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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 믿었던 지배 - 병리적 인간이 당신을 선택하고 놓아주지 않는 이유
네이딘 매컬루소 지음, 문가람 옮김 / 생각지도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중 영화는 조단 벨포트라는 희대의 증권 조작 사기꾼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작중 마고 로비가 맡았던 첫 번째 부인 '네이딘 매컬루소' 또한 실존 인물이다.
네이딘은 스물두 살에 조단과 결혼해 남편의 학대와 약물 중독으로 지옥을 겪어야 했고, 이혼 후 전문 심리치료사의 길을 걸으며 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지난 10여 년간 가정폭력(신체적인 폭력을 포함하여 심리적 폭력까지) 및 가스라이팅 등 병리적 파트너에게 고통받은 여성들을 상담해 왔다.
《사랑이라 믿었던 지배》는 네이딘이 직접 겪었던 학대와 고통을 바탕으로 친밀한 사랑이라는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폭력, 지배, 학대, 통제 등의 메커니즘과 심리적 이유, 폭력으로부터 해방되는 방법 등을 '트라우마 유대'라는 개념을 통해 소개한다.
저자인 네이딘 박사가 이야기하는 트라우마 유대, 복합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DSM-5에는 명시되지 않았기에 2010년대 초반까지도 심리학계에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연구되지 않았다. 이뿐 아니라, 우리가 주로 쉽게 사용하거나 미디어에서 내뱉는 가스라이팅,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등은 사실상 DSM-5에 명명되지 않은 회색 지대에 속한다. 앞으로도 많은 부분에서 폭력적이거나 타인의 내면에 상처를 입히는 정신질환이 등장할 것이고 이를 일일이 다 명명하지는 못하더라도 여전히 비슷한 양상으로 고통받고 침묵하거나 마땅한 용어가 없어 증상을 설명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저자가 자신도 직접 겪어본 이 '트라우마 유대'는 무엇일까? 폭력이 스며든 애착 관계,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 종속되어 버리는 잔혹한 역설을 말한다. 분명 시작부터 그렇게 뒤틀린 상대는 아니었을 것이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 폭력, 학대로 인해 상대를 떠나지도 못하고 상처로 인한 불안, 우울, 수치심 등을 홀로 떠안는 관계를 트라우마 유대라고 한다.
가해자가 정교하게 놓은 덫에 걸려 사냥 당한 피해자는 이미 세뇌, 정서적 통제 및 의존 상태가 되어 떠나는 것이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지게 된다. 가해자의 간헐적 보상, 간헐적 강화는 배신과 사랑을 번갈아 가면서 반복하는 패턴으로 이렇게 간헐적으로 보상을 받은 뇌는 금세 중독되고 종속되어 망가진다. 트라우마 유대는 사실상 중독이나 마찬가지다. 반복되는 학대 속에서 '내가 잘 할게'라는 달콤한 말과 돌봄, 친절은 피해자에게 이 관계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관계에 중독되어 버린다. 이를 스스로의 의지로 끊는 것은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는 중독자, 알코올 의존증을 의지로 이겨내는 것과도 비슷한 일일 것이다.
책에는 트라우마 유대의 경고 신호 자기 진단 리스트가 있다. 내가 만약 트라우마 유대 관계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테스트를 해보길, 15개의 질문 중에 8개가 '예'라면, 이는 트라우마 유대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미 이 유대에 갇혀 괴로운 사람은 테스트하기 전에 스스로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 '트라우마 유대'라는 단어로 자신의 상황을 명확하게 명명하고 이해할 때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냥당한 이들은 그저 당하기만 하는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썼다. 상대방이 왜 그러는지를 알았으니 즉, 적을 알았으니 이제는 스스로를 알고 이겨내야 한다. 가해자에게 사냥을 당했다고 해서 바보가 아니며, 트라우마 유대라는 관계 속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무력하게 되는지 그 원리를 설명했다. 나아가, 광기의 회전목마에서 내리기 위한 실제적인 방법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덫에 걸린 피해자들에게는 그 모든 과정이 쉽지 않을 일일 것이다. 저자는 그럼에도 용감하게 그 길을 걸은 사람들을 '능동적 생존자'라고 표현한다.
이 능동적 생존자들은 외상 후 성장을 경험하게 되며, 삶의 태도를 다시 세우고 삶의 기준 또한 명확해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수치심을 유발하게 하는 용납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구분하고 그 지옥 같은 경험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스스로를 보호할 힘을 찾게 된다.
트라우마 유대, 복합 PTSD에 대한 실체에 대해 알고 싶다면 혹은 내가 지금 트라우마 유대의 덫에 갇혀 있는 것 같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