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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 생각지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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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어느 시대보다 깨끗하고 쾌적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2000년대 이전에는 없었던 정신과 진단명부터 건강 강박, 불편을 참지 않는 현대 사회가 가진 통념들이 어떻게 사회에 편리함으로 침투하여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지를 다룬다.​


이전이라면 별 대수롭지 않은 일들도 이제는 혐오의 범주에 들어가며 개인의 행동을 강요당할 수 있다. 사회는 쾌적하고 질서 정연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이제는 작은 불쾌감 하나에도 사람들은 분노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며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다. 사회가 추구하는 쾌적함이라는 미덕은 너무 높은 사회적 허들이 되어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역차별, 혐오, 통제의 연료가 되어가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문제의식을 제시한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렸던 '정상적인 삶의 조건'에 대해 질문하며 나아가 진정한 자유란 어떤 것인지를 고민한다. 


현대 사회에 대한 저자가 느끼는 기묘한 문제의식부터 시작하여 정신의료, 건강, 육아, 청결, 의사소통과 공간 설계를 주제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간다. 다양한 통계를 살펴보며 사회의 전체상과 더불어 소외될 수밖에 없는 계층들에 대해 살펴보며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제기한다.


이전에는 없던 정신과 진단명과 통계가 합쳐지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사회에 부적응하는 진단명을 가진 사람들은 정신과에서 관리를 받아야만 한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바로 정신과로 가서 관리를 받아야 하므로 ADHD 또는 발달장애 환자의 통계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사회에서 도태되는 정신적인 질병은 반드시 뿌리 깊이 고쳐야 하며 '적당한 어딘가'로 되돌려 보내야만 하는 사회가 되었다. 


​살기 좋고 쾌적한 사회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해서 차분하지 못하거나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는,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과하게 흥분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질서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재배치하는 일은 질서 밖으로 밀려나는 다양성은 존재하지 않는 사회, 결점을 그대로 드러낸 채 사회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회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너무나 당연시되어 버린 사회 속에 정상과 비정상의 선을 확실히 그어놓고 우리는 기준에 어긋난 사람들을 불쾌해하고 혐오한다. 그렇게 현대 사회에서의 거대한 초자아가 자리 잡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사회에 재배치해야 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너무나도 이 지원 제도가 정당하기 때문에 이 정당성이 거대한 당위성을 지녀버리게 되는 것. 고도화된 질서에 따라 환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이 환자들을 치료하여 사회의 일부로 반드시 작동하도록 배치하는 정당성은 부정하거나 수정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이토록 정신의료 시스템을 통해 능숙하고 결함 없는 인간만을 허용하는 사회는 진정 건강한 사회인가, 아니면 병든 사회인가에 대한 질문을 저자는 던진다. 


정신의학의 범위를 넘어서 저자는 강박적인 건강, 눈치 보는 육아의 현실, 지나치게 청결, 질서와 규범을 강조하는 사회 중심 기저에 깔려 있는 현상들을 다룬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 당연시했던 것들이 이제는 전에 없을 만큼 청결, 질서 정연한 사회가 되었다. 어린 시절에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이제는 엄격하게 금지가 되고 있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모든 것이 예민하고 날이 서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높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아름다운 나라는 곧 불쾌한 고통만을 안겨줄 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당연한 통념이 된 사회적 질서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부자유를 우리는 안고 있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정신의학과 건강 찬양에 대한 부자유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점점 청결, 육아, 교통질서를 위한 공간 설계, SNS 발달로 인해 필요한 대화만을 추구하는 사회 등으로 나아가며 머릿속에 계속 물음표가 그려졌다. 왜 그것이 병들어가는 사회라고 저자는 보는가? 


이미 이 사회의 쾌적함은, 내가 누리는 이 청결하고 질서 정연함은 하나의 '아비투스'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미 뿌리 깊게 형성되어 지금 누리는 모든 쾌적함이 당연시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불편을 참을 수 없고, 동의할 수 없으며, 차별과 혐오는 당연한 즉,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깊이 침투한 아비투스에 돌을 던져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 사회의 통념과 습관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 과거가 더 나았다는 말이 아니라 현대 사회를 따르되 마음속으로는 이에 대한 반의 또한 지니고 있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인간의 조건'을 갖출 것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개인의 인식과 행동이 정상이라는 기준 안에 가둬지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자유와 부자유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함을 저자는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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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 - 더 이상 불안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당신에게
키렌 슈나크 지음, 김진주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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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안을 알면 흔들리지 않는다》의 저자는 임상심리사로 불안, 우울과 공황장애 등 정신 건강 질환을 가진 이들을 20년간 상담하는 과정에서 인류 보편적인 불안이 어떻게 탄생하며 많은 이들을 압박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다양한 환자의 사례, 불안의 과학적 원인, 불안의 증상들을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일상 속에서 불안을 다스리는 기법 등 '불안'이라는 주제를 명확하게 A부터 Z까지 직조한 이론서이자 안내서이다.


