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하는 마음 - 오늘보다 무해한 내일을 만드는 심리학 수업, 2022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김명철 지음 / 유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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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이 주는 감동을 누리는 특권은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되어 있다. 이 가슴 벅찬 특권으로부터 지구 환경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친환경 행동에 대한 자신감이 샘솟는다. 우리의 사랑과 희망과 효능감은 공포와 수치심과 좌절감을 뛰어넘어 지구의 인간과 식물과 동물의 운명을 바꿀 원동력이 될 것이다.(p.252)

심리학과 기후변화 이슈를 흥미롭게 콜라보 한 지구 사랑 지침서이다. 우리가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담론을 대할 때 느꼈던 막막함과 거리감, 그리고 환경에 대한 마음을 품고 행동을 할 때 경험한 알 수 없는 거치적거림을 심리학적으로 다뤄 명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다루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경사랑은 멀고 어려워 보여도 우린 다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책 초반부에 나온 짧은 퀴즈가 있다. 한 번 정답을 찾아보자.

우리보다 1인당 탄소배출량이 높은 국가를 고르는 것이다. 당연히 정답은 방글라데시라고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이건 함정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하지만 방글라데시는 무조건 아니라고 추측까진 성공했지만 도무지 나머지 3개 중 우리보다 더 한 나라는 보이지 않았다. 더 놀랍게도 정답은 룩셈부르크였다. 이유는 유로 트럭의 핵심 경로가 여기 있기 때문에 교통량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아이슬란드가 우리와 비슷하다고 한다! 이유는 알루미늄 제련업이 발달해서이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도 탄소는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고 그렇게 지구는 지금도 뜨거워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충격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포감, 효능감, 죄책감, 효능감, 수치심 등이 환경문제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생각할 것이다. 작가는 심리학 전문가다. 그래서 환경 문제를 심리학과 결부시켜 이렇게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우리 각자도 본인의 관심분야나 특기에 따라 다양한 환경 보호를 할 수 있다는 1차적 결론이 나온다.

그럼 책으로 돌아가 심리학적 지구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우리가 환경문제에 대해 갖는 무망감이다. 환경 이슈와 관련해 우리에게 무망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우리 주의에 만연한 환경 공포 메시지이며, 둘째는 친환경 행동에 대한 낮은 효능감이다.

수많은 환경 전문가들이 사람들을 위협한다. 전 지구적 히트를 친 한국 드라마에도 나온 "이러다 다아아 죽어!"라는 메시지다. 지구 온도가 몇 도만 더 오르면 멸망하고 자가용을 많이 굴리면 다 죽고 등등 우리의 일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파괴 활동을 당장 멈추라고 소리친다.

그런 말에 우린 어떻게 반응했는가?
"그 정도면 이미 끝난 것 아닌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일상 생활은 어떻게 하라고?

그렇다. 공포 메시지는 우리의 행동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공포심을 갖고 있다. 공포의 상황에 몰리게 되면 그 상황을 반사적으로 피하기보단 먼저 몸을 경직시키고 멈춘다. 강경 환경주의자들이 자신의 의도대로 결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포심은 그저 우릴 무망감에 빠져들게 할 뿐이다.

*무망감: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 없다고 믿는 상태. 내가 처한 상황으로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의지에도 미래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좌절감에서 비롯되는 감정.
​​
그래서 효능감이라는 중요한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기후변화에도 결국 순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효능감: 특정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 또는 기대감.

행동은 희망에서 비롯되고 희망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p.61)

우리는 누구나 시키지 않아도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쓰레기 분리수거에 진심인 국민이 또 있을까? 그리고 그 귀찮고 냄새나는 쓰레기봉투를 묶고 아슬아슬 집 앞에 정성스레 내려놓고 우린 뿌듯하고 말랑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은 더 좋은 방법을 향해 발전하고 확장된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더 줄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덜 사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멸종 위기에 빠진 귀여운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나를 믿자, 우리를 믿자. 이렇게 좋은 생각들로 가득 차 있는 존재라는 것을.

