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에디션 자영업 트렌드 2026 - 창업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MK에디션
매경이코노미.창톡 장사고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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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지나다 눈에 띈 책이다. '자영업 트렌드 2026'이라는 제목이 궁금했다. 자영업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요즘 거리를 지나다 보면 유독 문 닫은 가게가 많이 보인다. 반대로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가게도 있다. 그 차이가 뭘까 궁금해서 책을 펼쳤다.

책은 2026년 자영업 트렌드 10대 키워드로 시작한다. 가성비 신기루, 점포 재생, 피난처 상권, 대확행 같은 단어들이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특히 '가성비 신기루'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불황 속 초저가 마케팅은 지속 불가능하며 신기루일 뿐이라는 것이다. 요즘 커피 한 잔에 천 원 하는 곳들이 많은데 그게 오래갈 수 없다는 뜻인가 싶었다.

저가 커피 홍수 속에서 개인 카페가 살아남는 법을 설명하는 부분이 좋았다. 가격이 아닌 '이유'를 파는 카페가 돼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싸게 파는 커피는 어디에나 있지만 '왜 이곳이어야 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카페는 드물다. 생각해보니 내가 자주 가는 카페도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그 공간이 좋아서 가는 것이었다. 스페셜티 커피의 깊은 맛, 사장님의 친근한 인사, 감성적인 공간의 공기가 쌓여 하나의 '이유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표현에 무릎을 쳤다.

가성비와 가심비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소비자들은 처음부터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를 찾았던 게 아니라 '가격 대비 만족도'인 가심비를 찾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나도 조금 비싸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 단순히 가격만 저렴한 식당은 한 번 가고 다시 안 가게 되더라. 오히려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먹느냐'가 중요해졌다.

AI와 GPT를 활용한 마케팅 자동화 부분도 눈에 띄었다. 고객 리뷰에 진심 어린 댓글 달기, 예약 전환율 높이기 같은 것들을 자동화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작은 가게일수록 사장님 혼자 모든 걸 다 하기 버거운데 AI가 시간을 아껴준다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 미디어 인테리어 이야기도 신선했다. 작은 매장일수록 벽면 한편에 설치된 디스플레이 하나가 매장의 첫인상을 만든다는 것이다.

2026년이 매장 이전 황금기라는 분석도 흥미로웠다. 공실이 넘쳐나면서 임차인이 유리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매장 이전 후 매출 3배, 영업이익 급등 사례도 나온다. 하지만 단순히 옮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계약 협상부터 오픈 전략까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원상복구 부분은 창업할 때부터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오픈보다 퇴장이 중요하다는 말이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사장 브랜딩 이야기도 좋았다. 캐릭터화된 정체성, 일관된 언어와 비주얼, 이야기와 맥락 이 세 가지가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이다. 핵심은 진정성이다. 자신만의 말투와 행동 습관, 사업에 대한 철학을 일관되고 진솔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고객은 매력을 느낀다.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가게 사장님들은 다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했다.

책 후반부에는 직원 채용과 관리, 시스템 경영에 대한 조언도 나온다. 체크리스트 만들기, 긴급 상황 매뉴얼, 효율적인 업무 배분 같은 실용적인 팁들이 가득하다. 자영업을 마지막 선택지나 한탕주의로 여기지 말고 작은 회사처럼 운영해야 한다는 조언이 와닿았다. 사장 노하우에 의존하는 가게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는 가게로 만들어야 오래간다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필수 교과서 같은 책이다. 하지만 자영업에 관심 없는 사람도 읽어볼 만하다. 요즘 소비 트렌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내가 자주 가는 그 가게는 왜 성공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거리를 지나며 가게들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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