불안이 생기는 뇌과학적 원리부터 사회적으로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시스템 속에서 현대인들의 의지만으로 불안을 극복할 수 없음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스트레스와 신경계를 진정시키는 방법과 더불어 불안 기저에 깔려 있는 불확실성, 트라우마, 그림자 등을 구체적으로 다룬다. 


​불안을 완벽하게 극복한다는 명제는 없기에, 당장 생활을 방해하는 불안을 진정시키고 난 이후의 사후 관리까지 철저하게 다루는 어쩌면 거대한 '불안'이라는 상담학 이론서에 가깝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인간에게 필요하지만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방해할 때, 무엇보다 위험이나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도 통제할 수 없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불안한 사고 패턴을 잘못 학습한 뇌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잘못된 방식으로 고착되는 회피, 주의 편향, 지나친 동일시 등으로 왜곡된 사고 패턴이 확장된다. 이 왜곡된 패턴은 그렇다면 어떻게 그 회로를 바꿔야 할까?


저자는 이러한 왜곡된 생각을 글로 옮겨 적고 사고의 오류 유형을 써보는 것을 제안하는데, 이 기법은 편향된 마음을 바로잡는 훈련의 기회다. 


이 대안적 사고가 100% 맞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파국적이고 왜곡적인 사고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내 생각이 곧 내가 아님을 알 수 있게 돕는다. 


왜곡된 사고 편향과 비슷하게 책을 보다 보니 '자기초점적 주의' 또한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미 이 세상은 안전하지 못한 곳인데 주의가 나에게 쏠리면 나의 생각, 감각, 행동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자꾸만 나 자신에게 초점을 맞춰서 고장 난다. 주의를 확장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니까 어쩌면 불안은 공포증이자 중독이다. 그 기저에는 불확실성이 깔려 있는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든 왜곡된 생각으로 바꾸고 초점을 나 자신에게만 쏠리게 하여 생각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인생은 모호함을 견디는 힘이다'라는 말을 굳게 믿으면서도 이 불확실성에 어쩌면 목숨 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러시안 룰렛 마냥 총알 하나가 내 머리통을 관통하지 않도록 두려움으로 빌며 총을 스스로 겨누는 인생, 편안할 리가 없었다. 


불확실성이라는 감정에 대해 저자는 이 감정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삶의 일부임을 명심하자고 제안한다. 감정을 흘려보는 연습, 의식적으로 불확실성을 포용하고 수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전에 해보지 않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들을 해보는 것이 주된 내용을 이룬다. 헤어스타일을 파격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새로운 장소나 낯선 장소를 방문해 보는 것, 낯선 카페나 식당을 가보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해 볼만하다. 


책의 부록으로 불안장애 증상 및 유형 자가 진단할 수 있도록 DSM5에 근거하여 제시되어 있어 스스로 진단해 볼 수 있다. 또한 불안한 상황에서 주의를 전환시키기 위한 취미 활동 100선까지 친절하게 제시되어 있어 취미를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20년 경력을 바탕으로 전문적, 실용적인 저자의 조언들로 이루어져 있는 그러나 결코 어렵거나 전문 용어가 난무하지 않은 실무서이자 이론서. 불안의 악순환을 끊고 삶의 방향을 여유롭게 설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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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팝니다 - 창의성을 돈으로 바꾸는 예술비즈니스 실전 가이드
신다혜.이지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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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문화기획 콘텐츠 기업 '필더필'의 대표 신다혜 저자, 국내 최고 예술 채널인 '널 위한 문화예술' 공동 대표 이지현 저자가 진솔하고 쉽게 풀어내는 예술비즈니스의 창업 안내서이다. 

아이디어와 창업 준비부터 시작하여 비즈니스 모델 구축, SNS 마케팅, 운영 방식, 정부 지원 사업 신청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설명과 정보가 담겨있다. 예술이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제 예술은 더 이상 전시장 안에만 고이 머무르고 돈 있는 자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대중과 더욱 가까이 다가와 많은 이들이 소비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제 막강한 세계 안에 손꼽힐 영향력 있는 장소로 거듭났다. 2025년 하반기에는 '뮷즈' 굿즈 매출이 400억 원을 돌파했다는 기사를 최근에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이는 문화와 예술이 그만큼 유통되고 지속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술은 돈이 되는가? 돈 있는 자들에게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소비하는 예술, 이제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예술은 이제 미술관, 박물관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보존형의 형태가 아니라 예술비즈니스의 형태로 우리 주변에 밀접하게 공존한다. 

