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발리 - 신들이 사랑한 지상낙원의 섬, 2022 개정판 지금 시리즈
송지헌 지음 / 플래닝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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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응우라라이 공항에 내려 들이켰던 습습한 공기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발리의 느린 속도감에 맞춰 살아 보고자 에어비앤비를 빌려 살아 보기도 하고, 햇빛에 살랑거리는 야자수 그림자에 감탄하기도 했다. 난데없이 벌에 물려 현지 병원을 찾은 적도 있었다. 꾸따 해변에서 서핑을 하다 통돌이를 돌고 동남아 여행에서 한 번쯤 겪는다는 물갈이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같은 속도로 맹목적으로 같은 길을 가지 않아도 되는 발리는 여전히 그립고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다." (prologue 중)

5 년 전, 신혼여행지로 낙점했던 발리, 단순히 풀빌라에서 푹 쉬고만 싶어서 단순하게 선택했다가 엄청난 후회만 남은 곳이다. 하필 그 기간이 라마단 기간이었을 줄이야. 한가한 일정으로 머리를 식히고 올 줄로 기대했건만 사람 구경만 원 없이 하다 왔다.

그래서 이 책을 만나서 생각했다. 내가 결혼을 너무 일찍 한 것일까, 이 책이 너무 늦게 나온 것일까?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을 펼쳐보게 됐다.

이 책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을 요약하자면, 마치 큐레이션 서점 같았다. 여행지에 대한 A~Z까지 총망라한 것이 아니라 여행의 목적에 맞게 발리를 편집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가이드북은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가독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책의 활용보단 결국 인터넷 검색으로 연결하곤 했다. 마치 들뜬 마음으로 넷플릭스를 열었다가 너무 많은 콘텐츠에 질려 결국은 유튜브에서 쇼츠 몇 개 보고 힘겹게 잠에 드는 비슷한 어려움을 준다. 이 책은 그런 시행착오를 최소화시켜 주고 있다.

게다가 책 표지 안의 QR코드를 인식하면 구글 지도와 책에서 소개한 내용이 연동된 정보를 볼 수 있다. 온 오프라인 정보가 융복합된, 앞서 말한 여타 가이드북이 가진 태생적 한계를 시대가 원하는 버전으로 진화시킨 여행책이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작가가 본격적으로 테마별 여행 코스를 짜준 섹션이었다. 작가가 단순한 여행가가 아닌, 일종의 큐레이터로서 한층 더 전문적인 안내를 해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참 좋았다.

친구와 떠나는 맛집 여행(3박 5일)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로맨틱 여행(3박 5일)
아이와 함께 떠나는 추억 여행(3박 5일)
부모님과 함께 떠나는 럭셔리 여행(3박 5일)
신나는 액티비티에 빠지는 체험 여행(7박 8일)

5개의 코스를 날짜별로 방문 지점을 순서대로 보여주기까지. 작가가 얼마나 발리를 사랑하고 풍부한 여행 경험이 있는지 아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책에 대한 믿음이 상한가를 친 부분이었다.

어쩌다 보니 이 책을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읽게 됐다. 난 개인적으로 여행을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바탕화면이 켜진 모니터와 푸른 바다 가득한 책 표지가 묘하게 대비되면서 기꺼이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이 책은 발리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뿐 아니라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힘이 있다. 언제라도 아쉬움만 가득 남겼던 인도네시아의 이곳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진하게 남겨졌다. 가이드북으로도 활용도가 충분할 뿐 아니라, 삶에 지쳐 여행이라는 수단이 간절히 필요할 때 동기부여 고취용으로도 가치가 있다.

이 책과 함께 하니, 제목처럼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발리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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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 신인류 직장인의 해방 일지
이동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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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내 삶을 잡아먹도록 놔두지 않겠어!" (p.9)

자신의 행복을 사랑하는, 가족을 가장 사랑하는, 직장에 목숨을 걸지 않으려는 직장인 이동수의 행복 찾기 에세이다.

