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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들은 크리에이터 - 섬마을 선생님의 프로젝트 수업 이야기
박오종 지음 / 에듀니티 / 2019년 12월
평점 :
크리에이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시작한 어른들부터
그 말에 따라가는 아이들까지
자신의 생각을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사실 크리에이터에 대한 나의 시선은 따뜻하지 않았다.
의도해서 복합양식텍스트를 만나던 나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복합양식텍스트가 아닌 것을 만나기 쉽지 않다.
어디에서든
문자와 그림이
문자와 음악이
사진과 영상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읽기 텍스트를 만난다.
교육분야에서도 복합양식텍스트에 대한 논의는 활발해지고 있다.
글로만 이루어진 교과서보다
글보다 그림, 그래프와 사진이 더 풍성해진 교과서를 읽는다.
국어 교과에 종합예술이라고 볼 수 있는 연극 단원이 들어왔고,
미술 교과에 사진과 무대장치가 들어와 있으며
여러 교과에 걸쳐 광고가 활용되고 있다.
아이들은
크리에이터 라는 말이 가진 의미처럼 저마다의 창조물의 창조주가 되어가고 있는 시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섬마을 선생님의 프로젝트 수업 이야기는
날 것 그대로 의미가 있어 보였다.
섬마을에 사는 아이들에게
예술, 문화적 감수성을 불어 넣어주고,
자신의 생각과 의도를 담은 창작물을
기획하고 만들어서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여러 대회를 휩쓸었고,
아이들의 기량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스펙까지 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은 나쁜일이 아니다.
당연히 누굴 탓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책 곳곳에 드러나 있는
수상 경력과 유수한 상장과 패를 담은 사진을 보며 쓴웃음이 났다.
이걸 꼭 넣어야 했을까?
선생님이 얼마나 대단하고, 훌륭한지는
상장이 말해주는 것이 아닐텐데
학생들이 누린 기쁨과 선생님의 열정에 보답받았다는 생각이었을지 모르나
읽는 독자로서는 불편했다.
교사가 상을 받기 위해 열정을 바쳤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아이들이 한 해동안 선생님으로 부터 배운 모든 것은 그저
선생님의 야망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노력한 소명은 사라진다.
우리 지역 의병을 찾기 위해 보훈처에 연락하고,
5.18 기념 재단 SNS에 글을 남기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는
열정적인 모습이 나온다.
아이들도 교과서로만 공부할 때보다 신나고 재미있어 보인다.
정보를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또 다른 정보를 소비하고 활용하는 총체적 활동에
직접 참여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종합적인 사고력도 발휘해야 했을 것이고,
협업의 맛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영상을 제작하기에 좋은 도구나 장비에 관한 내용도 유용하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영상 제작이나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혹은 그들을 끌어들이고 함께 하기 위해 노력했던 장면을 논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학생이 소인수여서 그랬을까? )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특히 이렇게 대단히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수업을 하는 경우,
몇 명의 친구들만으로 '멋진' 수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과물은 화려하고,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글씨 예쁘고, (후기 남길 때 완벽하다)
똑똑하고 (뭐든 다 할 수 있다)
말 잘 하는 (영상제작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
센스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인
단 몇 명의 아이들만이 수업을 주도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상황 가운데 역할을 재분배하고, 아이들끼리 협력하고
함께 나가며 배우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먼저 도전한 수업이라면
다음 도전할 수업을 위해
어려운 점, 제대로 되지 않았던 점에 대해 보다 면밀히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담겼다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우리가 가르치기도 전에
짧은 영상을 찍고
공유하고
댓글과 대댓글을 남기며 즐거워 하고 있다.
가장 앞서가야 할 것 같지만
가장 뒤따라 가고 있는 게 교육인지도 모른다.
섬마을 선생님의 프로젝트 수업이야기는
새로운 것을 찾는 본능과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잘 섞으면
의미있는 교육적 영향력이 발휘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발주자들을 위해 보다 정선된 내용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한 책으로 거듭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