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와 거짓말의 계절 도서위원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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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이자, 도서위원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인 《책갈피와 거짓말의 계절》. 전작은 읽지 않았지만, 제법 캐릭터가 명확하게 잡혀 있는 것을 보니 역시 일본 미스테리 소설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콤비의 원형에 가깝다. 다시 만난 호리카와와 마쓰쿠라 콤비는 도서실을 무대로 투구꽃이라는 맹독을 지닌 꽃 책갈피를 우연하게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전작에서는 두 사람이 약간 대면대면하게 결말이 났다고 하는데 다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뭉치는 두 사람에게 지난 어색함은 잘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밀한 사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건을 파헤치는 내내 묘한 긴장감이 흐르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분명 숨기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이것이 두 사람이 도서관에서 우연히 찾아낸 문제의 투구꽃 책갈피. 투구꽃은 맹독으로 많은 영화, 소설, 드라마에서 살인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투구꽃을 활용하여 보험금을 노리고 저지른 범죄 사례도 있을 정도. 때마침 학생들 사이에서 악명 높던 교사가 투구꽃 중독 증세로 쓰러지고, 교정 뒤편 화단에서 독초가 재배되고 있었다는 불온한 사실까지 드러난다. 여기에 본심을 감춘 채 그 책갈피가 자기 것이라 주장하는 수수께끼의 여학생 '세노'가 합류하며 주인공들은 사건에 깊숙이 발을 들이게 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일까


소설은 이 맹독을 둘러싼 치열한 두뇌 싸움이 아니라, 그 이면에 얽힌 인물들의 '거짓말'을 파헤치는 과정을 조망한다. 투구꽃을 처분하려다 들키자 종이봉투가 없어서 일단 땅에 묻어 숨겼다며 서툰 변명을 늘어놓는 세노, 그리고 누군가가 과거에 만든 책갈피를 복제해서 뿌리고 있다는 자조 섞인 진실까지, 십대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본심을 겹겹이 감춘다.

책을 반납한 사람의 뒷모습을 보았으면서도 못 봤다고 거짓말을 했던 나(호리카와), 그리고 다른 식물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오직 투구꽃만 단번에 알아보았던 마쓰쿠라의 비밀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호리카와의 대립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누구나 조금씩 거짓말을 하니까, 거짓말이 한 방울 섞여 있다고 전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이 거짓말이 된다"는 나(호리카와)의 독백은 꽤나 씁쓸하다.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합리화인가, 아니면 그저 해석과 각자의 입장의 차이일 뿐인가. 확실한 것은 세 명의 인물 모두 자신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서는 거짓과 진실을 섞어버린다는 점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하는 거짓말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방어적인 거짓말인가 아니면 다른 이를 공격함으로써 혼란 뒤에 숨어버리는 거짓말인가. 소설은 계속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를 알아가고자 한다.


마지막 수단


왜 이 책갈피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세노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갈피의 복제본을 가진 또다른 인물 역시 같은 말을 한다. 이것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본래는 치명적인 살인 도구이지만, 궁지에 몰린 십대들에게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지탱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던 셈이다. 심지어 이 위험한 물건이 하필이면 벽돌책 고전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  사이에 끼워져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설정 또한 묘하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맹독을 품고, 누군가는 거짓말로 무장하며, 또 누군가는 기꺼이 비밀을 끌어안는다. 사건의 진상이 모두 밝혀진 뒤에도 통쾌함보다는 씁쓸함이 남는다. 그렇게까지 말 그대로 독을 품어야 하는 삶은 얼마나 위태로운가. 각자의 절박함을 안고 살아가는 청춘들의 민낯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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