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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를 위한 교육 콘텐츠 기획 바이블 - 몰입과 성장을 이끄는 학습 경험 디자인
도널드 클라크 지음, 오은수 옮김 / 유엑스리뷰 / 2025년 6월
평점 :
<에듀테크를 위한 교육 콘텐츠 기획 바이블> 이라는 책을 읽으며 교육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30년 이상 온라인 학습 시뮬레이션 VR 모바일 기술 및 AI 프로젝트 분야에서 활약해온 세계적인 에듀테크 전문가의 시선은 수학을 가르치고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진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었다. 특히 '교육을 디자인한다'는 개념과 '학습 경험 디자인'이라는 생소하지만 매력적인 접근 방식은 현재 교육 시스템의 한계와 미래 교육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학생들은 전자기기에 익숙하고 책보다는 디지털 콘텐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시점에서 현재 교육 시스템이 마주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이다. 여전히 책과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에만 의존하는 교육 방식은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학생들은 학습 콘텐츠나 '놀이'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때로는 중독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놀이'의 요소를 학습에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과도기적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 수학과 보드게임의 접목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개념 이해와 흥미 유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고등 학생들에게는 학습적 깊이를 더하기 어렵다는 한계 또한 느끼고 있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고민의 해답을 제시한다. '놀이로써 학습'이 획일화에 빠지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며 "학습 경험은 항상 학습의 시작이며 절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학습은 대신 경험해주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현대 학습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정보 과잉과 그로 인한 집중력 분산이다. 넘쳐나는 학습 자료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하나를 선택하여 집중하기보다 너무 쉽게 다른 매체로 넘어가 버리는 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학습에 필요한 풍부한 매체가 오히려 독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초래한다. 두 번째 문제는 더욱 심각하며 학습자들이 보고 들은 것을 전부 자신이 아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진정한 학습은 단순히 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넘어 배운 것을 자각하고 내면화하며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을 때 일어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거나 자료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유창성 착각'에 빠지곤 한다. 이러한 현상은 학습자가 자신의 이해도를 과대평가하게 만들며 진정한 배움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학습 디자이너들은 궁극적으로 '개별화'라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학습자 개개인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학습 코드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가 아닌 학습자'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학습자의 관점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배우고 싶어 하는지를 철저히 이해하고 반영해야 한다. 또한 학습 경험 디자인은 학습자에게 '적당한 난이도'를 제공하여 인지 노력을 유발해야 한다. 학습 경험 디자인이 모든 것을 너무 쉽게 만들어주는 경향이 있다면 학습자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얻는 성취감과 깊은 이해를 경험하기 어렵다. 진정한 학습은 어느 정도의 인지적 노력이 수반될 때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은 본성적으로 게으르고 가장 빠른 지름길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학습에 필요한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거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면 학습을 줄이려고 한다. 따라서 학습 경험 디자인은 과도하게 복잡하거나 불필요한 마찰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바람직한 어려움'은 유지하되 '불필요한 복잡성'은 제거하여 학습자가 효율적으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결국 학습 경험 디자인이 현대 교육의 중요한 해법이며 그 과정에서 게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은 본질적으로 학습자의 몰입을 유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흥미로운 스토리 도전적인 과제 즉각적인 피드백 등을 통해 학습자가 다른 매체로 쉽게 넘어가지 않고 주어진 학습 활동에 깊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 자료를 탐색하고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며 인간이 본성적으로 '가장 빠른 지름길'을 찾고 '게으름'을 피하려는 경향을 역이용하여 학습을 '노력'이 아닌 '즐거운 도전'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또한 게임은 학습자가 단순히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며 결과를 경험하게 만든다. 이는 '앎의 착각'을 극복하고 진정한 인지 노력을 유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게임 속에서 학습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으며 실패는 곧 피드백이 되어 다음 시도에서 더 나은 전략을 찾도록 유도하며 이는 실제 문제 해결 능력을 효과적으로 길러준다. 많은 게임은 학습자의 실력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하거나 다양한 경로를 제공하여 개개인의 수준과 속도에 맞는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학습자 개개인이 원하는 학습 코드와 시스템을 만드는 데 기여하며 '적정 난이도'를 유지하여 좌절감이나 지루함을 줄여준다. 게임은 또한 명확한 규칙과 목표를 제시하고 학습자의 행동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과 보상을 제공한다. 이는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동기를 부여하는 데 중요하며 작은 성공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학습자가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고 자신감을 얻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