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 우화 - 4천년 전 인류가 만들어낸 최초의 우화
얄와츠 우랄 지음, 에르도안 오울테킨 그림, 이희수 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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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이 끝나고 집에 가면 아무도 없었다.

혼자서 문을 열고 들어가 테이프 재생 버튼을 누르면

전문 성우가 구연해주는 '이솝우화'가 흘러나왔다.

인간이 아닌 대상을 주인공으로 삼아

인간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빗대어 쓴 이야기를 우화라고 한다는 건

중학교 때 배웠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는데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솝이 사람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그 즈음이었을까?

우화, 하면 자연스럽게 이솝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인류 최초의 우화는 <수메르 우화>이다.

4천년 전 점토판에 기록되어 있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이솝우화와 비슷한 듯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하고,

(오록스의 뿔을 가진 여우 - 이솝우화의 자랑스런 뿔이 결국엔 짐이 되어 버린 사슴의 이야기)

지금까지 읽은 적 없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한다.

(수메르 인은 개를 충직한 동물로 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개 조련사가 "이리 와, 저리 가"하면서 개를 훈련시키는 장면에서

개가 말하길 "넌 아직 나한테 뭘 시켜야 할 지 결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렇게 계속 생각을 바꾸면 내가 어떻게 훈련을 받을 수 있겠"냐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무릎을 쳤다.)

현대적이지만 왠지 점토판에서 튀어 나온 듯한 일러스트도 인상적이다.

여러번의 스케치를 통해 만들어 냈다는데,

정말로 오래된 동굴 벽이나 박물관 전시대 속 점토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삽화와 시처럼 행이 구분된 문장은

어린이들도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어 보인다.

(물론 진짜로 내용을 읽고 들어가자고 본다면, 어른들의 해석적 도움이 필요하다.

등장하는 어휘 자체도 낯설 테니,

엄마나 아빠가 이솝우화에서처럼 풀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가볍게 그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하는 형태로 경험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짬짬이 읽다보니 한 권을 읽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화라고 해서 쉽게 읽을 생각이었는데 (어린이용 이솝우화만 생각한 1인)

세태를 생각하고 요즘 내가 처한 상황에 대입하여 읽으면서

현실문제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는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었다.)

이야기만 읽어낸다고 하면 사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부담 없이 쉬는 시간에 하나,

식사 하고 차 마시면서 하나,

하루에 한 두 편 읽어가며 인류의 지혜를 넘나들어 보는 건 어떨지.

4천년이라는 세월을 지나 지금까지 온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수메르 우화>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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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나라 파란 이야기 18
이반디 지음, 모예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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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존경하는>에서 느꼈던 묵직함을

또다른 의미에서 무겁게 느끼게 한 책이었다면

이해할까?

<햇살 나라>는 밝은 빛이 쏟아지는 (표지 그림 같은) 아름다운 곳이지만

햇살 나라로 가게 된 세아를 보면서

우리는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어린이들의 현실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반지하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의 발만 볼 수 있는 방에서

요정들을 만나며 엄마를 기다리던 세아가

죽음으로 햇살 나라의 하늘 여신 아줌마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 <햇살 나라>

"너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며 다정했던 이모가 준

폴라로이드 카메라 스튜어트로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않고

나에게만 다정하지 않은

학대의 시간을 이겨내는 준이의 이야기 <스튜어트>

차별받고 마을에서 내침 당하는 마녀이지만

낯 모르는 아이를 선의로 대하는 <마녀 포포포>

현재의 안온함을 위해 미래의 더 큰 꿈을 저당잡히는 사람들로부터 도망치는 시우의 이야기

<이 닦아 주는 침대>까지.

어른들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아이들은 때로 사각지대에서 희생양이 되기도,

학대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스스로를 돕고

어린이가 어린이를 품으며 함께 나아가며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다.

반지하에 갑자기 불어난 물이 들이차면서 죽게 된 세아 곁에는

햇살 나라의 하늘 여신과 요정들이 있었을 테고,

가족으로부터 학대 당하던 준이에게는 인간은 아니지만 카메라 스튜어트가

전쟁으로 집을 잃고 산을 넘어야 하는 파란 눈의 아이에게는 포포포가 있었다.

그래서 기쁘지만

그렇기 때문에 슬프다.

'연대하다'

<햇살 나라>의 어린이들을 보며 떠올랐던 말이다.

87페이지, 길지 않은 네 편의 이야기 속에

무거운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길이만 보고 중학년 이하에게 건네려고 생각했다면,

제목만 보고 희망찬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 손을 어서 물리시길.

사고, 학대, 전쟁과 난민, 성장에의 욕구에 대해

제법 묵직하고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는 책.

<햇살 나라>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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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민주 단어 사계절 민주인권그림책
서현.소복이.한성민 지음 / 사계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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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가

물음표를 찍다가

가슴이 두근대는 밤을 보내고

책을 다시 보았다.