환경 사랑은 한 번도 안한 사람은 존재할지 몰라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잘못된 정보를 갖고 실수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암시를 계속 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를 다룬 아주 따뜻한 글로 가득 차 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효능감을 회복해 지속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도록 말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자부심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았다. 사실 대한민국은 국가 탄소 배출량이 세계 10위 안에 드는 기후변화 측면에서는 악의 축인 나라이다. 그래서 환경 이슈에 있어서(적어도 환경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리 휘발유 차를 전기차로 바꿔도 탄소 배출량에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 체계의 특성 때문이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다른 에너지원을 희생시키기 때문에 결국 탄소량은 줄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엔 세계에 유례없는 탄소 먹깨비들이 존재한다. 그중 으뜸은 바로 DMZ이다. 수십년간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거대한 천혜의 지역이 존재한다. 게다가 갯벌과 해초류가 많은 바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염지에 서식하는 식물류는 탄소를 빨아들여 바닷속에 가둬버리기 때문에 최고의 효율을 자랑한다. 부디 통일 이후에도 DMZ가 효과적으로 관리되길 바라며, 지금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환경 사랑을 유지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겨났다. 참으로 작은 땅덩어리지만 훌륭한 안티 탄소 체계를 갖춘 환경과 국민들이 한데 모여 지내는 곳임에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책을 읽다가 물을 살짝 흘렸다. 다급하게 표지를 벗겼는데 그 안에 멋진 것이 숨어 있었다. 우연한 실수가 아니었다면 이 책의 비밀스러운 보물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속에도 은밀하고 아름다운 정신들이 숨어있다. 비단 기후변화뿐 아니라 이 세상을 더 멋지게 바꿀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 속는 셈 치고 믿어보자. 우리가 우리의 내면을 믿어 줄 때 우리의 마음은 그때야 비로소 행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번거롭고 힘들 수 있겠지만 아주 행복하고 신나는 행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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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즐거운 퇴사 인간입니다 - 나는 잘한 걸까, 청춘 공감 에세이
조혜영 외 지음 / 짇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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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회 초년생에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자에게, 어쩌면 퇴사 후 소속감을 잃어 사회가 두려운 누군가에게 이 글이 닿길 바란다." (5p)
  
제목부터 설레는 에세이집이다. 과거 우리는 '평생직장'이라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실제 채용 현장에서도 장기근속 의지를 드러내는 지원자가 좋은 평가를 받는 트렌드도 있었다. 최근 그런 경향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여전히 그런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퇴사라는 말은 금기어이자 또 다른 로망이 되었다. 오케이, 퇴사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린 바로 후속 질문을 한다. "다른 데 갈 데는 있고?" 분명 모두의 소망인 퇴사를 이룬 사람에게 다시 재퇴사를 위한 준비과정의 길로 빨리 가라고 권유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퇴사 = 이직'이라는 알고리즘은 강력한 삶의 진리처럼 세상을 붙들고 있다.
  
이 책은 순수하게 '퇴사' 그 자체를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왜 이런 책이 나와서 팔리는 건지 의아하게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내 생각이다.) 책 제목만 봐선 퇴사를 하고 어딘가에서 아무나 하지 못하는 멋진 일을 하며 또 다른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는 내용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기대와는 다른 결로 쓰였다. 그리고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여전히 퇴사 과정 중에 있는 사람도 있고, 일단 못 견디겠기에 퇴사를 저질렀는데 이게 맞는지 고민 중인 사람도 있다. 그야말로 우리의 마음속 이야기라 할 수 있다. 퇴사 자체가 부끄러워서 다시 취업할 때까지 조용히 숨죽이고 살았던 우리의 이야기이다. 이젠 이전보다 좀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우리의 삶. 바로 퇴사의 삶이다.
 

이 책에는 4명의 퇴사 인간이 쓴 에세이가 실려 있다. 
  
