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서 - 250년 동안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침묵론의 대표 고전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3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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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기에 누군가의 추천으로 20대 때 한 번 읽은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너무 종교적인 내용이 많아 기독교 서적으로 오해했다. 아무 정보 없이 읽은 거라 시대상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덮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보았다. ​


디자인도 세련되게 바뀌었지만 내용과 번역이 훨씬 현대적으로 매끄럽게 되어있어 매우 읽기 쉬웠고 난해한 부분도 거의 없었다. 난해하다고 느꼈다면 그건 내가 종교가 없기 때문에 18세기 당시 기독교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번역과 내용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침묵의 서>는 침묵을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넘어서 생각과 마음,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강력한 도구로 소개하며 정리한다. 다양한 종류의 침묵이 존재하고 침묵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언어와 글쓰기에 대해 언급한다.

250년이 지난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상은 시끄럽고 그 속에서 적절한 때에 지혜롭게 침묵하며 내면의 자아를 다스리는 침묵의 가치를 설명한다. 인간은 시대가 변해도 세상의 소음에서 자유롭고 싶어 하는 욕구가 존재하며 침묵하지 못해 헛되고 잘못된 말들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려주며 고전이지만 자기계발서 같은 고전이다. 


<침묵의 서>는 명확하다. 언어와 글의 침묵을 다스려라는 직관적인 주제에 걸맞게 두 가지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침묵의 종류와 기술, 나아가 자신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통해 지나치지도 넘치지도 않는 언어들을 침묵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입 다물기, 교활한 침묵


침묵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 지 몰랐다.

<침묵의 서>에서는 열 가지 침묵에 대해 설명한다.


1. 신중한 침묵이 있고,


2. 교활한 침묵이 있다.


3. 아부형 침묵이 있고,


4. 조롱형 침묵이 있다.


5. 감각적인 침묵이 있고,


6. 아둔한 침묵이 있다.


7. 동조의 침묵이 있고,


8. 무시의 침묵이 있다.


9. 정치적 침묵이 있다.


10. 신경질적이고 변덕스러운 침묵이 있다.


나는 수동형 공격성이 매우 강하다. 타인에게 공격을 받는다고 느끼면 상대방을 당황시키거나 일부러 답답하라고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침묵을 무기로 사용하는 때가 많은데, 이 중에 해당되는 것은 교활한 침묵이다. 

저자는 정확히 꼬집는다. 편협하고, 의심이 많고, 남을 도발하거나, 앙심을 품기 쉬운 사람이 즐겨 활용하는 교활한 침묵이라고. 

그렇다면 교활한 침묵의 자세를 지양하면서 어떤 침묵을 지향해야 할까 살펴보니,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다섯 번째 감각적인 침묵이었다. 

인간은 약 6%의 언어, 나머지 94%의 비언어적인 요소로 타인과 대화한다. 표정과 몸짓, 눈빛 등의 비언어적인 것들을 사용하면서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감각적인 침묵. 이 침묵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나이가 들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더니


250년 전에도 꼰대는 존재했구나 싶은 내용들이 열거되어 웃었다.

나이가 들면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더니, 200년 전에도 그런 덕목이 필요했나 보다. 무엇보다 저자가 이 부분에서 화가 많이 난 걸 보니 꼰대들에게 많이 당했나 보다. 

'그저 나이로만 자신의 가치를 셈하려는 오류, 지긋한 나이에 자기 혀 하나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 타락한 의중을 노출하는 사람, 늙어가면서 자기도 모르게 말하기를 지나치게 밝히는 사람.' 

표현들이 하나같이 화가 잔뜩 묻어 있다. 경험에서 나온 바이브 같은 느낌..

확실히 나이가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점점 말이 많아지는 경우가 많다. 핵심만을 말하던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미사여구가 길어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볼 때 가끔 기분이 이상해진다. 아, 저 사람도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그 정도면 그래도 괜찮지만 자꾸만 충고하려 하거나 타인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지 못하고 중간에 끊어버려 자신의 언어부터 일단 내뱉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도 왕왕 만날 수 있다. 

적절한 침묵을 유지하기,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꼭 필요한 삶의 기술이 아닐까 싶다. 


좋은 글을 쓰는 것은 꿀벌과도 같다


말을 하기 위해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 의미도 교훈도, 재미도 없는 글을 그저 쏟아내는 과도한 글쓰기. 

글쓰기에서조차도 적절한 침묵을 필요하다. 미주알고주알 횡설수설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을 갈기는 그런 책은 독자나 작가나 피차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은 글을 쓰는 이는 꿀벌 가도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은 물론 모두에게 유익한, 매우 섬세하고 소중한 작업이라는 것. 

언어란 말로도 글로도 표현될 때는 신중하고 적절하게 덜어내야 한다는 것.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여전히 나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지키지 못하는 것들이다. 


책은 쉽게 읽히지만 대부분 혼나는 내용이다. 

여러 번 혼나고 반성했다. 구석에 가서 손들고 있어야 할 듯..


그렇지만 왜 침묵론의 대표 고전인지는 알 수 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료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박력에, 지난날의 잘못된 공격성 침묵 혹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말실수의 과오에 대해 반성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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