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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그린 화가들
이창용 지음 / 단꿈아이 / 2024년 11월
평점 :

유명한 7인의 화가들의 일생과 그들의 러브 스토리를 담았고, 때로는 불꽃같던 때로는 지난했던 때로는 곡진했던 사랑의 흔적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품에 남아있는지를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어떤 사랑은 꿈처럼 펼쳐지나 어떤 사랑은 참으로 부질없고 어떤 사랑은 참 구질구질하다.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행복인 사랑. 화가들이 겪었던 사랑의 아픔, 어려움, 외로움, 황홀함 등을 그림으로 보다 보면 이들도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이었구나를 느끼게 된다.
작품 안에서 함께 울고, 웃고, 때론 나쁜놈이라고 욕하고, 대리 설렘을 느끼며 조금 더 예술에 다가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책이다.
바티칸의 황태자, 라파엘로 산치오
신이 인간을 만들 때 재능을 실수로 몰빵하는 이 으아ㅏㅏ아ㅏㅏ 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라파엘로 산치오가 딱 이런 신의 실수로 만들어진 모든 것을 가진 남자였다.
잘생긴 외모는 물론, 다빈치/미켈란젤로와 르네상스 3대 천재로 불리는 천부적인 능력, 스마트함, 심지어 옷도 잘 입는, 인성까지 완벽한 비현실적인 만능캐.
바티칸의 귀공자, 바티칸의 황태자로 불리는 완벽한 이 남자 라파엘로가 사랑에 빠진 여성은 마르게리타 루티라는 제빵사의 딸이었다.
바티칸에서 잘나가는 잘생긴 청년에게 제빵사라는 직업의 딸은 가당치도 않았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은밀한 연애를 이어왔던 두 사람, 라파엘로가 연인 마르게리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그녀를 만나고 나서의 성모 마리아 작품에서 나타난다.
따뜻한 살결의 표현뿐 아니라 따스한 숨결, 온화한 표정, 다정한 눈빛은 예수의 어머니 그 이상의 사랑스러움이었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성인으로서 사랑받는 이유는 성령으로 잉태했던 기록만이 전부가 아니다. 모든 것을 자비롭게 받아들이는 만인의 어머니, 곡진히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신자들을 인자하게 받아들이고 하느님에게 전달하는 자로서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라파엘로가 성모 마리아의 얼굴에 그린 마르게리타는 가장 그 성격에 적합한 아름다운 성모 마리아로 재탄생하였다.
그러나 천재는 단명한다고 했던가, 라파엘로는 고열로 시달리다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마르게리타 역시 라파엘로를 잃은 슬픔으로 수녀원에 들어가 살다가 2년 후 생을 마감한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매우 안타깝지만 아름다움은 그림에 고스란히 남았다. 앵그르, 터너 등의 그림에서 새로이 탄생한 마르게리타는 아직까지도 그 아름다움을 영원히 그림 속에서 뽐내고 있다.
또 나만 진심이었지, 에드바르 뭉크
뭉크는 표현주의 화가다.
표현주의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출하는 것으로 표현주의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 직관적인 감정이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에곤 실레 또한 표현주의 화가다.
뭉크는 참으로 독특한 사람이다.
평생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면서 에곤 실레를 젊은 나이로 죽음에 이르게 한 스페인 독감에서도 살아남고, 사랑하는 여성에게 차이거나 싸우는 등 관계를 파탄 내고 평생을 광기에 시달리는 조현병 증세와 우울증, 알코올 중독까지 있었는데도 80살이 넘는 나이까지 정정하게 살았다.
센치하고 잘생긴 청년에게 유부녀 밀리와의 밀회는 잊을 수 없는 정열적인 사랑이었을 것이다. 첫사랑의 짜릿함과 순수함이 가득했던 뭉크와는 달리 밀리는 뭉크에게 오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밀리를 어떻게든 우연히라도 마주치기 위해 밤의 길거리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던 뭉크의 그림(2번째 사진)을 보면 누가 뭉크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다.
두 번째 사랑이 찾아왔지만 그녀 또한 당시 최고 인기녀였기에 뭉크에게 큰 관심은 없었을뿐더러 뭉크의 친구와 사귀는 등 뭉크는 또 한 번 가슴에 상처를 입는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다행이다.
세 번째 사랑, 툴라와는 어찌저찌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뭉크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두려워 자꾸만 결혼을 미룬다. 결국 참다못한 툴라는 거짓 자살 소동을 벌여 뭉크가 자신에게 오도록 했고 두 사람은 큰 싸움 끝에 파국을 맞는다. 누가 쏜 것인지 권총의 총알이 발사되었고(뭉크는 술에 취한 자신이 쏜 것 같다고 일기에 썼다) 총알은 뭉크의 손가락 한 마디를 날렸다.
이후 여성은 자신을 죽이는 자,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자로 더욱 굳혀졌다. 나만 진심이었지 또. 죽는 날까지 뭉크는 독신으로 살았다.
유년 시절, 어머니와 누이의 이른 죽음으로 자신만이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더불어 만나는 여성은 유부녀, 양다리, 그것도 아니면 파국을 초래하는 여성들까지 뭉크에겐 모든 것이 상처였다.
그러나 뭉크에겐 미안하지만 그의 그림은 상처에서 피어난 고스란한 감정이 들어가 있어 보는 우리에게 어떤 감정인지를 전달해 주고 공감케 한다.
도슨트라는 직업에 어울리게 직접 이야기해 주듯 한 필체와 적절하게 짜인 화가 7인의 스토리텔링은 막장드라마처럼 때론 재밌고 때론 서글프다.
어떤 러브스토리에서는 설렘을 느끼고 어떤 스토리에서는 나도 연애 때 했던 찌질한 모습이 보여 뜨끔하다.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미술 교양서를 찾는다면, 너무 많은 화가들이 나오는 책이 조금 어지럽다면 7인의 유명 화가 이야기를 만나나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