유명 유튜버면서 공중파 방송 출연한 출세한 '준연예인'이라는 평을 받지만 본인은 스스로 그저 프로 휴직러라고 표현한다. 자신의 행복을 침범하려는 회사의 모든 '횡포'를 증오하지만 정작 본인은 회사의 녹을 먹고 살아가고 있다. 누구보다 특별해 보이는 '무빙워터'는 현실과 이상 양쪽에 정확히 발 한 쪽씩을 걸치고 있는, 전형적인 우리들의 표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상에 비친 그의 모습은 마치 천재스러운 면모가 있다. 우린 그런 사람들의 노력과 도전을 보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어설픈 노력을 하고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방패막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런 오해들을 풀기 위해 이 책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그저 흥미없던 수능은 220점 맞았지만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한 토플에선 60점을 받아 여유있게 교환학생의 기회를 잡은 사람이었을 뿐이다.

누구나 그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지만 누구도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다. 작가의 삶의 기준이 그것을 말하고 있다. "육아 휴직을 내다니, 대단한 사람이군." 자조와 조소가 섞인 이 말에 대해 이렇게 답변하는 듯 하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때 잃을 것보다는 얻을 것에 집중하는 편이다. 취업을 선택한 이유는, 그 시절 가장 필요했던 것이 돈이었기 때문이고, 휴직을 선택할 이유는, 그 시절 가장 필요했던 것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P. 196)

다 자기 가치관에 따라 살 뿐이다. 휴직을 하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대신 승진 등 직장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들이 좋다면 휴직 포기하고 살면 된다. 작가는 자신의 삶대로 살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추천할 뿐이다. 선택의 기회를 독자에게 넘겨주는 사려깊음과 쿨함에 더욱 그에게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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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공부는 틀리지 않았다 - 노력의 질을 높이는 7가지 뇌과학 공부법
사오TV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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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알고 나를 알면 공부를 잘할 수 있다. 충분히."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뇌의 기능 차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것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크다고 생각했다. 즉 개인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다. 여태껏 우리가 공부를 힘들어한 이유는 뇌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선언한다. 

"누구나 공부를 잘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몰랐던 것들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사실을 뇌과학 측면에서 알려주고 있다. 지금까지 공부를 못하는 것은 나의 부족함이라 생각했던 시간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어차피 나의 인생은 평생 공부하는 여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활용할 부분이 참으로 많았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과 공부를 두고 싸우고 맘 상할 일을 최소화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읽으면서 내내 작가에게 질문했다. 그리고 의미 있는 답변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1. 공부하는 뇌를 망가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 : 중독

중독은 '절대 충족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요새 많이 화제에 오르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우리의 뇌를 무차별적으로 지배하게 되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공부를 해도 도파민이 나온다. 하지만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게임, 영상 시청 등은 큰 노력이 필요 없다. 그래서 뇌는 더 편한 방법을 찾는다. 그리고 중독은 특히 뇌의 전두엽을 집중 공격한다. 그런데 하필 이 전두엽이 공부에 있어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당연히 공부를 하지 않고 싶어질 것이다.


2. 뇌의 각성 수준에 따라 난 완전 다른 사람

뇌는 각성 수준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고 봅니다. 열정적일 때, 게으를 때, 그리고 현명할 때. 이 중에 어떤 뇌에게 계획을 맡기느냐에 따라 계획의 질이 달라집니다. (p.127)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열정에게 맡겨서 엄청난 결과를 낳고 싶은가? 우린 가끔 갑자기 의욕이 솟구쳐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칠 때가 있다. 어떤 계획이든 다 이뤄질 것 같아 방대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면 '내가 왜 그랬지? 난 역시 안돼...'라고 한다. 이것은 내 능력의 문제라기보단 뇌의 각성 상태 변화일 수 있다. 그래서 현명한 뇌에게 맡겨야 한다.

