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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주식해드립니다 - S대 경제·심리 전공 17년 차 감성 투자자의 손실 방지책
이민수(입금완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2월
평점 :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치고 '수업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그 수업료가 수천만 원에 달하고, 계좌가 익사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주식은 차트와 재무제표의 숫자 놀음이 아니라, 탐욕과 공포가 뒤섞인 '심리의 전쟁터'라는 사실을 말이다. 17년 차 주식 개미이자 심리학을 전공한 저자 이민수의 '대신 주식해드립니다'는 바로 그 치열한 전쟁터에서 만신창이가 되어본 사람이 건네는 가장 솔직하고 아픈 고백록이다.
이 책은 단순히 '어떤 종목을 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저자는 자신이 걸어온 '실수의 경로'를 낱낱이 공개한다. 기업의 제품이 좋아서 무턱대고 샀던 '좋아요 매수법', 남들은 모르고 나만 아는 세일이라 착각했던 '저가 매수'의 함정, 그리고 결국 투자금을 10배로 키우며 손실을 100배로 불렸던 '물타기'의 비극까지. 저자의 경험은 마치 내 계좌를 들여다본 듯 생생하다.
독자로서 가장 깊게 공감했던 지점은 '주식 쇼핑'과 '주식 투자'의 차이였다. 소비는 내 마음만 설득하면 충분하지만, 투자는 시장의 수많은 참여자를 설득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내가 사고 싶은 주식을 '합리화'하며 쇼핑하듯 매수 버튼을 누른다. 저자는 이를 '합리화의 저주'라 부르며, 우리가 왜 매번 고점에서 사고 저점에서 버티다 손절하는지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예리하게 분석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분할 매수'를 보험에 비유한 부분이다. 저점을 찾을 수 있다는 오만한 확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그 확신을 내려놓고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분할 매수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위험을 관리하는지 설명하는 대목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술 취한 사람이 차를 직접 몰고 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대리운전(분할 매수)이라는 합리적 대안을 외면한다는 비유는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우리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15년 넘게 주식 투자를 하며 겪어온 나의 어려움 역시 이 책의 문장들 사이에서 해답을 찾았다. 주식은 타인의 심리를 읽는 게임인 줄 알았으나, 결국 그 중심에 서 있는 '나 자신'의 불안과 욕망을 다스리는 일이 먼저였다. 저자가 결론 내린 '헤어질 결심'은 단순히 주식을 그만두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관계의 주체가 되어 더 이상 계좌의 폭력을 견디지 않겠다는 성숙한 태도의 변화를 의미한다.
주식을 하며 이유 모를 불안에 시달리거나, 반복되는 손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저자의 뼈아픈 오답 노트를 발판 삼는다면, 당신이 치러야 할 수업료는 분명 훨씬 저렴해질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벌 것인가'보다 '어떻게 나를 지킬 것인가'를 먼저 가르쳐주는, 개미 투자자들을 위한 진정한 의미의 생존 지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