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정하다는 착각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공정하다는 착각'은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공정한 사회’의 이미지가 실제로는 착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능력주의가 겉보기에는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정의로운 제도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노력과 재능이 성공을 결정한다고 믿지만, 사실 그 재능과 기회 자체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운’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실패한 사람은 스스로를 탓하게 되며, 사회는 점점 더 분열된다.

책은 특히 교육과 일자리 문제를 중심으로 능력주의의 모순을 보여 준다. 사람들은 교육을 통해 누구나 계층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 더 많은 교육 자원과 기회를 누린다. 그 결과 교육은 사회적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기존 계층을 유지하는 장치로 변질된다. 또한 세금과 복지 제도에서도 ‘공정한 경쟁’이라는 말은 약자를 보호하기보다 개인의 책임만을 강조하는 논리로 작동한다.

저자는 진짜 공정한 사회는 능력에 따라 서열을 매기는 사회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서로의 기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행운의 요소를 인정하고, 남의 노력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며,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경쟁의 사회가 아니라, 협력과 연대가 중심이 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다.

'공정하다는 착각'은 우리에게 “정말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넘어, 사회 전체가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경쟁보다 협력을, 개인의 공로보다 공동의 책임을 강조하는 저자의 통찰은 오늘날 불평등한 현실 속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