그럼 현명한 뇌는 어떨 때인가? 놀랍게도  공부를 마쳤을 때이다. 메타인지가 잘 이루어지고 전전두엽도 활성화되어 있기에 자신을 가장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실현 가능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뇌는 이렇게 쓰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내용 말고도 작가의 오랜 연구와 학습에 따른 소중한 정보들이 많다. 제한된 서평 안에 다 담을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많은 사람들(특히 수험생 본인과 부모는 꼭)이 소장하고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책을 보면서 얼마나 내가 뇌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됐다. 내 뇌에 대한 배려 없이 때로는 쉬는 시간도 안주고 너무 몰아 붙였으며, 정작 활동해야 할때는 무책임하게 방치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 공부를 주도하고 계획할 수 있는 건, '나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니 공부법만 나에게 맞추면 된다'하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p.131)
결국 공부의 문제는 뇌 자체의 문제가 아닌 자존감 문제로까지 귀결된다. 우린 그동안 나쁜 머리를 물려준 부모를 얼마나 원망했나? 그리고 내가 공부를 못하게 된 환경, 사회와 국가를 얼마나 근거 없이 비난했었나? 결국 뇌를 잘못 쓰고 나 자신을 믿지 못한 나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작가의 위로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보자.
"여러분이 지금까지 해왔던 공부 방법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정말 잘해왔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조금 더 힘내고, 그동안 최선을 다한 자신을 믿으세요. 그게 어렵다면 내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스며 있고 눈에 보이는 자기만의 자료를 믿고 그것에 집중하세요.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p.213)
나의, 당신의 뇌를 사랑해 주고 소중히 사용해 줘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공부하러 가봐야겠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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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서툰 오십 그래서 담담하게
허일무 지음 / 파지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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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출신 강사가 실제 50줄에 접어들어 인생의 크고 작은 전환기를 그려낸 책이다. 이 책은 제목처럼 상당히 담담하게 쓰였다. '여러분 삶의 문제와 상황을 이렇게 해결하세요! 하는 방법론을 설파하는 것이 아닌, '50대의 삶을 살아보니 대략 이렇더라고요.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만약 작가 본인이 살아온 인생이 옳다 고집하며 자꾸 독자들의 생각과 마음을 바꾸려 노력하는 글이었다면 그저 흔한 꼰대의 잔소리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하고 싶은 일 찾아 진취적이고 멋지게 살아가는 중년이지만 실제 모습은 누구보다 부족하고 실수투성이인 한 인간이라는 것을 서서히 인정해나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특히 가정 안에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여전히 미성숙함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모습이 진솔했다.
수능시험 날 아침, 아들의 손목시계가 망가졌다는 소리를 듣고 극대노하고 나서 나중에 후회하는 모습. 피곤한 딸을 차로 데리고 오면서 그러게 진작 운동을 하라고 하지 않았냐고 말하고 '알아서 할게요'라는 답변을 듣는 모습.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아내와의 마찰의 모습 등을 보면서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 이제라도 처절한 변화의 과정을 갖지 않는다면 이제껏 남을 향했던 가시 돋친 말과 행동은 나를 향할 것이라는 것.

젊은 시절, 경험과 학습에 의해 만들어진 자기만의 진단지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세상과 사람을 평가해왔고 특별히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진단지를 만든 나의 가정과 전제는 언제든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상대의 얘기를 받아들이고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P.98)

가장 와닿았던 부분이 바로 여기였다. 내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그동안 감히 사람들을 측정하고 평가하고 단정 지었는지 돌아보니 남는 것은 부끄러움뿐이다. 작가가 계속해서 반성하는 모습이 보여 나중에는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10년 후의 나의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아서 더 마음이 닿았던 대목이 아니었나 싶다.

읽다가 갑자기 '죽음'이라는 위화감 가득한 단어가 나와서 그 챕터를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게 됐다.

오십 대에 진짜 필요한 것이 일시적인 죽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남은 삶에서 진짜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가끔은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멀어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P.92)

작가가 말하고 싶던 죽음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성경에 보면 옛사람이 죽고 새사람으로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생명의 소멸이 아닌, 자아의 소멸이라고 보면 의미가 좀 가까울 수 있겠다. 내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큰 의미가 없었음을 깨닫고 새로운 자아로 살아가는 인생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음이라고 표현할 만큼 원래 달고 살던 자아를 떼내는 과정은 엄청난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작가도 아직 어떻게 잘 죽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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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50대가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받아야 하는 세대가 비단 50대 뿐이겠는가? 우리의 삶이 진행되는 동안 관통해야 할 지혜들이 많다. 그 지혜가 아직 미완성이기에 앞으로 더 갈 길이 남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자산으로 삼고, 새로운 자아와 더불어 지금까지 부인하며 놓쳐왔던 더 소중한 것들을 찾아가면서 그 지혜를 완성해 나가는 길, 참으로 의미 있고 멋진 작업이 되지 않을까?

