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즐거운 퇴사 인간입니다 - 나는 잘한 걸까, 청춘 공감 에세이
조혜영 외 지음 / 짇따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모든 사회 초년생에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자에게, 어쩌면 퇴사 후 소속감을 잃어 사회가 두려운 누군가에게 이 글이 닿길 바란다." (5p)
  
제목부터 설레는 에세이집이다. 과거 우리는 '평생직장'이라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실제 채용 현장에서도 장기근속 의지를 드러내는 지원자가 좋은 평가를 받는 트렌드도 있었다. 최근 그런 경향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여전히 그런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퇴사라는 말은 금기어이자 또 다른 로망이 되었다. 오케이, 퇴사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린 바로 후속 질문을 한다. "다른 데 갈 데는 있고?" 분명 모두의 소망인 퇴사를 이룬 사람에게 다시 재퇴사를 위한 준비과정의 길로 빨리 가라고 권유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퇴사 = 이직'이라는 알고리즘은 강력한 삶의 진리처럼 세상을 붙들고 있다.
  
이 책은 순수하게 '퇴사' 그 자체를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왜 이런 책이 나와서 팔리는 건지 의아하게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내 생각이다.) 책 제목만 봐선 퇴사를 하고 어딘가에서 아무나 하지 못하는 멋진 일을 하며 또 다른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는 내용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와는 다른 결로 쓰였다. 그리고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여전히 퇴사 과정 중에 있는 사람도 있고, 일단 못 견디겠기에 퇴사를 저질렀는데 이게 맞는지 고민 중인 사람도 있다. 그야말로 우리의 마음속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퇴사 자체가 부끄러워서 다시 취업할 때까지 조용히 숨죽이고 살았던 우리의 이야기이다. 이젠 이전보다 좀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우리의 삶. 바로 퇴사의 삶이다.
 

이 책에는 4명의 퇴사 인간이 쓴 에세이가 실려 있다. 
  
1. 한유정
이젠 지킬 것이 많아져서, 하고 싶은 것이 늘어나서, '퇴사 겁쟁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p.39)
  
2. 장현화
나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하루에 한 번쯤은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자신의 결심이 옳다고 확신하며 사는 삶이란 얼마나 행복한지. 일상의 작은 도전을 통해서라도 꼭 느끼며 살아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p.72)
  
3. 조혜영
퇴사는 후회 100%도, 만족 100%도 아니다. 굳이 한쪽을 택해야 한다면 만족이라는 값이 후회보다 무겁다... 퇴사가 항상 정답은 아니지만, 그때는 정답이었다. (p.106)
  
4. 박정완
오늘도 난 언젠가 다가올 '퇴사'를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더 단단하고 당당한 나를 찾기 위한 계기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더욱 성장하고 깊어지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p.138)
 
4명의 작가는 자신의 퇴사 경험을 늘어놓은 후 동일한 6개의 질문으로 인터뷰를 받는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당신의 퇴사 경력은?
2. 당신의 첫 퇴사는 언제인가요?
3. 퇴사하기 전, 당신의 책상(자리)에 꼭 놓여 있던 아이템은?
4. 퇴사를 후회했던 순간은?
5. 퇴사하길 잘했다 싶은 순간은?
6. 퇴사할 때 느꼈던 묘한 짜릿함이 있었나요?
 
이 질문을 나에게 해보게 됐다. 그리고 첫 번째 질문부터 날 웃음 짓게 함을 느꼈다. 퇴사 '경력'이라니. 보통 경력이라면 돈을 벌어들인 활동을 말하는데 퇴사를 경력의 범주에 넣어주는 기발함과 과감함이 느껴져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퇴사를 마주하는 방법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는 것 같아 묘하게 설득이 되고 있었다. 이 책은 과연 본격적인 퇴사 장려 서적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 만한 파격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답변은?
  
1. 퇴사 경력 4번 (계약기간 만료 건은 제외)
2. 정식 퇴사 절차를 밟았던 첫 경험은 뷰티 학원이었다. 
3. 다이어리였다. 예나 지금이나 심각한 메모광이었네.
4. 바로 재입사 가능할 줄 알았는데 꼬이면서 퇴직금이 무의미하게 소진됨을 확인 후. 결국 전액 소진 후 잠시 용돈을 받는 생활을 하다가 지금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다.
5. 퇴사는 솔직히 다 후회된다. 
6. 지금 직장을 오면서 '잘 돼서 나가니 좋다' 라는 말을 계속 들었을 때. (모르고 하는 말씀들이지만 진짜 기분 최고였다.)
  
답변을 보니 나 같은 '퇴사 겁쟁이'가 또 있을까 싶다. 역시 퇴사도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잘 할 수 있고 스타일에 맞아야 멋지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난 아직 많이 서투르다. 그리고 지금 직장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더 크게 되기 위한, 그리고 제3의 삶을 위한 노력은 회사라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서 기울이는 별개의 것이다.

분명한 건 퇴사가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퇴사 이후에도 삶이 있다. 우린 선물같이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퇴사는 슬픔과 고통과 창피함이 아니라 내가 한 번 더 커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자신 있게 때려치우고 나와서 여기저기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속으로는 덜덜 떨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일 것이다. 이 책은 분명 나를 포함한 그런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돼 줄 수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