1. 한유정
이젠 지킬 것이 많아져서, 하고 싶은 것이 늘어나서, '퇴사 겁쟁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p.39)
  
2. 장현화
나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하루에 한 번쯤은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자신의 결심이 옳다고 확신하며 사는 삶이란 얼마나 행복한지. 일상의 작은 도전을 통해서라도 꼭 느끼며 살아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p.72)
  
3. 조혜영
퇴사는 후회 100%도, 만족 100%도 아니다. 굳이 한쪽을 택해야 한다면 만족이라는 값이 후회보다 무겁다... 퇴사가 항상 정답은 아니지만, 그때는 정답이었다. (p.106)
  
4. 박정완
오늘도 난 언젠가 다가올 '퇴사'를 즐겁게 준비하고 있다. 더 단단하고 당당한 나를 찾기 위한 계기가 될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더욱 성장하고 깊어지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p.138)
 
4명의 작가는 자신의 퇴사 경험을 늘어놓은 후 동일한 6개의 질문으로 인터뷰를 받는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당신의 퇴사 경력은?
2. 당신의 첫 퇴사는 언제인가요?
3. 퇴사하기 전, 당신의 책상(자리)에 꼭 놓여 있던 아이템은?
4. 퇴사를 후회했던 순간은?
5. 퇴사하길 잘했다 싶은 순간은?
6. 퇴사할 때 느꼈던 묘한 짜릿함이 있었나요?
 
이 질문을 나에게 해보게 됐다. 그리고 첫 번째 질문부터 날 웃음 짓게 함을 느꼈다. 퇴사 '경력'이라니. 보통 경력이라면 돈을 벌어들인 활동을 말하는데 퇴사를 경력의 범주에 넣어주는 기발함과 과감함이 느껴져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가 퇴사를 마주하는 방법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는 것 같아 묘하게 설득이 되고 있었다. 이 책은 과연 본격적인 퇴사 장려 서적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 만한 파격을 자랑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답변은?
  
1. 퇴사 경력 4번 (계약기간 만료 건은 제외)
2. 정식 퇴사 절차를 밟았던 첫 경험은 뷰티 학원이었다. 
3. 다이어리였다. 예나 지금이나 심각한 메모광이었네.
4. 바로 재입사 가능할 줄 알았는데 꼬이면서 퇴직금이 무의미하게 소진됨을 확인 후. 결국 전액 소진 후 잠시 용돈을 받는 생활을 하다가 지금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중이다.
5. 퇴사는 솔직히 다 후회된다. 
6. 지금 직장을 오면서 '잘 돼서 나가니 좋다' 라는 말을 계속 들었을 때. (모르고 하는 말씀들이지만 진짜 기분 최고였다.)
  
답변을 보니 나 같은 '퇴사 겁쟁이'가 또 있을까 싶다. 역시 퇴사도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잘 할 수 있고 스타일에 맞아야 멋지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난 아직 많이 서투르다. 그리고 지금 직장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더 크게 되기 위한, 그리고 제3의 삶을 위한 노력은 회사라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서 기울이는 별개의 것이다.

분명한 건 퇴사가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퇴사 이후에도 삶이 있다. 우린 선물같이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퇴사는 슬픔과 고통과 창피함이 아니라 내가 한 번 더 커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 자신 있게 때려치우고 나와서 여기저기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속으로는 덜덜 떨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일 것이다. 이 책은 분명 나를 포함한 그런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가 돼 줄 수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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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1 - 즐거운 장례식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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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배경으로 하는 북극 사냥꾼들의 이야기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 지리부도 보는 것을 참 좋아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그린란드였다. 너무 북쪽에 있어서 잘안보이는데 가만 보면 엄청나게 큰 땅덩어리라서 놀랐다. 그래서 그 후부터는 세계지도를 볼 때 꼭 그린란드를 확인했다. 누가 굳이 알려주지 않는 미지의 땅이 잘 있는지 안부를 묻듯이.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이 책에서도 반가운 그린란드 지도를 볼 수 있었다. 지리책과 다른 점이라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어디에 사는지 표시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북유럽 나라가 지리적 정보에 관심이 많은 나라인가 보다. 스웨덴 소설인 '밀레니엄 시리즈'를 봐도 각 권 처음에 배경이 되는 도시의 지도가 나온다. 그래서 읽으면서 수시로 지도 부분을 펼쳐보게 만든다. 땅에 대한 소중함을 늘 잊지 않는 민족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린란드의 사냥꾼들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조금 더 행복할 줄 안다."