어렵지 않은, 그러면서도 가볍지도 않은 좋은 책을 만난 것에 감사를 표한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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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동네 아는전주 아는동네 9
어반플레이 지음 / 어반플레이(URBANPLAY)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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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도시 아는 전주

"한 도시를 애정 한다는 따뜻한 증거"

1. 도시는 살아있다.
최근 환경 관련 이슈는 장르 불문 뜨겁다. 이제 피부로 와닿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이 책도 초반부에 '무해한 전주'라는 하나의 챕터를 환경이야기로 채운다. 환경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반짝이는 눈이 인상적이다. 이젠 환경 운동의 주체의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 즉 이젠 환경 문제가 모두 같은 마음으로 연대를 꿈꾸는 공통 주제가 됐다는 의미이다.

2. 도시를 사랑한다.
"가장 앞서는 가치는 보호와 복원이죠. 그게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그들이 잘하는 일이니까. 공간 가득 볕이 들어차고, 그 사이를 채운 공기는 따사롭고, 사람들의 적당한 소란이 어우러진, 서점이거나, 작업실이거나 전시장인 공간들. 익숙한 듯 싶지만 생경한 풍경속에서 소리를 낮추고 가만히 지켜보게 하는 곳." (p.12)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성매매촌이었던 선미동의 최근 변화의 모습이었다. 엄연히 불법이며 반인륜적인 행위가 횡행하는 곳이지만 한 발자국 들어가보면 그곳도 엄연히 사람이 사는 곳이다. 더 나아가 그곳의 사람들도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이다. 그레서 성매매 여성 들에 대한 자활 지원이 이뤄졌고, 100여명의 여성 중 80%이상이 새 인생을 찾았다는 대목에서 최근 들어 가장 큰 감동을 받았다.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과 구체적인 솔루션이 그 사람 뿐 아니라 그 동네를 살리고 한 도시를 살려내는 과정은 정말 드라마틱하다. 이 드라마가 전부 뿐 아니라 더 많은 곳에서 연출 되길 소망한다.

3. 도시에서 즐겁게 놀며 일한다.
"어떤 틈이 있고, 그 틈새로 뭔가를 하려는 사람이 많아요. 그들의 에너지가 모인 곳이에요" (p.12)
전주는 특히 청년들이 꿈을 꾸고 이뤄가는데 특화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는 취업 취약계층에게 예산을 투입하고 제도적 개선을 꾀하는 등의 시도를 주로 했었다. 그리고 청년들의 취업난은 곧 국가의 무능과 연결하는 편협한 정치 프레임이 분명 작용했다. 결국 청년 계층은 두 부류로 나뉜다. 여전히 주변 상황을 원망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망감에 빠지는 그룹, 스스로 타개책을 찾아 나가는 또 하나의 그룹이 있다. 후자에 속하는 청년들이 책에서 많이 다뤄지고 있다. 본인이 전자에 속한다면 전주에서 한 달 정도 살면서 건전한 동기부여를 가득 받으면 어떨까? 나도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4. 방문자를 소중히 대하는 도시
보통 외지에서 사람이 오면 원주민들은 경계한다. 때로는 외지인에게 해를 입히는 행위를 해도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책에서 표현된 전주는 예외인 것 같다. 타지에서 들어와 배우고 창업하고 일하는 사람들도 많으며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도시를 위해 더 큰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이 바로 이 도시의 문화이다. 옛부터 그래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주한옥마을, 전주국제영화제 등 관광의 도시가 되면서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해진 것은 아닐까? 폐쇄적이지 않은 토착문화와 관광객 유입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점차 힙해지는 공간이 되어가는 도시다. 이런 모습을 보면 문득 미국 오리건주의 포틀랜드가 연상되기도 한다. (심지어 인구도 65만으로 같다.) 결국 사람이 소중하다는 인식이 궁극적인 발전도 이룬다는 증거가 되어 주고 있다. 하루 아침에 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전주는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건강한 도시 문화가 형성된 곳이다. 이래서 문화라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의 정체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혹시 잘못 자리잡은 이미지 쇄신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몇 번 일 때문에 방문했던 전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정성스런 북레터, 컬러링 리플렛, 사은품으로 수제 수달 마그넷까지 한껏 감성이 들어간 서평단 이벤트 경험이었습니다. 이벤트 모습조차 전주만의 소울이 들어 간듯,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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