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원 없이 7개 국어를 정복했다 - 어떤 언어든 입이 트이는 외국어 독학법
서영훈 지음 / 생각의힘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2년이라는 정규 교육과정 동안 영어를 공부하고도 여전히 외국어 앞에서는 작아지는 것이 대다수 한국인의 서글픈 현실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세월은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도 남을 시간임에도, 우리는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 속에서 진정한 배움의 의지를 잃어버린 채 모두에게 무익한 학습을 관성적으로 반복해 왔습니다. 내 주변에 유창하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이들은 넘쳐나지만 언제나 ‘나’는 그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는 박탈감은, 외국어 학습을 넘기 힘든 거대한 벽처럼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굳이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자막과 더빙을 통해 전 세계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으며,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낯선 외국에서도 아무런 불편함 없이 정해진 길을 따라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편리함은 우리에게 외국어 공부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며, 어쩌면 지금의 외국어 학습은 시대에 뒤처진 불필요한 노동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학원 없이 7개국어를 정복했다』의 저자 서영훈은 AI가 모든 통번역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이 직접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저자에게 언어란 단순한 학문이나 점수를 얻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삶의 영토를 확장하는 강력한 레버리지이자 희소 자산입니다. 기계가 결코 채워줄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 그 안에서 피어나는 설렘과 풍요로운 경험이야말로 언어를 배워야 하는 진짜 이유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언어를 눈으로 외우는 공부가 아닌 소리와 의미를 연결해 입 밖으로 꺼내는 실전 '기술'로 정의하며, 의지력에만 기대지 않는 뇌과학 기반의 '삼각 엔진'과 '마스터 코드'를 통해 누구나 학원 없이도 언어 근육을 키울 수 있다고 독자들을 독려합니다. 지루한 노동이 되지 않도록 좋아하는 콘텐츠를 활용해 '재미'라는 연료를 채우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하루 30분의 루틴을 통해 나만의 속도로 언어를 몸에 새겨나가는 체계적인 독학 시스템을 제시합니다.
결국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론은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어 우리가 잃어버렸던 주도성과 연결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AI는 우리를 생각과 행동을 멈추게 만드는 안일한 번역기에 머무르게 할 수도 있지만, 사용자의 태도에 따라 우리의 능력을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성장을 도와주는 가장 친절한 학습 파트너가 될 수도 있습니다. 편리함에 안주하여 타인이 정해놓은 조촐한 길만을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AI라는 훌륭한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세상과 직접 부딪히며 관계를 맺을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완벽함을 목표로 삼기보다 나만의 속도로 언어를 즐기는 순간이 곧 정복의 순간이라는 저자의 철학은, 12년의 패배감에 갇혀 있던 우리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건넵니다. 이제는 AI라는 든든한 파트너와 함께 학원 문턱을 넘어, 삶의 지평을 넓히는 진짜 외국어 학습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누구나 오를 종목을 찾는 급등의 법칙 - 대세 상승장에 올라타는 최소한의 주식 공부
이상민(수익맨) 지음 / 북웨이브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튜브를 켜면 수익맨 채널이 자주 떴다. 알고리즘이 추천해준 건지, 누가 소개해준 건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날부터 구독 목록에 있었고, 어느 날부터 자주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니 이 책이 서점에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반가움이 먼저였다. 낯선 저자의 신간이 아니라, 이미 목소리에 익숙한 사람의 정리본이라는 느낌이었다.


책을 펼치면서 저자가 초보의 특징이라고 정의한 행동들을 읽었다. 오를 것 같은 종목을 찾아 헤매고, 뉴스에 흔들리고, 결국 고점에서 매수 버튼을 누르는 패턴. 딱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유튜브에서 보던 내용이 책으로 정리되니 더 명확하게 들어왔다. 채널에서는 흘려들었던 말들이 문장으로 박혀 있으니 달리 읽혔다.


이 책이 다른 주식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겸손함이다. 대박을 약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살아남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맞추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에 집중하라는 말은, 수익을 내고 싶어서 책을 집어 든 독자에게는 처음엔 시시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 몇 번 털리고 나면 이 말의 무게가 달라진다. 이 문장이 책을 덮고 나서도 가장 오래 남았다.


수급이라는 개념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주가는 기업의 성적표가 아니라 돈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기록이라는 관점은, 듣고 나면 당연한 말처럼 느껴진다. 컵라면 비유가 단순하지만 정확하다. 살이 찌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이 오른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관심과 기대가 주가를 움직인다. 이 감각을 갖추는 것이 차트 분석이나 재무제표보다 먼저라는 말이 설득력 있었다.


