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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다정한 대만이라니 - 숨겨진 매력을 찾아 떠난 17번의 대만 여행, 그리고 사람 이야기
이수지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10월
평점 :
대만은 심적으로 참 머나먼 나라였다. 출처 미상의 중국 느낌에 대한 거부감, 지나치게 덥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살아생전 갈 일은 거의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누구를 통해 대만을 알게 되는가가 중요한 것 같다. 역시 좋은 사람은 좋은 글을 쓰게 되는 법이고, 그 영향력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법.
여행 에세이를 읽다 보면 종종 풍경의 묘사에만 머무르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그보다 사람의 마음에 닿는다. 작가의 시선은 늘 ‘관찰자’보다 ‘참여자’에 가깝다. 시장의 상인, 카페의 점원, 택시 기사와의 짧은 대화에서도 그는 그들의 일상을 존중하고, 그 속에 스며든 온기를 길어 올린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동안 대만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나도 언젠가 잠시 머물러보고 싶은 ‘사람의 온도’로 남았다.
대만을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다정함’이라는 감정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낯선 곳에서조차 다정할 수 있고, 다정함은 결국 자신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작가는 담담히 증명한다. 책장을 덮고 나니,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법’이 바뀌어 있었다. <이토록 다정한 대만이라니>라는 제목은 작가 자신이 세상에 건넨 인사처럼 느껴진다.
작가가 대만 여행 중 가장 실수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가족과 동행한 여행에서 너무 친절한 가이드를 자처했던 것이다. 대만이 자신에게 보여준 다정함을 가족들에게 보여주려다 정작 본인과 가족 모두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도 작가가 대만덕에 다정해졌기에 일어난 귀여운 참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대만이라는 나라는 그렇게 사람을 다정하게 만드는 것 같다. 다정함이 결핍됐다고 느낄 때, 대만을 가면 될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