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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동네 아는전주 ㅣ 아는동네 9
어반플레이 지음 / 어반플레이(URBANPLAY) / 2022년 6월
평점 :
아는 도시 아는 전주
"한 도시를 애정 한다는 따뜻한 증거"
1. 도시는 살아있다.
최근 환경 관련 이슈는 장르 불문 뜨겁다. 이제 피부로 와닿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이 책도 초반부에 '무해한 전주'라는 하나의 챕터를 환경이야기로 채운다. 환경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반짝이는 눈이 인상적이다. 이젠 환경 운동의 주체의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 즉 이젠 환경 문제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연대를 꿈꾸는 공통 주제가 됐다는 의미이다.
2. 도시를 사랑한다.
"가장 앞서는 가치는 보호와 복원이죠. 그게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그들이 잘하는 일이니까. 공간 가득 볕이 들어차고, 그 사이를 채운 공기는 따사롭고, 사람들의 적당한 소란이 어우러진, 서점이거나, 작업실이거나 전시장인 공간들. 익숙한 듯 싶지만 생경한 풍경속에서 소리를 낮추고 가만히 지켜보게 하는 곳." (p.12)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성매매촌이었던 선미동의 최근 변화의 모습이었다. 엄연히 불법이며 반인륜적인 행위가 횡행하는 곳이지만 한 발자국 들어가보면 그곳도 엄연히 사람이 사는 곳이다. 더 나아가 그곳의 사람들도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이다. 그레서 성매매 여성 들에 대한 자활 지원이 이뤄졌고, 100여명의 여성 중 80%이상이 새 인생을 찾았다는 대목에서 최근 들어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과 구체적인 솔루션이 그 사람 뿐 아니라 그 동네를 살리고 한 도시를 살려내는 과정은 정말 드라마틱하다. 이 드라마가 전부 뿐 아니라 더 많은 곳에서 연출 되길 소망한다.
3. 도시에서 즐겁게 놀며 일한다.
"어떤 틈이 있고, 그 틈새로 뭔가를 하려는 사람이 많아요. 그들의 에너지가 모인 곳이에요" (p.12)
전주는 특히 청년들이 꿈을 꾸고 이뤄가는데 특화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는 취업 취약계층에게 예산을 투입하고 제도적 개선을 꾀하는 등의 시도를 주로 했었다. 그리고 청년들의 취업난은 곧 국가의 무능과 연결하는 편협한 정치 프레임이 분명 작용했다. 결국 청년 계층은 두 부류로 나뉜다. 여전히 주변 상황을 원망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망감에 빠지는 그룹, 스스로 타개책을 찾아 나가는 또 하나의 그룹이 있다. 후자에 속하는 청년들이 책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다. 본인이 전자에 속한다면 전주에서 한 달 정도 살면서 건전한 동기부여를 가득 받으면 어떨까? 나도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4. 방문자를 소중히 대하는 도시
보통 외지에서 사람이 오면 원주민들은 경계한다. 때로는 외지인에게 해를 입히는 행위를 해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책에서 표현된 전주는 예외인 것 같다. 타지에서 들어와 배우고 창업하고 일하는 사람들도 많으며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도시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이 바로 이 도시의 문화이다. 옛부터 그래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주한옥마을, 전주국제영화제 등 관광의 도시가 되면서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진 것은 아닐까? 폐쇄적이지 않은 토착문화와 관광객 유입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점차 힙해지는 공간이 되어가는 도시다. 이런 모습을 보면 문득 미국 오리건주의 포틀랜드가 연상되기도 한다. (심지어 인구도 65만으로 같다.) 결국 사람이 소중하다는 인식이 궁극적인 발전도 이룬다는 증거가 되어 주고 있다. 하루 아침에 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전주는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건강한 도시 문화가 형성된 곳이다. 이래서 문화라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의 정체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혹시 잘못 자리잡은 이미지 쇄신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몇 번 일 때문에 방문했던 전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정성스런 북레터, 컬러링 리플렛, 사은품으로 수제 수달 마그넷까지 한껏 감성이 들어간 서평단 이벤트 경험이었습니다. 이벤트 모습조차 전주만의 소울이 들어 간듯,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