지금의 자유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알았다며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핑크빛 표지 위

현, 성민, 소복이는 웃고 있었다.

본디 그런 것이었다.

책이 한 권이라 다 같이 읽을 수 있도록 화면에 띄웠다.

한 장 한 장 읽어가며

그림까지 꼼꼼하게 보았다.

현, 성민, 소복이의 놀이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소중한 단어들을 거쳐

우리 생각으로 이어졌다.

함께 읽은 장면 중

기억에 남는 단어들을 적었다.

아이들의 생각은 칠판을 가득 채웠다.

이야기는 넘쳐 흘렀다.


 


 


소중하다: 옆에 있을 때는 모르지만 사라지면 아는 것

나답다: 나도 '나답게' 옷을 입고, 강아지를 키우고, 다른 사람을 남몰래 좋아하듯이, 다른 사람들도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

시작하다: 언제든지 공평한 것,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

친구: 각자 매력이 있는 *소중한 사람

상상하다: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

자기 생각이나 새로운 의미도 더했다.

나보다 아이들은 더 멋진 의미로 민주 단어를 느끼고 있었다.

우리만의 멋진 민주주의.


# 여담이지만

딸아이가 신청한 당당, 미션도 다 했는데 마지막 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하지 못했다.

만남이 끝나버린 시간에야 확인하고 울었는데..

세 분의 작가님이 총출동 했다는 이야기까지는 차마 전하지 못했다.

그 때 만났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

어제 밤 늦게,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

ㅡ 해지기 전에 들어 와라. 다 같이 저녁 밥 묵게.

서로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

울컥하다

민주 단어 뒷면에 넣고 싶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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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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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같은 막의 큐브 속에 채집된 연우,

연우는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외계인인지 무언지 알 수 없는 정체의 대상으로부터 채집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뿐,

연우는 그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알지 못한 채 혼돈 속에서 생활하다 돌려보내진다.

하지만 이미 행방불명 상태로 1년이 지나버린 지금.

서퍼가 되겠다는 해곤도

무심하기만 했던 아버지도

돌아와보니 모두 달라져 있었다.

함께 남겨진 사은품 젤리곰은 연우의 의식이 백업되었는지

연우의 마음을 대변하기 시작하고,

젤리곰 없이는 단 몇 분을 버티지 못하는 불안은

연우로 하여금 끊어내야 할 지, 계속 같이 가야 할지 결정할 수 없게 만든다.

진한 포도향으로 기억되는 큐브에서의 생활은 안온해서 불안했다면

실제가 있는 현실에서의 생활은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다.

묵직한 젤리 속에 파묻혀

나아가고 있지만 나아가는지 알 수 없고,

보이는 것 같지만 온통 굴절로 조각난 앞은 어지럽기만 한 건

큐브에서도,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였는지 모른다.

<기묘한 고양이 가장의 돈벌이>에서

고양이 꽃님이가 '그럼 내가 가장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에서 받은 신선함보다는 덜했지만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채집되어 있는지 모른다는

보린 작가의 상상이 돋보이는 작품

<큐브>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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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배달부 모몽 씨와 쪽지 대소동 웅진 세계그림책 266
후쿠자와 유미코 지음, 강방화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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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토록 사랑스러울수가~!!

<피터레빗>을 연상케 하는 따뜻하고도 아련한 그림이

읽는 내내 미소짓게 만드는 책

(제목은 좀 길다. 택배 받으면서 '이건 뭐지?' 했다는 건 안 비밀)

<하늘배달부 모몽씨와 쪽지 대소동>

아저씨 아저씨 우체부 아저씨

큰 가방 메고서 어디가세요~ ♬

를 불러봤던 1인이라 그런지

모몽씨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읊조렸다는 거~ ㅋㅋ

모몽씨는 도토리 숲의 배달부

편지와 소포를 배달하던 어느 날,

괴도,는 아니고

호랑이꼬리여우원숭이의 사건 쪽지를 연쇄 배달(!) 하게 된다.

토끼 할머니 집에서 출토, 아니고 수확 된

"꽝"당근!

밧줄에 돌돌 말린채 발명, 아니고 발견된

생쥐 오남매!

모두 '호랑이꼬리여우원숭이'라고 하는 자가 벌인 짓이다.

모몽씨는 도토리 숲 친구들이 만들어준 선물 상자를 들고

호랑이꼬리여우원숭이 집으로 찾아간다.

온통 명화로 가득찬 방

(명화 책이면서 명화에 집중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ㅎㅎ 명화울렁증 있음 유의)

그 안에서 호랑이꼬리여우원숭이를 찾을 수 있을까?

도토리 숲에서 보낸 선물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사이사이 찾는 재미, 아는 재미,

풀어가는 재미까지 다 갖춘 그림책.

<하늘 배달부 모몽씨와 쪽지 대소동> 이었다.

(혹시 이건 시리즈물...?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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