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더를 불자 ㅣ 창비 호기심 그림책 10
권재원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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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이 된 아들,

전학을 왔지만 전학을 오지 못한 상황이다.

다들 알다시피 아들은 아직 학교에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개학은 했지만, 여전히 집에 머물고 있고,

친구와 새로운 학교에 대한 걱정과 설렘은 사그라 들고 있는지, 숨겨두고 있는지..

무심한척, 걱정되지 않는척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짠하다.

​

원격수업으로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있는 아들에게

일찍이 주어진 미션이 있었으니,

바로 리코더였다.

​

3학년 음악 교육과정에서 처음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휴대악기를 다루는 과업이었건만,

무심한 엄마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던!

아들이 받은 과제는

선생님께서 링크해주신 너튜브의 리코더 운지법과 텅잉을 보고

기본 음계를 연습하는 것이었다.

​

왼손이 위, 오른손이 아래

구멍을 잘 닫고

투- 하고 분다.

​

투-

투-

투-

투-----

​

내가 처음 리코더를 만난 건,

지금의 아들보다 더 어릴 때였다.

4학년 차이 나는 오빠가 있었기 때문에

오빠가 리코더를 불고 연습하는 과정을 지난하게 지켜봐야 했다.

오빠가 처음 리코더를 불던 날은 기억나지 않지만,

오빠가 리코더로 연주해주는 '에델바이스'는 명곡 중에 명곡이었다.

피아노와는 다른 음색,

무엇보다 가지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불 수 있다는 매력과

가격이 비싸지 않아

엄마가 (피아노와는 달리) 흔쾌히 오빠에게 사주었다는 점도 좋아보였다.

나는 오빠 몰래

오빠의 리코더를 후후 불곤 했다.

​

초등학교 2학년이 되자, 학교에서 선생님이 리코더를 사야 한다고 했다.

나는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 시장에 있는 커다란 문구점에 갔다.

B(바로크식)와 G(저먼식)가 케이스에 크게 쓰여 있었지만,

나는 베이지빛 지퍼 케이스가 멋진 2000원짜리 리코더를 샀다.

오빠 리코더에서 가장 불만이었던 것이 바로 파란색 비닐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집에 가져와서 케이스에 이름부터 크고 멋지게 썼다. 모음 끝을 꺾어가면서.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아무리 불어봐도 '파'가 이상했다.

손가락이 짧고 작은데다 소리까지 이상했다.

나는 리코더가 아닌 내 손가락이 구멍을 잘 막지 못한다는 탓을 하며

리코더를 불다

화를 내다

리코더를 불다

리코더를 던지다

다시 리코더를 주워다 불다

화를 냈다.

​

오빠처럼 완벽하고 예쁜 곡을 연주하고 싶었는데.

그건 오빠라서 가능해 보였다.

​

어찌되었든 나는 리코더를 완전정복(?)했고

나름 학교에 있던 리코더 합주부에서 약간의 활약을 하기도 했으니,

내동댕이 쳐진 B리코더의 항변은

이제와 머쓱함을 남기게 되었다.

​

'리코더를 불자' 를 읽는 내내

내 어릴 적 리코더와 싸우던 (당시에는 눈물겹던) 시간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 그 자체를 즐기는 것!

                                                                     

혼자여서도 좋지만, 함께여서 더 좋고 아름다운 것이 음악 아니었던가!

완벽하면 더 좋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서로를 지지하는 것이 음악이니까.

​

'리코더를 불자'는

리코더를 통해 자기만의 음악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진짜 중요한 음악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발짝 더'를 통해

리코더의 유래, 역사나 문학작품에 나오는 리코더의 모습에 대한 설명도 좋았다.

항상 만나고, 쉽게 대하지만 정작 리코더에 대해 알려주는 책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리코더가 recoder에서 왔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으니까! 나도 같이 끄덕끄덕- 오호~)

​

이제 리코더를 시작하려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어른들에게

완벽한 연주보다

서툴지만 음악을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소중한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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