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31가지 방식
윌 곰퍼츠 지음, 주은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술가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폴 세잔은 클로드 모네가 가진 관점에 대해 "모네는 신의 눈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다"라고 극찬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예술가의 눈은 신이 내린 눈, 선택받은 눈일까? 그럼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예술가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저자는 어느 날 한 사람의 유년 시절, 아버지와 해변에서 보내는 사진의 메일을 한 통 받는다. 모래 놀이를 하느라 삼매경인 아이와 해변의 모래를 유심히 살피며 바닷물에 쓸려온 흥미로운 사물들을 발견하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 이 사진은 주변에 존재하지만 대체로 스쳐 지나가버린 일상 속 아름답고 경이로운 순간을 알아차리는 예술가의 시선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순간을 알아차린 예술가들이 승화시킨 예술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살면서 놓친 것들을 볼 수 있다.
예술을 보는 것을 넘어 그들이 보여주는 독특한 보는 방식을 삶에 적용시킨다면 우리의 감각은 활성화된다. 저자는 "바스키아의 눈으로 뉴욕을 걷고, 엘 아누치의 손으로 병뚜껑을 줍는다"라고 표현했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 그 속에 깃든 인생, 기쁨과 슬픔, 내면을 들여다보며 내 일상 속에 적용해 볼 때 삶은 더욱더 풍성해지고 무궁무진해진다. 이 책은 각 화가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동안 놓쳤던 어쩌면 아주 사소하고 어쩌면 아주 일상적이고 어쩌면 아주 고통스러운 흔적들을 발견하게 해준다.
시대를 아우르는 31명의 예술가,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을 가로지르는 예술가들을 한눈에 만나볼 수 있다. 작가가 현대미술을 다루는 테이트 갤러리 관장으로 일했던 경력 때문인지 현대미술가에 대한 비중이 높기도 하고, 고전보다는 현대미술에 대한 시각이 예리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생각의 밀도가 높다.
미술관에 간다고 해서 매번 인생 작품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들은 잘 모르기도 하고 아리송하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예술가의 시선이 담겼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보다 보면 그들이 쌓은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쉬운 길은 아니지만, 보지 못했던 것을 보는 그 기쁨이 주는 감각적 환희는 삶을 더욱 풍요롭게 확장시킨다. 이것이 예술이 주는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