전시뿐 아니라 체험, 굿즈, 커뮤니티까지 예술이라는 카테고리는 그저 바라만 보다 오는 정적인 활동을 넘어선다. 확장된 개념으로서의 예술비지니스는 '작품 자체의 가치를 여러 차원으로 연결 및 분배해 새로운 경험과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분배된 가치는 다양한 지속 가능한 산업의 힘을 가지게 되고 이미 우리는 콘서트 티켓팅, 한정판 굿즈 예매, 이커머스 전시 경험을 하며 여가의 일종으로 받아들이고 소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단지 잠시의 감각적인 경험을 위해 소비만 하고 그것으로 종결되느냐, 그것은 예술비즈니스가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다. 예술비즈니스란 예술적 문제의식을 사회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목표로 한다. 예술이 보여주는 것은 시대에 대한 질문, 작품의 의미를 통한 현시대를 비춰주며 공명하고 수익과 가치로 재창조되는 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이제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것은 '자기표현의 수단'이 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취향을 소비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되기도 하고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지에 대해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취미에서 나아가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견디게 해주는 내면의 근육을 길러주는 예술, 이제는 많은 이들의 삶에 스며들어 있어 더욱더 밀도 높은 콘텐츠와 예술비즈니스가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예술을 팝니다》는 6가지의 단계로 나뉘어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중간중간 관련된 체크리스트도 있어 예술비즈니스나 콘텐츠를 준비하는 이들이 셀프로 자가 진단을 해보고 부족한 점을 자각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모두가 유튜브로 가장 먼저 뛰어드는 시대, 포화 상태를 넘어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콘텐츠나 비즈니스의 세계에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제시한다. 

기존의 문법을 뒤집는, 그러니까 아예 새로운 것을 창조하겠다가 아니라 기존의 시장 속에서 놓쳤던 것들을 재창조할 것인가를 고민하라. 레드오션이라면 블루오션 한 방울을 떨어뜨려 '퍼플오션'을 만들어 보는 것. 이것이 가장 먼저 예술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자세이지 않을까. 아니, 예술이 아니어도 셀프 브랜딩을 생각해 본다면 꼭 필요한 자세인 것 같다.


다양한 사례, 보고서 양식, 정부 투자 관련 정보, 소개서 작성 팁까지 창의성을 경제적으로 만드는 예술비즈니스에 관련된 모든 것이 담겨있다. 예술비즈니스에만 제한된 것이 아니라 퍼스널 브랜딩, SNS나 콘텐츠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도 아주 실용적인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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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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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라는 괴테의 명언을 만난 주인공, 이상하게도 자신이 이제까지 연구해 온 괴테에 대한 사상을 요약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출처를 찾을 수 없는 말은 거짓인지, 아니면 새로운 진실이 되는지를 찾아가는 말의 진위를 찾아가는 여정의 책. 


괴테뿐 아니라 다양한 학자들의 방대한 인용과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소설 곳곳에 잘 스며들어 있다. 주인공 도이치와 주변 인물들이 사람들의 일상은 명언 출처 찾기에 집중되며 하나로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책으로, 아름답고 지적이며 따스하다. 


줄거리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방대한 문학적 인용과 괴테에 대한 자료가 어마어마하다. 


그 사이사이 미세하게 분열되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가족, 동료, 제자들과의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엄청나게 극적인 사건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출처를 알고자 집요하게 탐구하는 도이치에게 도움을 주고자 정보를 공유하는 인물들이 가진 철학과 믿음의 대화들이 따뜻하고 지적이다. 


제목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인 것은 독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농담에서 나왔다. 명언을 인용하거나 본인이 생각해 낸 말일 때, 출처가 불분명하면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 덧붙이면 그럴싸한 명언이 탄생한다고. 다방면에서 박식하고 많은 연구를 해왔던 괴테가 말한 방대한 지식이 기록으로 남아 있기에 어지간하면 괴테가 말했다 하면 그렇게 다들 믿는 일종의 말장난이다.


소설은 이 '명언'이라는 주제로 내내 이어진다. 홍차 티백에서 발견한 괴테의 명언의 출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기에 명언에 관련된 학자들의 믿음과 의견을 엿볼 수 있다. 