책 뒤표지의 문구이다. 상상만 해도 척박하고 추운 이곳의 정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그렇다고 사람들까지 환경에 굴복하진 않는 것 같다. 오히려 환경을 극복하고, 때로는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누가 숨겨진 행복을 찾아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는지가 삶에 주어진 큰 숙제라고 느껴진다.

북유럽 특유의 시크하고 비관적인 유머 코드가 곳곳에 배어있다.

"한 달 전에는 피오스커만 빼고 개들이 전부 죽었어. 리에 빙하를 내려오던 길에 말이야. 정말 그 말이 맞나 봐. 왜 있잖아.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말! 그래서 여기까지 올 생각을 한 거야. 우리 둘 다 모국어를 아직 기억하는지 확인도 할 겸." (p.57)

표현은 차갑고 거칠게 하지만 넓은 땅에 소수의 사람이 살기에 만남과 대화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만나면 엄청나게 수다를 떤다. 러시아 장편 소설에서처럼 혼자 10페이지 넘게 떠드는 것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다. 작가가 실제로 듣고 줄여서 썼나 생각도 든다.

가장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는 '엠마 빼앗기'였다. 룸메이트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거짓말로 애인을 꾸몄더니 그가 그 상상 속 인물과 사랑에 빠져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자기의 애인 삼는 이야기다. 얼마나 사랑과 사람에 목말랐으면 그렇게 됐을까. 긴긴밤과 무한에 가까운 빙하로 둘러싸인 환경이 그들의 상상력마저 그렇게 확장시킨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북극 허풍담은 시리즈물이라고 한다. 평소와 다른 감성의 이야기가 고프다면 요른 릴의 작품을 한 권 펼쳐들고 실없이 낄낄댈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다른 편이 살짝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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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말을 못하는 겁니다 - 일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말투와 목소리
이규희 지음 / 서사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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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차 국제선 퍼스트 클래스 승무원이면서 동시에 7년째 기내 방송 교관으로 근무 중인 베테랑 중의 베테랑 현업자의 직장 생활 지침서이다.

감히 지침서라는 이름을 붙여본 이유는 보편적인 업무 수단이면서 우리가 가장 잘해야 하지만 의외로 잘 하지 못하는 '말'이라는 것을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세세하게 다뤄주고 있기 때문이다. 

승무원 경험에 기초한 책이기 때문에 그 외 업게에 있는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책 제목과 작가 프로필을 보고선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작가는 비단 직장 생활에서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이 하게 되는 말의 힘을 스스로 느끼고 소중하게 다루기를 소망의 마음을 매 장마다, 행간마다 정성스레 담고 있다.

prologue에 있던 짤막한 한 마디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내 입에서 나간 말은 내가 제일 먼저 듣습니다."

그렇다. 내 말은 늘 남이 듣는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먼저 그 말은 나의 정신, 마음을 거쳐 발음 및 발성기관을 스쳐 지나가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 되게 된다.

그래서 나의 말에 더 주의하고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서 사회 초년생 시절을 많이 떠올려 보게 됐다.  물론 그때도 말 한마디를 위해 많이 준비하고 연습했지만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칠고 서툴렀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한 10년 후에 지금을 돌아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아니,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당장 어제의 나의 말도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게 말을 잘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가는 이에 대해 정답에 가까운 솔루션을 제공한다. 상사의 지시를 잘 아는 것이 업무를 잘 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이것을 소통을 위한 문장으로 바꿔보면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직장 생활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대화 장면에서 꼭 필요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말의 기술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질문은 힘이 세다. 적절한 질문은 직장 생활을 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p.78)

