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 뮤지컬 《순신》, 영화 《한산》 《명량》 《노량》의 감동을 『난중일기』와 함께
이순신 지음, 장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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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이순신 장군님의 난중일기를 42년 만에 읽다.
1. 바쁘다 바빠 조선 사회
어찌 그리 많은 사람을 만나고, 공무를 보고, 그 와중에 활쏘기는 얼마나 꾸준히 하시던지. 지금으로 따지면 해군 고위급 지휘관인데 군인(공무원)이란 이렇게 바쁜 사람이어야 하는 걸 과시라도 하듯이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요동치는 일상과 나라의 상황을 참 부지런히 풀어 놓으셨다. 역시나 바쁘게 살아가는 지금 나의 DNA에도 장군님의 혼이 서린 것이 느껴졌다. 뿌듯하다.
2. 원균 네 이놈 - 돌 + i 질량보존의 법칙
이순신 장군의 위인전, 영화, 드라마 등에서 원균은 빌런이요, 내부의 적이다. 그런데 장군님의 친필로 들여다본 원균은 여태껏 접한 이미지 그 이상이었다. 원균 때문에 화병이 도지실 지경이었다. 지면을 뚫고 나오는 장군님의 분노와 한탄이 그대로 느껴진다. 원균의 만행은 술주정, 근무 태만, 불륜 외에도 너무나도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장군님, 진상은 지금이나 그때나 어디를 가나 꼭 있네요. 묘한 동질감, 이조차 좋네요.
3. 첫 장부터 전율
임진년 정월
초4 일 맑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초5 일 맑음. 그 전처럼 동헌에서 공무를 보았다.
초6을 맑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같은 일상이지만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완벽히 동일한 일상의 반복은 아니었을 것이다. 당장 나의 10월 4, 5, 6일의 일상을 복기해 보니 전혀 기억에 남은 것이 없다. 하지만 그 하루하루는 분명 내 인생에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기록하지 않았을 뿐.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가운데 자필로 일기장에 '맑음'이란 두 글자를 쓰면서 얼마나 다양한 소회에 사로잡혔을지. 500년 전의 그 광경이 떠올랐다. 결론, 첫 장의 도도한 한 줄짜리 일기에 시공을 초월한 연대감이 느껴져​ 전율이었다. 
4. 인간 이순신, 그리고 어머니
임진왜란, 정유재란 등 전쟁의 참상은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다. <난중일기>를 통해 새롭게 알 수 있는 것은 사람 냄새 가득한 이순신 장군이었다. 다채롭게 넘쳐나는 걱정에 몸살이 나기가 일쑤였고, 내 맘대로 안 움직여 주는 주변 동료들 덕에 매일 마음에는 쓰나미가 몰아친다. 그리고 연세가 많이 드신 어머니를 향한 절절한 마음이 쓰인 부분을 만날 때마다 뭉클하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용맹한 영웅도 어머니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는 아들이었을 뿐이다. 유약해지는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업무에 집중하고 애써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런 영웅을 길러낸 장군의 어머니를 포함, 이 세상 모든 어머니께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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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를 토대로 한 창작가무극 <순신>이 11월 7일부터 26일까지 잛고 굵게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이순신을 다룬 무대 예술이 한동안 명맥이 끊겨서 아쉬웠는데 이번 <난중일기>탐독과 함께 감상하면 장군님에 대한 마음이 더 넓고 깊어지는 가을날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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