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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한국어판 발매 20주년 기념판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25년 9월
평점 :
이 책은 고전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다. AI 시대에 책을 쓴다는 것은 이전 시대보다 훨씬 더 쉬워졌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경험하지 않은 내용을 경험한 것처럼 쓸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AI가 대신 해주는 경험 덕분에 글을 쓰기 쉬워졌고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런 글들이 고전이 될 수는 없다. 사람들에게 계속 읽히고 재독하게 만드는 책들은 저자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경험의 농도가 진할수록 그 책은 의미가 더해진다.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저자의 경험이 짙게 묻어있는 책이다.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유일무이한 그 상황에서 저자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냈는지, 그리고 신경정신과 교수가 수용소에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이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그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창안한 로고테라피 덕분이다. 이 시대에 삶의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더 많아졌다. 힘든 상황은 버틴다고 버텨지지 않는다. 심리학자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깊이 읽어볼 필요가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생각해봤다. 누군가는 그곳의 수용자 중에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그곳의 상황을 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삶을 생각하기에도 바쁜 나머지 죽음에 대한 생각은 잘 하지 않게 된다. 어떻게 하면 잘 살 것인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것인가는 늘 사람들에게 중요한 주제이다. 그 시대 사람들도 그러했다. 하지만 아우슈비츠는 삶과 죽음이 함께 있었다.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죽음을 선택한다. 하지만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일상이 삶과 죽음이면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곳에서 해야 할 행동은 정해져 있다. 건강하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일을 할 수 있고 먹을 수 있게 된다.
그곳의 많은 사람들은 각자 불안과 우울증을 겪는다. 살아서 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처음에는 본인들의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며 살아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다. 하지만 아무 희망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고독함만 남게 된다.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부실한 음식으로 영양실조와 비타민 부족을 겪으며 온몸에 힘이 없는 날들이 계속된다. 누군가 도움을 주거나 어느 곳에도 나아갈 방향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쇠약해졌다.
그때 저자는 정신심리학적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지금 자신이 대학교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과거를 회상하며 아우슈비츠에 있던 일들을 되짚는다. 현재를 과거로 인식하고 미래에 과거를 회상하는 상황을 그린다. 그러자 행동들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본인의 상황을 한 걸음 뒤에서 보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서 심리학적 관찰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생각들은 자신이 연구한 로고테라피로 이어진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자신이 아우슈비츠에서 겪은 경험을 중심으로 수용소 생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곳에서의 처음과 변화하는 자신의 생각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너무 아프고 슬픈 일들이지만 저자 덕분에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2부에서는 로고테라피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로고테라피는 환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 새롭게 겪는 상황에 적응하는 것보다는 의미를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부는 비극 속에서의 낙관이다.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삶에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의미는 살아가는 목적과 방법을 찾아준다. 그곳에서도 의미를 찾는 사람은 달랐다. 저자가 그러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랬다.
학교를 그만두는 자퇴는 사회적 현상처럼 매년 많아지고 있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이 무의미한 학교생활을 이유로 말한다. 의미를 찾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목적이다. 극한 상황에서도 저자는 의미를 찾았고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그 의지를 이 책을 읽으며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