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책들
구채은 지음 / 파지트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은 늘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친구다.

책 뒤편의 문구, 지금 내 상황이 아니었던가?
해답 없는 질문의 연속이었던 내 삶에 오늘도 휙 힌트를 내던지고 총총 뒷모습만 보여주는 고마운 책.

기자가 본업인 작가의 서평 연대기라고 이 책을 요약해 본다.

작가가 수록해 놓은 책들의 면모를 살펴보니 쉽게 집어들 수 있는 수준의 것은 아니다.
작가의 능력은 '나도 한 번 꼭 읽어보고 싶다'의 마음을 갖게 만든다는 데 있다.

보통 사람에게 독서란 시간이 '아주'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나의 경우엔 책임감에 의한 독서를 주로 한다.
올해 읽어낸 책의 무려 80% 이상이 서평단 도서였다.
목록을 보며 나를 위한 독서를 한 지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초 업무가 바쁜 부서로 발령받았다.
회사 동료 분 한 분이 내게 말씀하시길,
"너 거기 가선 지금처럼 책 읽고 글 쓰고 그런 거 못 해."라고 하셨다.
말은 안 했지만 '그럴 일은 없을 텐데요.'라고 대답했다.

다짐은 현실이 되었다.
일이 바쁘든, 몸이 아프든 늘 가방 안에는 책이 있었고, 책을 읽으면 어떤 형식으로든 기록을 남겼다.
이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확실히 여유가 부족한 상태니 읽기와 쓰기의 쾌감은 줄었다는 데 있다.

작가는 오히려 그런 상황을 독서로 돌파해 나가고 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의 극치인 직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빌런, 압박 상황, 자괴감 등에 맞서 책 속의 인물, 주제, 문장들의 힘을 빌려 크고 작은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때로 이길 때도, 질 때도, 승패를 분간 못 할 어지러운 상황도 있지만 중요한 건 어떤 때라도 책과 함께였다는 것이다. 그렇게 변치 않는 친구 책과 함께 누적한 시간은 개복치 같았던 사회 초년생을 점차 단단하고 매끄러운 방망이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문득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생각을 하지만 각자의 삶 속에서 책과 함께 쌓은 추억은 비슷한 어려움을 재차 마주했을 때 스스로를, 타인을 위로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게 책이 가진 힘이요, 무한한 세계관들의 연대라고 생각한다.

혹시 독서해야 하는데, 삶이 팍팍해서 망설이고 있다면,
시간이 없어 도저히 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면,
열심히 읽다가 여력이 안 되어 중단한 상황이라면.

딱 한 권의 책을 추천해 달라면 오늘부터 과감하게 이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