매매일지를 써야 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일지를 쓰지 않는다는 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구조를 유지한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스템의 힘은 반복 가능한 구조에 있다는 말이 그래서 더 와닿았다.


이 책은 종목 추천이나 단기 수익 공식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 왜 자꾸 같은 자리에서 무너지는지 이유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맞다. 유튜브로 먼저 만났던 사람의 생각이 책으로 정리되어 있으니, 채널을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다면 더욱 읽어볼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올라운더 투자법 - 주식부터 메자닌까지, 1% 펀드매니저가 자산을 불리는 절대 원칙
곽상빈.이성엽.신상훈 지음 / 동아엠앤비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단순했다. 메자닌이라는 단어를 어디선가 들었는데 뭔지 몰랐다. 주식은 조금 하고 있지만 늘 주식만 하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빨간 표지의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주식만 하십니까'라는 문구가 마치 나한테 하는 말 같았다.
읽기 시작하면서 메자닌이 채권이면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증권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전환사채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그게 메자닌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아직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공모 CB니 사모 펀드니 하는 개념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게 이 책의 잘못은 아니다. 내가 그만큼 투자에 대해 모르는 상태였다는 뜻이다.
이 책의 진짜 가치는 주식 외에 세상이 넓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이다. 채권형 펀드가 왜 필요한지, 자산배분이 왜 중요한지, 적립식 투자가 시간이 지나면 어떤 함정에 빠지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해준다. 투자 성과의 91%가 자산 배분에 달려 있다는 내용은 꽤 충격적이었다. 종목 분석에 밤을 새우던 사람들에게는 뒤통수를 맞는 느낌일 것이다.
특히 라오어의 밸류 리밸런싱 이야기가 반가웠다. 라오어는 이미 다른 책에서 접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개념이 더 선명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밴드를 설정해서 잔매매를 줄이고 승수를 통해 상승장에서 수익을 더 끌고 가는 방식은 직장인 투자자에게 현실적인 전략으로 보였다.
이 책은 투자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주식만 하다가 뭔가 더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메자닌과 채권이라는 낯선 세계를 처음 들여다보고 싶은 직장인 투자자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학교에서 바로 쓰는 제미나이 & 노트북LM - 교사 업무를 덜어 주는 AI 활용법
손성호 외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책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아이들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공문 처리, 회의록, 학교생활기록부, 각종 사업계획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본질은 사람을 가르치고 성장을 돕는 일인데, 정작 그 본질에 집중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Gemini와 NotebookLM이라는 두 가지 AI 도구를 교육 현장에 맞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인데, 단순히 기능 소개에 그치지 않고 선생님의 하루를 실질적으로 바꿔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요즘 교실 안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학생들은 AI를 능숙하게 다루는데 정작 가르쳐야 할 선생님들은 따라가기가 벅차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이것은 누가 더 뛰어나서가 아니다. 얼마나 많이, 자주 써봤는지의 차이일 뿐이다. 학생들은 궁금한 것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서 과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있다. 필요에 의해 쓰다 보니 숙달이 빠른 것이다. 그런데 그 활용이 항상 바람직한 방향으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써야 할 글쓰기 과제에서 AI가 대부분을 대신 써준 결과물을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제출하는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교사가 이런 현실을 외면하거나 단순히 금지로만 대응하기엔 이미 AI의 확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래서 교사도 직접 많이 써보고, 좋은 기능을 체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올바른 활용법까지 지도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책이 바로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저자들 때문이다. 교육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초중고 선생님 다섯 분과 장학관 한 분이 함께 집필했다. 교육 현장과 동떨어진 이론가가 아니라, 매일 학생들 앞에 서고 행정 업무와 씨름하면서도 AI 도구를 적극 연구하고 실천해 온 분들이 쓴 책이다. 그만큼 내용이 현실적이다. 어떤 기능이 선생님의 어떤 업무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어서 읽으면서 바로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책의 구성도 단계적으로 잘 짜여 있다. 처음에는 Gemini와 NotebookLM이 각각 어떤 도구인지 소개하고, Gem이라 불리는 나만의 AI 비서를 만드는 방법부터 시작한다. 가정통신문 자동 작성, 사업 계획서 요약, 생활지도 규정 전문가 Gem, 학부모 안내장 변환 등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맞닥뜨리는 업무들을 AI가 대신 처리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담겨 있다. AI 도구에 어느 정도 익숙한 분이라면 초반부는 금방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책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후반부로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간다. 5장에서는 가상 실험실이나 AI 토론 파트너처럼 살아있는 수업자료를 만드는 법을 다루고, 6장에서는 Gemini와 Google Sheets를 연동해 학생생활기록부 초안을 자동화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그리고 7장에서는 Apps Script를 활용한 데이터 연동형 웹 도구 제작까지 나아간다. 계정 조회 앱, 상담 기록 시스템, 교사 활동비 관리 비서처럼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도구를 직접 만들어 보는 내용이다. 배우지 않고서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깊이 있는 내용까지 담고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면 AI 도구 활용의 전체 지형이 눈에 그려지는 느낌이다.

