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이 달리자고 말했다
박채은(달리) 지음 / 파지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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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달리기로 삶에 대한 방향과 태도가 바뀐 한 직장인의 에세이집이다. 


출판사에서 온 택배를 뜯자, 보기만 해도 설레는 모양의 책이 내 손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함께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게 만든다. 작가의 메시지, 출판사의 제작 의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일체감을 단단히 이루고 있다. 책을 받아볼 때부터 감상문을 쓰는 이 순간까지 이 책과 보낸 모든 순간들이 줄곧 한 방향을 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힘이 느껴졌다.

사람은 애써 땀 흘리는 일에 양가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땀 흘리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움직이기도 싫은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흘려버린 순간의 쾌감 또한 알고 있기에 홀린 듯 격한 활동을 찾아 나선다.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이 있다. 작가는 달리기가 주는 누구나 아는 그 맛을 글로 써내고 있다. 

"붙잡고 있던 다른 모든 일들은 지금의 힘든 달리기보다 죽을 것 같진 않다. 그 순간만큼은 땀과 함께 마음을 붙잡고 있는 찐득거리는 기운들이 뚝뚝 떨어진다. 일순간의 자신감과 해방감은 놀랍게도 달리기를 마친 뒤에도 지속된다. 죽을 만큼 뛰고 나면 모든 것은 고요해지고 개운해진다." (p.260)

달리기를 매우 사랑하나 강요는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으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냉소적이고 무책임한 표현도 하지 않는다. 권유와 강요는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작가는 그 중간 어딘가에서 치우치지 않는 태도의 중립을 보여준다. 아마 작가가 달리는 모습도 그의 글처럼 안정적일 것 같은 상상이 간다.

규칙적 달리기는 함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데까지 이른다. 특히 '평범'의 재정의가 이루어지는 부분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이렇게 존재하고 있으니 정말 고생 많았다. 평범한 하루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애써왔던 우리들아, 이제껏 잘해왔다. 너무 불안해하지 말자. 지금 우리의 모습은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온 정말 자랑스러운 순간이야. 그렇게 사는 거고 조금 더 스스로를 칭찬하고 다독여주자. 나 말고는 모두 알아버린 나의 대단함을 혼자만 꽁꽁 싸매고 있었더라.  (p.123)

스스로를 혼자 달려야 맘 편한 사람이라고 틀 속에 가두기를 여러 해. 지금은 아침에 달리는 대장, 아달대장이 됐다. 그것은 새롭게 찾거나 후천적 노력에 의해 개발된 제2의 정체성이 아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려보니 엄청난 인싸까진 아니었어도 적당한 관심을 먹고 사는 귀여운 관종이었던 거다.  

살다 보니 귀찮고 피곤해서, 그리고 무난하게 조용히 사는 것이 솔 끓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마음이 진짜로 원치 않았던 생활을 하고 있었던 거다. 그러다 회사에서 달리기 모임을 만들고, 친구들을 모아 작은 운동회, 사생대회를 개최하면서 작가는 솔직한 자신을 찾았다. 재미있게 사는데도 그의 성과와 능력을 인정받는 누구나 꿈꾸는 그런 순간이다. 

운동은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다. 작가도 그랬다. 혼자 달리던 시간과 흘린 땀들이 모이고 쌓여 멋진 영향력이 되는 것을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이 젊은 작가처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진심으로 달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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