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백서 - 오늘도 귀여운 내향인입니다
김시옷 지음 / 파지트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귀여운 내향형'이라는 표지의 문구가 거슬렸다. 최강 대문자 ENTJ인 나로선 동의하지 못할 멘트였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도 그 견해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작가가 얼마나 성숙하고 멋진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유사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존경의 마음마저 들었다.
카툰만큼은 귀여웠다. 간단한 그림으로 등장인물, 특히 주인공인 작가의 심리가 구체적으로 표현된다. 내 마음을 자기가 가장 잘 운영할 수 있는 수단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소통의 고수다. 난 뭘 잘하지? 난 무엇으로 소통하면 작가처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다.
회식을 즐거운 일이 아닌 버티고 견뎌야 하는 내향형이 그래도 그 와중에 회식의 장점을 찾아 즐기는 에피소드가 인상 깊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힘들었을 텐데 고생 많았네... 생각이 들었을 무렵 그 스토리의 마지막 단락이 더 마음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제 회식쯤 아무렇지 않냐 하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좋은 건 좋은 거고, 어려운 건 어려운 거다." (p.129)
애써 노력 중인 사람의 속도 모르면서 오늘도 선을 넘어 들어오는 무례한 사람들(나를 포함)에게 일침을 가한다.
작가는 그래서 힘들어도 표현하는 행위는 나를 위해 꼭 하자는 다짐도 함께 한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어눌해도 괜찮다. 다만 꼭 필요한 말은 해야 한다. 그게 모두를 위해서, 특히 나를 위해서 중요하다. (p.74)"
바로 다음 페이지에 이어지는 한 컷의 카툰이 큰 웃음을 끌어낸다. 작가로 추정되는 캐릭터가 "마 ~~ 알."이러고 있는 것이다. 건설적인 다짐뒤에 뼈 있는 한마디를 한 장면으로 표현했다. 메시지를 담은 언어는 참으로 위대하다! 조곤조곤 말하지만 뒤돌아서면 뒤통수 한 대 맞은 것처럼 얼얼한 느낌을 주는 사람 한 번쯤은 보지 않았나? 이 책 속에도 한 사람 더 있다.
내향형은 마냥 귀엽지 않다. 그들도 싫고 좋은 것이 확실하며, 굳이 얘기하지 않을 뿐이다. 당신들이 무섭거나 마냥 존경스러워서가 아니다. 오해하지 말자.
혹시 내향형들이 눈치 좀 그만 봤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그들에게도 일침을 가한다. 자신이 눈치를 보는 것은 세심하게 사람들을 관찰하는 효과가 있어서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힘이 있다고. 외향 내향 구분하고 따로 사는 게 무슨 의미겠는가? 다들 긍정적으로 사는 게 중요하다고 목놓아(조용조용) 외치고 있다. 작가는 굳이 들어달라 이해해달라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렇다구요." 
좋다. 참. 이런 잔잔한 쿨함이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타사피엔스 - 현실이 된 가상을 살아가는 메타버스의 신인류
송민우.안준식.CHUYO 지음 / 파지트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 쯤 외부 기관들과 함께 업무협조 회의를 할 때였다.
마침 메타버스 얘기가 나왔는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분이 "메타 버스는 어디서 탈 수 있는 건가요?"
말한 사람의 표정만 봐도 우린 거의 안다. 그 말이 농담인지, 진심인지.

아직도 그 분은 직원들의 입에 회자되는 공식 웃음버튼이 되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일 년 뒤, 이 책을 읽으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흉본다는 옛말이 틀린게 하나 없음을 역시 깨닫게 되었다. 잘 알지 못하는 건 우리 모두 매한가지였으니까.

제페토나 이프랜드 등 국내 대기업이 만든 플랫폼이 메타버스의 전부인 줄 알았다. 역시 그럴리가 없었다.

이 책은 두 가지 의미로 상당히 전문적이다.

첫 번째, 말 그대로 전문적이라 읽으면서 스스로 뿌듯하다. 내가 이런 레벨의 책을 다 읽고 있다니.

두 번째, 전문적이라 어렵다.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모르는 단어나 전문용어를 계속 찾아가면서 읽어야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완주는 힘들겠지.

그래서 술술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통독했다. 그래도 작가가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만큼 메시지는 명확했다는 의미다.

