경 문제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연대를 꿈꾸는 공통 주제가 됐다는 의미이다.

2. 도시를 사랑한다.
"가장 앞서는 가치는 보호와 복원이죠. 그게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그들이 잘하는 일이니까. 공간 가득 볕이 들어차고, 그 사이를 채운 공기는 따사롭고, 사람들의 적당한 소란이 어우러진, 서점이거나, 작업실이거나 전시장인 공간들. 익숙한 듯 싶지만 생경한 풍경속에서 소리를 낮추고 가만히 지켜보게 하는 곳." (p.12)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성매매촌이었던 선미동의 최근 변화의 모습이었다. 엄연히 불법이며 반인륜적인 행위가 횡행하는 곳이지만 한 발자국 들어가보면 그곳도 엄연히 사람이 사는 곳이다. 더 나아가 그곳의 사람들도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이다. 그레서 성매매 여성 들에 대한 자활 지원이 이뤄졌고, 100여명의 여성 중 80%이상이 새 인생을 찾았다는 대목에서 최근 들어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과 구체적인 솔루션이 그 사람 뿐 아니라 그 동네를 살리고 한 도시를 살려내는 과정은 정말 드라마틱하다. 이 드라마가 전부 뿐 아니라 더 많은 곳에서 연출 되길 소망한다.

3. 도시에서 즐겁게 놀며 일한다.
"어떤 틈이 있고, 그 틈새로 뭔가를 하려는 사람이 많아요. 그들의 에너지가 모인 곳이에요" (p.12)
전주는 특히 청년들이 꿈을 꾸고 이뤄가는데 특화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는 취업 취약계층에게 예산을 투입하고 제도적 개선을 꾀하는 등의 시도를 주로 했었다. 그리고 청년들의 취업난은 곧 국가의 무능과 연결하는 편협한 정치 프레임이 분명 작용했다. 결국 청년 계층은 두 부류로 나뉜다. 여전히 주변 상황을 원망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망감에 빠지는 그룹, 스스로 타개책을 찾아 나가는 또 하나의 그룹이 있다. 후자에 속하는 청년들이 책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다. 본인이 전자에 속한다면 전주에서 한 달 정도 살면서 건전한 동기부여를 가득 받으면 어떨까? 나도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4. 방문자를 소중히 대하는 도시
보통 외지에서 사람이 오면 원주민들은 경계한다. 때로는 외지인에게 해를 입히는 행위를 해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책에서 표현된 전주는 예외인 것 같다. 타지에서 들어와 배우고 창업하고 일하는 사람들도 많으며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도시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이 바로 이 도시의 문화이다. 옛부터 그래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주한옥마을, 전주국제영화제 등 관광의 도시가 되면서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진 것은 아닐까? 폐쇄적이지 않은 토착문화와 관광객 유입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점차 힙해지는 공간이 되어가는 도시다. 이런 모습을 보면 문득 미국 오리건주의 포틀랜드가 연상되기도 한다. (심지어 인구도 65만으로 같다.) 결국 사람이 소중하다는 인식이 궁극적인 발전도 이룬다는 증거가 되어 주고 있다. 하루 아침에 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전주는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건강한 도시 문화가 형성된 곳이다. 이래서 문화라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의 정체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혹시 잘못 자리잡은 이미지 쇄신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몇 번 일 때문에 방문했던 전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정성스런 북레터, 컬러링 리플렛, 사은품으로 수제 수달 마그넷까지 한껏 감성이 들어간 서평단 이벤트 경험이었습니다. 이벤트 모습조차 전주만의 소울이 들어 간듯,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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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하는 마음 - 오늘보다 무해한 내일을 만드는 심리학 수업, 2022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김명철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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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이 주는 감동을 누리는 특권은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되어 있다. 이 가슴 벅찬 특권으로부터 지구 환경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친환경 행동에 대한 자신감이 샘솟는다. 우리의 사랑과 희망과 효능감은 공포와 수치심과 좌절감을 뛰어넘어 지구의 인간과 식물과 동물의 운명을 바꿀 원동력이 될 것이다.(p.252)

심리학과 기후변화 이슈를 흥미롭게 콜라보 한 지구 사랑 지침서이다. 우리가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담론을 대할 때 느꼈던 막막함과 거리감, 그리고 환경에 대한 마음을 품고 행동을 할 때 경험한 알 수 없는 거치적거림을 심리학적으로 다뤄 명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다루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경사랑은 멀고 어려워 보여도 우린 다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책 초반부에 나온 짧은 퀴즈가 있다. 한 번 정답을 찾아보자.

