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박수 칠 때 떠나라
송인창 지음 / 미류책방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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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책은 거의 없다. 서점을 가도 유튜브를 켜도 비트코인이 미래 화폐이고 지금 사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말뿐이다. 이 책은 그 흐름에 정면으로 맞선다. 저자 송인창은 재정경제부 국제금융정책국장과 EBRD·ADB 이사, G20 국제협력대사를 지낸 경제 관료 출신이다. 기술 전문가가 아닌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비트코인을 본다는 점에서 이미 시작부터 다르다.

저자의 핵심 질문은 간단하다. "비트코인이 왜 가치가 있는가?"이다. 워렌 버핏이 수십 년간 비트코인 투자를 거부해온 이유도 바로 이 지점이다. 버핏은 비트코인이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업은 이익을 내고 부동산은 임대료를 낳지만 비트코인은 10년 뒤에도 지금과 똑같은 비트코인 한 개일 뿐이다. 저자도 같은 시선에서 출발한다.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그것이 미래 화폐라고 했다가 가치 저장 수단이라고 했다가 디지털 금이라고 했다가 계속 서사를 바꾼다. 저자는 그 서사 변환 자체가 비트코인의 실체 없음을 증명한다고 본다.

화폐로서 비트코인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초당 약 7건의 거래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은 현대 경제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공급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경제 상황에 따라 통화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 현대 금융 시스템의 핵심인데 비트코인은 그 기능 자체가 없다. 저자는 이를 태평양의 돌화폐 '라이석'에 비유한다. 소규모 공동체에서는 상징적으로 통했지만 복잡한 현대 경제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디지털 금이라는 주장도 마케팅에 불과하다고 본다. 금은 수천 년의 역사와 산업적 실체가 있다. 버핏이 비트코인을 두고 "쥐약"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이유다. 내재 가치 없이 기대만으로 가격이 형성되는 자산은 그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술이 유망하다고 해서 비트코인 가격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블록체인은 기반 기술이고 비트코인은 그 기술을 쓴 응용 사례 하나일 뿐이다.

6막에서 저자가 지적하는 불평등 문제도 생각해볼 만하다. 발행량이 고정된 구조에서 초기 진입자인 '고래'들은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정보와 자본이 있는 사람들이 먼저 들어오고 나중에 광풍에 휩쓸린 사람들이 그 비용을 떠안는다. 자원은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야 경제가 성장하는데 암호화폐 시장은 단기 가격 변동에 배팅하는 구조로만 순환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불안이 있었지만 왜 불안한지 말로 설명하지 못했다. 이 책이 그 감각을 언어로 정리해줬다. 지금이라도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흔들리는 마음, 오르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그 심리 뒤에 무엇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비트코인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 반대편의 논리만큼은 제대로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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