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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그리고 나를 잃지 않도록 ㅣ 세기의 책들 20선, 천년의 지혜 시리즈 10
돈 미겔 루이스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이 책의 저자인 돈 미겔 루이스는 멕시코 출신의 저명한 작가이며, 수천 년의 세월을 이어온 '톨텍' 지혜의 현대적 전승자이다. 그는 2018년 국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선정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고대의 깊은 지혜를 현대인의 언어로 되살려낸 그의 역량이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글은 난해한 교의적 설명을 나열하기보다, 간결한 비유와 사려 깊은 질문을 통해 독자 스스로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이 책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고통의 근원을 탐색하며, 우리가 길들여진 믿음과 자아의 이미지가 어떻게 자기 거부로 이어지고 사랑을 통제의 수단으로 변질시키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상처를 치유하고 자기 수용의 과정을 통해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꿈에서 진정한 사랑의 꿈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우화와 간결한 실천 방법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고대 멕시코 남부에서 '지혜를 찾는 사람들'을 일컫던 '톨텍'은 삶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꿈이며, 매 순간이 예술을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나는 이 지점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다. 우리의 삶 역시 매 순간 의식적인 선택과 행위로 이루어지는 예술 작품과도 같다는 저자의 관점에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이 책은 총 1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삶의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다.
제1장 '그는 내게 상처 주지 않았다'는 우리가 관계 속에서 웃고 울게 되는 본질적인 이유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상대방의 공격적인 모습이 때로는 먹잇감을 쫓는 사냥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나에게는 그 상대방에게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의 문제와 감정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꺼이 여유를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관계의 고통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이다. 나를 향한 직접적인 행동이 아님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나의 탓도 상대방의 탓도 할 필요가 없어지는 평화로운 마음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장을 읽으며, 관계에 깊이 개입하려 할수록 오히려 복잡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제2장에서는 아름다움의 힘에 대한 심오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모든 존재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답다는 기본적인 전제 위에서, 사회가 젊음에 부여하는 과도한 가치와 그 힘에 대한 믿음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람은 늙어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놓이게 되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현대인이 많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 청소년기의 무한한 가능성과 꿈, 그리고 성인의 단단함과 여유 등, 각 연령과 시기마다 잃어버리는 것도 있지만 새롭게 얻게 되는 소중한 가치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더라도 마음으로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일이다. 타인에게 질투를 느끼게 되면 세상 모든 것이 분노의 시선으로 보이게 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자신을 치유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조급해하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름다움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아름다움의 힘을 알아가는 것에서부터 진정한 행복이 시작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의 삶에는 두려움이 늘 그림자처럼 함께한다. 원대한 꿈을 향한 열정 속에도, 소중한 관계 속에도 두려움은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이 책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해답이 바로 자기 자신 안에 존재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내가 지금의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 그리고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모두 나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통찰과 더불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그중 가장 강력한 수단은 바로 '용서'이다. 물론 용서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행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용서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오롯이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책은 이야기한다. 두려움과 용감하게 싸워 이겨낼 수 있다면,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톨텍의 깊은 지혜를 통해 삶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진심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