출처를 정확히 아는 것보다 그것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야 의미가 있음을 즉, 알아내는 것보다 살아내는 사람들의 삶에 밀접하게 달라붙어 있는 것이 명언을 더욱더 명언으로 남기게 된다. 익명성과 무개성이 조건이 될 수밖에 없는 명언들. 


"거짓말도 자주 하면 진실이 된다"라는 표현처럼 말의 진위는 변형되고 인용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마치 그 명언은 진실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명언이라는 것은 전승되고 왜곡되고 요약되며 그 진위는 변형될 수밖에 없음을 소설은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농담이었지만, 정말로 그 맥락은 변형되고 왜곡되어 인용되면 될수록 말의 진위는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홍차 티백에서 나온 문제의 문장이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괴테 전문가조차도 난생처음 보는 문장, 도대체 무슨 뜻이고 어떤 책에서 말한 것일까. 영어를 직역하지 않고 독일어로 문장을 바꾼 다음 다시 번역하니 이런 문장이 되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성경 고린도서에 나오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이 문장을 도이치는 얼마 후에 있을 토론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장으로 인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명백한 출처가 없는 이 문장을 농담처럼 "괴테가 말하기를" 하고 함부로 인용했다가는 그동안 쌓아 올린 학자로서의 권위는 무너질 것이다. 그렇기에 도이치는 집요하게 이 문장의 출처를 찾으려 노력한다. 


결국 찾아낸 출처의 진위는 의뭉스럽다.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가 우연히 가족과 연결되는 연결고리 속에서 도이치는 불현듯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말의 진위 여부가 아니라, 실제로 삶 속에서 실천하고 살아내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괴테가 말했든 누가 말했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것은 나의 가족이, 나의 동료가, 내가 존경하는 이들에 대한 사랑. 명언의 진위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명언을 삶에 적용해서 '살아내는' 것. 왜냐하면 아직 나는, 우리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은 이어져 있고 살아 있으니까. 


소설 중반까지는 방대한 명언들과 인용들에 살짝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점점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 도이치를 비롯해서 등장인물들이 지닌 다정함과 모든 것이 연결되는 이야기의 마무리를 만날 수 있다. 여러 번 읽고 음미하면 좋을 소설, 따뜻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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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31가지 방식
윌 곰퍼츠 지음, 주은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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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술가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폴 세잔은 클로드 모네가 가진 관점에 대해 "모네는 신의 눈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다"라고 극찬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예술가의 눈은 신이 내린 눈, 선택받은 눈일까? 그럼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예술가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저자는 어느 날 한 사람의 유년 시절, 아버지와 해변에서 보내는 사진의 메일을 한 통 받는다. 모래 놀이를 하느라 삼매경인 아이와 해변의 모래를 유심히 살피며 바닷물에 쓸려온 흥미로운 사물들을 발견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 이 사진은 주변에 존재하지만 대체로 스쳐 지나가버린 일상 속 아름답고 경이로운 순간을 알아차리는 예술가의 시선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순간을 알아차린 예술가들이 승화시킨 예술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살면서 놓친 것들을 볼 수 있다. 


​예술을 보는 것을 넘어 그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보는 방식을 삶에 적용시킨다면 우리의 감각은 활성화된다. 저자는 "바스키아의 눈으로 뉴욕을 걷고, 엘 아누치의 손으로 병뚜껑을 줍는다"라고 표현했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 그 속에 깃든 인생, 기쁨과 슬픔, 내면을 들여다보며 내 일상 속에 적용해 볼 때 삶은 더욱더 풍성해지고 무궁무진해진다. 이 책은 각 화가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동안 놓쳤던 어쩌면 아주 사소하고 어쩌면 아주 일상적이고 어쩌면 아주 고통스러운 흔적들을 발견하게 해준다. 


시대를 아우르는 31명의 예술가,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을 가로지르는 예술가들을 한눈에 만나볼 수 있다. 작가가 현대미술을 다루는 테이트 갤러리 관장으로 일했던 경력 때문인지 현대미술가에 대한 비중이 높기도 하고, 고전보다는 현대미술에 대한 시각이 예리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생각의 밀도가 높다. 


미술관에 간다고 해서 매번 인생 작품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들은 잘 모르기도 하고 아리송하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예술가의 시선이 담겼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보다 보면 그들이 쌓은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보지 못했던 것을 보는 그 기쁨이 주는 감각적 환희는 삶을 더욱 풍요롭게 확장시킨다. 이것이 예술이 주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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