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쓸모 -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인생 그림
윤지원 지음 / 유노책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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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때론 난해하고 어려울 때가 많다. 미술 관련 글을 쓰고, 전시회에 다닌다고 하면 나는 미알못이라서 그런 거 모른다는 반응이 90% 이상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은 디자인, 미술이다. 모른다고 하기엔 각각의 취향과 선호하는 색들이 있고 훌륭한 안목과 취향을 지닌 사람이 많다. 미술사적 맥락에 압도되어 위축되는 말일 것이다. 

<그림의 쓸모>는 예술이란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결국 예술도 한 인간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 인생을 표현한 결과물일 뿐이며 이것은 우리의 삶과도 연결된다고 말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조금이나마 공감하며 마음의 확장을 일으킬 때, 그때 인생은 조금 더 넉넉해진다. 예술가들의 색채와 고뇌의 인생을 살펴보며 오히려 나를 더 살펴보는 시간이 된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화가의 대표작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그림이 어떤 힘을 주는지, 어떤 상황에서 이 그림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단지 글을 읽고 마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 볼 만한 질문들을 덧붙여 조금 더 삶에 밀접하게 예술가들의 생애와 우리의 삶을 연결 짓는다. 


불확실함에 직면하기, 카스파르 프리드리히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는 볼 때마다 배경이 헷갈린다.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인 것 같기도 하고, 절벽 위인 것 같기도 하다. 제목에 안개 바다라는 설명이 있어서 이것이 안개구나, 그럼 바다는 아니겠구나, 그리고 안개가 끼는 시간이면 새벽이겠다는 추측으로 이어진다. 

안개는 유동적이다. 불확실한 상황과 마음들은 계속 안개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하며 삶을 흔든다. 반면의 바위는 견고하다. 그 위에 서 있는 방랑자의 자세도 반듯하고 견고하다. 뒷모습이라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굳이 표정을 확인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내면의 심지가 단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뒷모습은 때론 앞모습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축 처진 어깨의 뒷모습은 우울한 표정을 보는 것보다 더 우울하고 안쓰럽듯이, 프리드리히는 뒷모습을 보여주며 관람자로 하여금 시선을 따라가며 상상하게 만든다. 

이러한 구도를 '뤼켄피규어'라고 하는데, 프리드리히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구도다. 관람자가 상상하게끔 하여 자신과 그림 속 인물을 동일시하게 만들어 초대한다. 단시 수동적인 그림 감상자가 아니라, 거대한 자연 앞에서 느껴지는 두려움과 경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능동적인 역할을 부여한다. 

불확실한 안개 앞 견고한 자세로 서서 그것을 바라보는, 미지의 세계 앞에 주눅 들지 않고 정면으로 응시하는 힘. 낭만주의의 화가 프리드리히가 그린 그림은 이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때로는 높은 곳에 올라 삶을 조망하고, 불확실한 안개를 응시해 보며 흔들리지 않고 나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성찰하기. 이러한 성찰들이 나를 조금 더 쓸모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지 않을까.


 

추락하는 별도 빛난다, 앙리 마티스


앙리 마티스의 <이카루스>는 다른 이카루스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추락이기라기보다는 별들과 함께 춤추는 사람 같다. 오만함에 대한 경고라기엔 경쾌하고 단순한 형태는 시선을 더욱 잡아둔다. 

앙리 마티스는 나이가 들어 류머티즘 관절염에 걸려 그림을 더 이상 그릴 수 없게 되자 종이를 오려 붙이는 단순한 표현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붓을 들지 못하는 슬픔이 드러나는, 꺾인 열망이 아닌 새로운 시도로서의 예술은 이전보다 더욱 자유롭다. 추락하는 별도 빛나듯이 마티스의 이카루스는 추락 중이면서도 심장이 붉게 타오른다. 

단순화된 작업은 일상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겼다. 추락이 아닌 비상의 관점만을 포착함으로 여기가 마지막일 것 같았던 구간을 전환시켰다.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나는 지금 내려가고 있다는 알 수 없는 패배감을 느낄 때가 많다. 마티스의 <이카루스>는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다시 날아오르면 된다고 말해준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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