우리보다 1인당 탄소배출량이 높은 국가를 고르는 것이다. 당연히 정답은 방글라데시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이건 함정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하지만 방글라데시는 무조건 아니라고 추측까진 성공했지만 도무지 나머지 3개 중 우리보다 더 한 나라는 보이지 않았다. 더 놀랍게도 정답은 룩셈부르크였다. 이유는 유로 트럭의 핵심 경로가 여기 있기 때문에 교통량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아이슬란드가 우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유는 알루미늄 제련업이 발달해서이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도 탄소는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고 그렇게 지구는 지금도 뜨거워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충격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포감, 효능감, 죄책감, 효능감, 수치심 등이 환경문제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생각할 것이다. 작가는 심리학 전문가다. 그래서 환경 문제를 심리학과 결부시켜 이렇게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우리 각자도 본인의 관심분야나 특기에 따라 다양한 환경 보호를 할 수 있다는 1차적 결론이 나온다.

그럼 책으로 돌아가 심리학적 지구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우리가 환경문제에 대해 갖는 무망감이다. 환경 이슈와 관련해 우리에게 무망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우리 주의에 만연한 환경 공포 메시지이며, 둘째는 친환경 행동에 대한 낮은 효능감이다.

수많은 환경 전문가들이 사람들을 위협한다. 전 지구적 히트를 친 한국 드라마에도 나온 "이러다 다아아 죽어!"라는 메시지다. 지구 온도가 몇 도만 더 오르면 멸망하고 자가용을 많이 굴리면 다 죽고 등등 우리의 일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파괴 활동을 당장 멈추라고 소리친다.

그런 말에 우린 어떻게 반응했는가?
"그 정도면 이미 끝난 것 아닌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일상 생활은 어떻게 하라고?

그렇다. 공포 메시지는 우리의 행동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공포심을 갖고 있다. 공포의 상황에 몰리게 되면 그 상황을 반사적으로 피하기보단 먼저 몸을 경직시키고 멈춘다. 강경 환경주의자들이 자신의 의도대로 결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포심은 그저 우릴 무망감에 빠져들게 할 뿐이다.

*무망감: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 없다고 믿는 상태. 내가 처한 상황으로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의지에도 미래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좌절감에서 비롯되는 감정.
​​
그래서 효능감이라는 중요한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기후변화에도 결국 순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효능감: 특정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 또는 기대감.

행동은 희망에서 비롯되고 희망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p.61)

우리는 누구나 시키지 않아도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쓰레기 분리수거에 진심인 국민이 또 있을까? 그리고 그 귀찮고 냄새나는 쓰레기봉투를 묶고 아슬아슬 집 앞에 정성스레 내려놓고 우린 뿌듯하고 말랑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은 더 좋은 방법을 향해 발전하고 확장된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더 줄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덜 사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멸종 위기에 빠진 귀여운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나를 믿자, 우리를 믿자. 이렇게 좋은 생각들로 가득 차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환경 사랑은 한 번도 안한 사람은 존재할지 몰라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잘못된 정보를 갖고 실수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암시를 계속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를 다룬 아주 따뜻한 글로 가득 차 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효능감을 회복해 지속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도록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부심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았다. 사실 대한민국은 국가 탄소 배출량이 세계 10위 안에 드는 기후변화 측면에서는 악의 축인 나라이다. 그래서 환경 이슈에 있어서(적어도 환경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휘발유 차를 전기차로 바꿔도 탄소 배출량에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 체계의 특성 때문이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다른 에너지원을 희생시키기 때문에 결국 탄소량은 줄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엔 세계에 유례없는 탄소 먹깨비들이 존재한다. 그중 으뜸은 바로 DMZ이다. 수십년간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거대한 천혜의 지역이 존재한다. 게다가 갯벌과 해초류가 많은 바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염지에 서식하는 식물류는 탄소를 빨아들여 바닷속에 가둬버리기 때문에 최고의 효율을 자랑한다. 부디 통일 이후에도 DMZ가 효과적으로 관리되길 바라며, 지금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환경 사랑을 유지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겨났다. 참으로 작은 땅덩어리지만 훌륭한 안티 탄소 체계를 갖춘 환경과 국민들이 한데 모여 지내는 곳임에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책을 읽다가 물을 살짝 흘렸다. 다급하게 표지를 벗겼는데 그 안에 멋진 것이 숨어 있었다. 우연한 실수가 아니었다면 이 책의 비밀스러운 보물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속에도 은밀하고 아름다운 정신들이 숨어있다. 비단 기후변화뿐 아니라 이 세상을 더 멋지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 속는 셈 치고 믿어보자. 우리가 우리의 내면을 믿어 줄 때 우리의 마음은 그때야 비로소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번거롭고 힘들 수 있겠지만 아주 행복하고 신나는 행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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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즐거운 퇴사 인간입니다 - 나는 잘한 걸까, 청춘 공감 에세이
조혜영 외 지음 / 짇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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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회 초년생에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자에게, 어쩌면 퇴사 후 소속감을 잃어 사회가 두려운 누군가에게 이 글이 닿길 바란다." (5p)
  
제목부터 설레는 에세이집이다. 과거 우리는 '평생직장'이라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실제 채용 현장에서도 장기근속 의지를 드러내는 지원자가 좋은 평가를 받는 트렌드도 있었다. 최근 그런 경향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여전히 그런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퇴사라는 말은 금기어이자 또 다른 로망이 되었다. 오케이, 퇴사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린 바로 후속 질문을 한다. "다른 데 갈 데는 있고?" 분명 모두의 소망인 퇴사를 이룬 사람에게 다시 재퇴사를 위한 준비과정의 길로 빨리 가라고 권유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퇴사 = 이직'이라는 알고리즘은 강력한 삶의 진리처럼 세상을 붙들고 있다.
  