"인사만 잘해도 호감도가 올라간다. 건물 안에서 마주치는 경비, 미화원 분들께부터 먼저 인사를 건네보자. 머쓱하고 민망하다고 안 하기 시작하면 점점 더 하기 힘들다."(p. 89)

"현명하게 거절하는 사람은 평상시에 삶의 우선순위를 정리 해놓았을 확률이 크다. 한정된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거절하지 않는 것은 착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무례한 것이다."(p.104)

입에서 나오는 말뿐 만 아니라 나의 삶을 대하는 태도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메시지들이다. 과연 한 분야에서 훌륭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제목이 이 책의 시작이면서 동시에 결론까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말을 잘하는 것을 넘어 더 좋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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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이 달리자고 말했다
박채은(달리) 지음 / 파지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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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달리기로 삶에 대한 방향과 태도가 바뀐 한 직장인의 에세이집이다. 


출판사에서 온 택배를 뜯자, 보기만 해도 설레는 모양의 책이 내 손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함께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게 만든다. 작가의 메시지, 출판사의 제작 의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일체감을 단단히 이루고 있다. 책을 받아볼 때부터 감상문을 쓰는 이 순간까지 이 책과 보낸 모든 순간들이 줄곧 한 방향을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힘이 느껴졌다.

사람은 애써 땀 흘리는 일에 양가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땀 흘리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움직이기도 싫은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흘려버린 순간의 쾌감 또한 알고 있기에 홀린 듯 격한 활동을 찾아 나선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이 있다. 작가는 달리기가 주는 누구나 아는 그 맛을 글로 써내고 있다. 

"붙잡고 있던 다른 모든 일들은 지금의 힘든 달리기보다 죽을 것 같진 않다. 그 순간만큼은 땀과 함께 마음을 붙잡고 있는 찐득거리는 기운들이 뚝뚝 떨어진다. 일순간의 자신감과 해방감은 놀랍게도 달리기를 마친 뒤에도 지속된다. 죽을 만큼 뛰고 나면 모든 것은 고요해지고 개운해진다." (p.260)

달리기를 매우 사랑하나 강요는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으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냉소적이고 무책임한 표현도 하지 않는다. 권유와 강요는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작가는 그 중간 어딘가에서 치우치지 않는 태도의 중립을 보여준다. 아마 작가가 달리는 모습도 그의 글처럼 안정적일 것 같은 상상이 간다.

규칙적 달리기는 함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데까지 이른다. 특히 '평범'의 재정의가 이루어지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으니 정말 고생 많았다. 평범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애써왔던 우리들아, 이제껏 잘해왔다.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지금 우리의 모습은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온 정말 자랑스러운 순간이야. 그렇게 사는 거고 조금 더 스스로를 칭찬하고 다독여주자. 나 말고는 모두 알아버린 나의 대단함을 혼자만 꽁꽁 싸매고 있었더라.  (p.123)

스스로를 혼자 달려야 맘 편한 사람이라고 틀 속에 가두기를 여러 해. 지금은 아침에 달리는 대장, 아달대장이 됐다. 그것은 새롭게 찾거나 후천적 노력에 의해 개발된 제2의 정체성이 아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려보니 엄청난 인싸까진 아니었어도 적당한 관심을 먹고 사는 귀여운 관종이었던 거다.  

살다 보니 귀찮고 피곤해서, 그리고 무난하게 조용히 사는 것이 솔 끓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마음이 진짜로 원치 않았던 생활을 하고 있었던 거다. 그러다 회사에서 달리기 모임을 만들고, 친구들을 모아 작은 운동회, 사생대회를 개최하면서 작가는 솔직한 자신을 찾았다. 재미있게 사는데도 그의 성과와 능력을 인정받는 누구나 꿈꾸는 그런 순간이다. 

운동은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다. 작가도 그랬다. 혼자 달리던 시간과 흘린 땀들이 모이고 쌓여 멋진 영향력이 되는 것을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이 젊은 작가처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진심으로 달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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