"그 기저에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우리를 디지털의 인류로 정의하기 위해 요구되는 디지털의 우주를 '메타버스'라는 단어로 표현하려는 보편적인 공감대가 있다. 다만 그것이 현재의 근시안적인 콘텐츠와 장치로 치장하여 궁극적인 목적성과 지향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개선되어야만 한다. 이 시점에서 필자가 제시하는 메타버스의 정의는 우리가 살아갈 우주가 현실의 물질 우주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세계관의 확산에 그 의의가 있다." (p.93)

이 문장으로 메타버스의 본질과 오해를 동시에 설명하고, 이 책의 방향성까지 제시하고 있다. 뭐든 잘 활용하여 긍정적 결과를 낳는다면 좋지만 이젠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가 좀 더 확장된다는 거짓말 같은 또다른 현실속에서 마냥 낙관적인 마음을 갖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겠다.

그래서 잘 알려고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의 바로 옆에 붙어 앉아 열심히 알려주고 있다. 내 이해력의 한도초과로 그의 사려 깊은 진심이 다 와 닿지 않은 것이 못 내 아쉬울 뿐이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천천히 다시 넘겨 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중일기 - 뮤지컬 《순신》, 영화 《한산》 《명량》 《노량》의 감동을 『난중일기』와 함께
이순신 지음, 장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로만 듣던 이순신 장군님의 난중일기를 42년 만에 읽다.
1. 바쁘다 바빠 조선 사회
어찌 그리 많은 사람을 만나고, 공무를 보고, 그 와중에 활쏘기는 얼마나 꾸준히 하시던지. 지금으로 따지면 해군 고위급 지휘관인데 군인(공무원)이란 이렇게 바쁜 사람이어야 하는 걸 과시라도 하듯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요동치는 일상과 나라의 상황을 참 부지런히 풀어 놓으셨다. 역시나 바쁘게 살아가는 지금 나의 DNA에도 장군님의 혼이 서린 것이 느껴졌다. 뿌듯하다.
2. 원균 네 이놈 - 돌 + i 질량보존의 법칙
이순신 장군의 위인전, 영화, 드라마 등에서 원균은 빌런이요, 내부의 적이다. 그런데 장군님의 친필로 들여다본 원균은 여태껏 접한 이미지 그 이상이었다. 원균 때문에 화병이 도지실 지경이었다. 지면을 뚫고 나오는 장군님의 분노와 한탄이 그대로 느껴진다. 원균의 만행은 술주정, 근무 태만, 불륜 외에도 너무나도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장군님, 진상은 지금이나 그때나 어디를 가나 꼭 있네요. 묘한 동질감, 이조차 좋네요.
3. 첫 장부터 전율
임진년 정월
초4 일 맑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초5 일 맑음. 그 전처럼 동헌에서 공무를 보았다.
초6을 맑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같은 일상이지만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완벽히 동일한 일상의 반복은 아니었을 것이다. 당장 나의 10월 4, 5, 6일의 일상을 복기해 보니 전혀 기억에 남은 것이 없다. 하지만 그 하루하루는 분명 내 인생에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기록하지 않았을 뿐.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가운데 자필로 일기장에 '맑음'이란 두 글자를 쓰면서 얼마나 다양한 소회에 사로잡혔을지. 500년 전의 그 광경이 떠올랐다. 결론, 첫 장의 도도한 한 줄짜리 일기에 시공을 초월한 연대감이 느껴져​ 전율이었다. 
4. 인간 이순신, 그리고 어머니
임진왜란, 정유재란 등 전쟁의 참상은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다. <난중일기>를 통해 새롭게 알 수 있는 것은 사람 냄새 가득한 이순신 장군이었다. 다채롭게 넘쳐나는 걱정에 몸살이 나기가 일쑤였고, 내 맘대로 안 움직여 주는 주변 동료들 덕에 매일 마음에는 쓰나미가 몰아친다. 그리고 연세가 많이 드신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마음이 쓰인 부분을 만날 때마다 뭉클하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용맹한 영웅도 어머니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는 아들이었을 뿐이다. 유약해지는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업무에 집중하고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런 영웅을 길러낸 장군의 어머니를 포함, 이 세상 모든 어머니께 찬사를 보낸다.
​​
<난중일기>를 토대로 한 창작가무극 <순신>이 11월 7일부터 26일까지 잛고 굵게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이순신을 다룬 무대 예술이 한동안 명맥이 끊겨서 아쉬웠는데 이번 <난중일기>탐독과 함께 감상하면 장군님에 대한 마음이 더 넓고 깊어지는 가을날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모두의 채식 - 비건이 아니어도 괜찮아
홍승권 지음 / 파지트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모두의 채식 서평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했다.
늘 독서를 하는 나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생경한 시선, 내가 그 눈빛으로 채식주의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가능하구나, 오히려 더 건강해질 수 있구나. 신기했지만 나와는 관계없는 세계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채식에 대한 오해 및 높은 진입장벽을 해소시켜 준다.
새로운 세계에 진입한다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부담을 줄여주는 고마운 책이었다.

