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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좋은 아이는 이렇게 키웁니다 - 내 아이의 영재 모먼트를 키워주는 7가지 심리 육아법
에일린 케네디 무어.마크 S. 뢰벤탈 지음, 박미경 옮김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9월
평점 :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지적 발달과 정서적 발달을 재촉한다고 해서 아이가 더 빨리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머리 좋은 아이를 키우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문제점들까지 솔직하게 다룬다.
머리 좋은 아이들을 키우는 것에는 분명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간과하기 쉬운 문제점들도 존재한다. 실제로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진 모든 아이가 훌륭하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질투나 시기를 받으며 또래들로부터 소외되어 혼자 지내는 아이들이 많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무작정 아이의 지적 능력만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균형 잡힌 시각이 책을 읽는 내내 좋았다.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그에 맞는 현명한 대응책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심한 균형감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 요소는 공감능력, 자신감, 책임감, 신뢰감 이 네 가지이다. 아이는 열정을 쫓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내적 도구들을 차근차근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혼자서 훌륭히 이겨내며 성장하는 아이는 없다. 결국 좋은 머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키워줄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완벽주의에 빠진 아이들의 심리를 분석한 대목이다.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적 생각 때문에 포기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항상 칭찬받던 아이가 이번 행동으로 칭찬을 받지 못할까 봐 미리 걱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방어 기제로 발동되는 것이 바로 포기이다. '할 수 있는데 안 해서 그런 거지, 하면 다른 아이보다 더 잘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심어진 경우이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중요하다. 점진적으로 향상되는 과정 자체를 중요시하고, 노력을 통해 더 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 믿음은 분명 주변에서 심어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부모의 몫이다. 조금 더 크면 학교나 사회에서 그런 환경에 노출될 때 아이가 자신을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과보다는 노력 과정에 대한 칭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책에서 거듭 강조한다.
책에서 다룬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학교의 외로운 아이들이다. 혼자 밥 먹는 것이 싫어서, 친구가 없어서 급식을 아예 먹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한두 번 정도가 아니라 거의 매일 반복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왜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는 걸까? 똑똑한 아이들은 점점 혼자 있을 때 더 안정감을 느끼도록 변화하고 있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친구를 만들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분명히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느낀다. 함께하면 어려운 일도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인간관계를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갖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과연 해결책은 없을까? 이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책에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여러 가지 실용적인 방안들이 제시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어린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칭찬을 표현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 상황과 환경이 적절히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결국 진심은 통하기 마련이다. 문제해결능력, 의사소통능력 등 인간관계가 주는 많은 이점들을 잊지 말고,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친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교육 현장에서는 시험 성적만으로 아이의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고유한 다양성을 가지고 태어나며, 그 개성이 때로는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가 되기도 한다. 이런 변화에 맞춰 공교육도 개인의 특성을 살리고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2022 개정교육과정의 선택과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평가 방식도 당연히 달라져야 했다. 모든 과목에서 만점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지필평가의 비중보다 수행평가의 비중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성적만 높은 학생은 더 이상 주목받는 대상이 아니다. 협력하는 과제, 발표하는 과제, 자신의 관심사를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하는 과제 등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교육 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의 똑똑한 아이들은 더욱 혼자가 되고, 예민해지며, 완벽주의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아이들이 가진 똑똑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용적인 지침서이다. 그런 아이들의 독특한 성향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잠재력을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조언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머리 좋은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그런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모든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