이 책은 순수하게 '퇴사' 그 자체를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왜 이런 책이 나와서 팔리는 건지 의아하게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내 생각이다.) 책 제목만 봐선 퇴사를 하고 어딘가에서 아무나 하지 못하는 멋진 일을 하며 또 다른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는 내용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와는 다른 결로 쓰였다. 그리고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여전히 퇴사 과정 중에 있는 사람도 있고, 일단 못 견디겠기에 퇴사를 저질렀는데 이게 맞는지 고민 중인 사람도 있다. 그야말로 우리의 마음속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퇴사 자체가 부끄러워서 다시 취업할 때까지 조용히 숨죽이고 살았던 우리의 이야기이다. 이젠 이전보다 좀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우리의 삶. 바로 퇴사의 삶이다.
 

이 책에는 4명의 퇴사 인간이 쓴 에세이가 실려 있다. 
  
1. 한유정
이젠 지킬 것이 많아져서, 하고 싶은 것이 늘어나서, '퇴사 겁쟁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p.39)
  
2. 장현화
나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하루에 한 번쯤은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자신의 결심이 옳다고 확신하며 사는 삶이란 얼마나 행복한지. 일상의 작은 도전을 통해서라도 꼭 느끼며 살아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p.72)
  
3. 조혜영
퇴사는 후회 100%도, 만족 100%도 아니다. 굳이 한쪽을 택해야 한다면 만족이라는 값이 후회보다 무겁다... 퇴사가 항상 정답은 아니지만, 그때는 정답이었다. (p.106)
  
4. 박정완
오늘도 난 언젠가 다가올 '퇴사'를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더 단단하고 당당한 나를 찾기 위한 계기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더욱 성장하고 깊어지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p.138)
 
4명의 작가는 자신의 퇴사 경험을 늘어놓은 후 동일한 6개의 질문으로 인터뷰를 받는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당신의 퇴사 경력은?
2. 당신의 첫 퇴사는 언제인가요?
3. 퇴사하기 전, 당신의 책상(자리)에 꼭 놓여 있던 아이템은?
4. 퇴사를 후회했던 순간은?
5. 퇴사하길 잘했다 싶은 순간은?
6. 퇴사할 때 느꼈던 묘한 짜릿함이 있었나요?
 
이 질문을 나에게 해보게 됐다. 그리고 첫 번째 질문부터 날 웃음 짓게 함을 느꼈다. 퇴사 '경력'이라니. 보통 경력이라면 돈을 벌어들인 활동을 말하는데 퇴사를 경력의 범주에 넣어주는 기발함과 과감함이 느껴져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퇴사를 마주하는 방법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는 것 같아 묘하게 설득이 되고 있었다. 이 책은 과연 본격적인 퇴사 장려 서적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 만한 파격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답변은?
  
1. 퇴사 경력 4번 (계약기간 만료 건은 제외)
2. 정식 퇴사 절차를 밟았던 첫 경험은 뷰티 학원이었다. 
3. 다이어리였다. 예나 지금이나 심각한 메모광이었네.
4. 바로 재입사 가능할 줄 알았는데 꼬이면서 퇴직금이 무의미하게 소진됨을 확인 후. 결국 전액 소진 후 잠시 용돈을 받는 생활을 하다가 지금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다.
5. 퇴사는 솔직히 다 후회된다. 
6. 지금 직장을 오면서 '잘 돼서 나가니 좋다' 라는 말을 계속 들었을 때. (모르고 하는 말씀들이지만 진짜 기분 최고였다.)
  
답변을 보니 나 같은 '퇴사 겁쟁이'가 또 있을까 싶다. 역시 퇴사도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잘 할 수 있고 스타일에 맞아야 멋지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난 아직 많이 서투르다. 그리고 지금 직장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더 크게 되기 위한, 그리고 제3의 삶을 위한 노력은 회사라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서 기울이는 별개의 것이다.

분명한 건 퇴사가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퇴사 이후에도 삶이 있다. 우린 선물같이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퇴사는 슬픔과 고통과 창피함이 아니라 내가 한 번 더 커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자신 있게 때려치우고 나와서 여기저기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속으로는 덜덜 떨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일 것이다. 이 책은 분명 나를 포함한 그런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돼 줄 수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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