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1 - 즐거운 장례식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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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배경으로 하는 북극 사냥꾼들의 이야기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 지리부도 보는 것을 참 좋아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 그린란드였다. 너무 북쪽에 있어서 잘안보이는데 가만 보면 엄청나게 큰 땅덩어리라서 놀랐다. 그래서 그 후부터는 세계지도를 볼 때 꼭 그린란드를 확인했다. 누가 굳이 알려주지 않는 미지의 땅이 잘 있는지 안부를 묻듯이.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이 책에서도 반가운 그린란드 지도를 볼 수 있었다. 지리책과 다른 점이라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어디에 사는지 표시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북유럽 나라가 지리적 정보에 관심이 많은 나라인가 보다. 스웨덴 소설인 '밀레니엄 시리즈'를 봐도 각 권 처음에 배경이 되는 도시의 지도가 나온다. 그래서 읽으면서 수시로 지도 부분을 펼쳐보게 만든다. 땅에 대한 소중함을 늘 잊지 않는 민족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린란드의 사냥꾼들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조금 더 행복할 줄 안다."

책 뒤표지의 문구이다. 상상만 해도 척박하고 추운 이곳의 정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그렇다고 사람들까지 환경에 굴복하진 않는 것 같다. 오히려 환경을 극복하고, 때로는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누가 숨겨진 행복을 찾아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는지가 삶에 주어진 큰 숙제라고 느껴진다.

북유럽 특유의 시크하고 비관적인 유머 코드가 곳곳에 배어있다.

"한 달 전에는 피오스커만 빼고 개들이 전부 죽었어. 리에 빙하를 내려오던 길에 말이야. 정말 그 말이 맞나 봐. 왜 있잖아.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말! 그래서 여기까지 올 생각을 한 거야. 우리 둘 다 모국어를 아직 기억하는지 확인도 할 겸." (p.57)

표현은 차갑고 거칠게 하지만 넓은 땅에 소수의 사람이 살기에 만남과 대화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만나면 엄청나게 수다를 떤다. 러시아 장편 소설에서처럼 혼자 10페이지 넘게 떠드는 것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다. 작가가 실제로 듣고 줄여서 썼나 생각도 든다.

가장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는 '엠마 빼앗기'였다. 룸메이트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거짓말로 애인을 꾸몄더니 그가 그 상상 속 인물과 사랑에 빠져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자기의 애인 삼는 이야기다. 얼마나 사랑과 사람에 목말랐으면 그렇게 됐을까. 긴긴밤과 무한에 가까운 빙하로 둘러싸인 환경이 그들의 상상력마저 그렇게 확장시킨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북극 허풍담은 시리즈물이라고 한다. 평소와 다른 감성의 이야기가 고프다면 요른 릴의 작품을 한 권 펼쳐들고 실없이 낄낄댈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다른 편이 살짝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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