우리가 보통 비건이라고 말하는 채식에도 종류가 정말 많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
동물성 식재료로 된 음식은 전혀 안된다고 알고 있었기에 '비건 = 불가능'이라는 등식이 무의식에 각인 된 것을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유제품, 생선, 육식 등을 어느 정도 병행하는 비건도 있기에 얼마든지 도전해 볼 만한 영역이었다. 역시 잘 아는 게 중요하다.

비건은 환경, 그리고 나의 건강을 위해서도 꼭 도전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스스로 가치와 재미를 느껴야 가능하다.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소한 일이라도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일에는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채식의 시작이 어떠하든 상관 없지만, 반드시 자신에게 의미있는 채식이 되어야 한다." (p.11)

비단 비건 뿐 아니라 우리 삶 전 영역에 적용 가능한 좋은 말이다. 하지만 신체 건강을 채식으로만 챙기는 게 과연 가능할까?

"채식에서 건강한 가치를 내세운다면, 육식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자신이 아닌, 자신을 위해 육식을 거부하는 주체적인 존재로서의 당당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내가 없는 채식은 희생이다. 나를 위해 채식을 하자. 그것이 채식의 원동력이다." (p.12)

뭐든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대원칙을 잊지 말라고 한다. 순간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말이었기 떄문이다. 나라는 육식주의자가 우연히 본 채식책에서 이런 공감력 100%의 위로를 듣다니. 책이 주는 이득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출근하는 책들
구채은 지음 / 파지트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늘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친구다.

책 뒤편의 문구, 지금 내 상황이 아니었던가?
해답 없는 질문의 연속이었던 내 삶에 오늘도 휙 힌트를 내던지고 총총 뒷모습만 보여주는 고마운 책.

기자가 본업인 작가의 서평 연대기라고 이 책을 요약해 본다.

작가가 수록해 놓은 책들의 면모를 살펴보니 쉽게 집어들 수 있는 수준의 것은 아니다.
작가의 능력은 '나도 한 번 꼭 읽어보고 싶다'의 마음을 갖게 만든다는 데 있다.

보통 사람에게 독서란 시간이 '아주'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나의 경우엔 책임감에 의한 독서를 주로 한다.
올해 읽어낸 책의 무려 80% 이상이 서평단 도서였다.
목록을 보며 나를 위한 독서를 한 지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초 업무가 바쁜 부서로 발령받았다.
회사 동료 분 한 분이 내게 말씀하시길,
"너 거기 가선 지금처럼 책 읽고 글 쓰고 그런 거 못 해."라고 하셨다.
말은 안 했지만 '그럴 일은 없을 텐데요.'라고 대답했다.

다짐은 현실이 되었다.
일이 바쁘든, 몸이 아프든 늘 가방 안에는 책이 있었고, 책을 읽으면 어떤 형식으로든 기록을 남겼다.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확실히 여유가 부족한 상태니 읽기와 쓰기의 쾌감은 줄었다는 데 있다.

작가는 오히려 그런 상황을 독서로 돌파해 나가고 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의 극치인 직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빌런, 압박 상황, 자괴감 등에 맞서 책 속의 인물, 주제, 문장들의 힘을 빌려 크고 작은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때로 이길 때도, 질 때도, 승패를 분간 못 할 어지러운 상황도 있지만 중요한 건 어떤 때라도 책과 함께였다는 것이다. 그렇게 변치 않는 친구 책과 함께 누적한 시간은 개복치 같았던 사회 초년생을 점차 단단하고 매끄러운 방망이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문득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하지만 각자의 삶 속에서 책과 함께 쌓은 추억은 비슷한 어려움을 재차 마주했을 때 스스로를, 타인을 위로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게 책이 가진 힘이요, 무한한 세계관들의 연대라고 생각한다.

혹시 독서해야 하는데, 삶이 팍팍해서 망설이고 있다면,
시간이 없어 도저히 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면,
열심히 읽다가 여력이 안 되어 중단한 상황이라면.

딱 한 권의 책을 추천해 달라면 오늘부터 과감하게 이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