직접 실습하면서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실용서와 마찬가지로 중간중간 잘 진행되지 않는 구간이 생기기도 한다. 버전 차이나 인터페이스 변경 때문에 책의 설명과 실제 화면이 다르게 보이는 경우도 있고, 예상치 못한 오류를 만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포기할 이유는 없다. 인내심을 가지고 책에 나온 대로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분명히 길이 보인다. 처음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한 번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순간의 성취감은 그 과정을 충분히 보상해 준다. 그리고 그 경험이 쌓이면 결국 선생님 본인만의 AI 활용 루틴이 생기게 된다.

이 책을 바쁜 학교 일정 속에서 출판하기까지 저자분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매일 수업과 행정 업무를 소화하면서 원고를 쓰고, 실습 내용을 검증하고,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다듬는 작업을 병행했을 것이다. 그 수고로움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을 소중하게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단순히 한 번 훑어보고 끝낼 책이 아니라, 필요한 챕터를 꺼내서 반복해서 실습하고 익혀 나가는 과정이 필요한 책이다.

AI가 교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방향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한다. AI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를 맡아 줄 때, 선생님은 진짜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 업무는 AI에게, 본질적인 교육은 교사에게. 이 단순한 원칙 하나가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AI 도구 사용이 아직 낯선 선생님, 혹은 어느 정도 쓰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 맞게 더 깊이 활용하고 싶은 선생님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이 그 여정을 시작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비트코인, 박수 칠 때 떠나라
송인창 지음 / 미류책방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책은 거의 없다. 서점을 가도 유튜브를 켜도 비트코인이 미래 화폐이고 지금 사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말뿐이다. 이 책은 그 흐름에 정면으로 맞선다. 저자 송인창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정책국장과 EBRD·ADB 이사, G20 국제협력대사를 지낸 경제 관료 출신이다. 기술 전문가가 아닌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비트코인을 본다는 점에서 이미 시작부터 다르다.

저자의 핵심 질문은 간단하다. "비트코인이 왜 가치가 있는가?"이다. 워렌 버핏이 수십 년간 비트코인 투자를 거부해온 이유도 바로 이 지점이다. 버핏은 비트코인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은 이익을 내고 부동산은 임대료를 낳지만 비트코인은 10년 뒤에도 지금과 똑같은 비트코인 한 개일 뿐이다. 저자도 같은 시선에서 출발한다.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그것이 미래 화폐라고 했다가 가치 저장 수단이라고 했다가 디지털 금이라고 했다가 계속 서사를 바꾼다. 저자는 그 서사 변환 자체가 비트코인의 실체 없음을 증명한다고 본다.

화폐로서 비트코인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초당 약 7건의 거래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현대 경제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공급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경제 상황에 따라 통화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 현대 금융 시스템의 핵심인데 비트코인은 그 기능 자체가 없다. 저자는 이를 태평양의 돌화폐 '라이석'에 비유한다. 소규모 공동체에서는 상징적으로 통했지만 복잡한 현대 경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디지털 금이라는 주장도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본다. 금은 수천 년의 역사와 산업적 실체가 있다. 버핏이 비트코인을 두고 "쥐약"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이유다. 내재 가치 없이 기대만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자산은 그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술이 유망하다고 해서 비트코인 가격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블록체인은 기반 기술이고 비트코인은 그 기술을 쓴 응용 사례 하나일 뿐이다.

6막에서 저자가 지적하는 불평등 문제도 생각해볼 만하다. 발행량이 고정된 구조에서 초기 진입자인 '고래'들은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정보와 자본이 있는 사람들이 먼저 들어오고 나중에 광풍에 휩쓸린 사람들이 그 비용을 떠안는다. 자원은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야 경제가 성장하는데 암호화폐 시장은 단기 가격 변동에 배팅하는 구조로만 순환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불안이 있었지만 왜 불안한지 말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 책이 그 감각을 언어로 정리해줬다. 지금이라도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흔들리는 마음, 오르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그 심리 뒤에 무엇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비트코인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 반대편의 논리만큼은 제대로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