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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8월
평점 :
즐겁게 읽었던 글을 쓰는 작가, 쉽게 말하는 좋아하는 작가의 대한 관심이 작가 자체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이런걸 팬심이라고 하는 것일까. '5년 만에 신혼여행'은 그러한 팬심을 십분 충족시켜준다.
여러모로 즐거운 책이다. HJ라 불리우는 아내와 작가의 사연은 사실 '한국이 싫어서'의 뼈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그의 책의 기저에 깔려있던 작가의 사상과 신념들이 여행의 일정과 기막히게 엮여지며 펼쳐진다. 특히 보라카이 섬의 일몰에 감탄하는 와중에 인간사 근원에 대한 사고는 너무나 특별해서, 많은 부분은 작가의 창작 혹은 짜집기가 아닐까라고 의심까지 든다.
또한 묘사되는 HJ와의 결혼생활은 무척 달콤하다.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신념을 공유하면서도 역시나 다른 정체성으로 충돌하며 맞춰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로맨틱 코미디의 모범이다. 당분을 섭취하면 졸음을 참지 못하는 신체적 특성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으로 싸우다 '이제 나 좋아?'라는 애교로 풀어지는 귀여운 그들을 보며, 완고한 나조차도 결혼 혹은 사랑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즐거움 이상의 가치를 찾을 수는 없었다. 앞서 말했듯 작가의 사상이 일상과 포개지는 부분은 뛰어나다. 하지만 너무나도 잘 정리되고 절묘해서 즉흥적인 맛을 찾기 힘들었다. 때문에 진실성에 대한 의심으로 감탄은 하지만 감동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물론 작가가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본 책이 여행에서 과자를 너무 많이 가져오면 안되겠다는 의도 외에는 없다는 작가의 말 그대로를 믿는다면 의혹에 쏟은 수고로움이 헛된 것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