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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평점 :
젤리같은 막의 큐브 속에 채집된 연우,
연우는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외계인인지 무언지 알 수 없는 정체의 대상으로부터 채집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뿐,
연우는 그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알지 못한 채 혼돈 속에서 생활하다 돌려보내진다.
하지만 이미 행방불명 상태로 1년이 지나버린 지금.
서퍼가 되겠다는 해곤도
무심하기만 했던 아버지도
돌아와보니 모두 달라져 있었다.
함께 남겨진 사은품 젤리곰은 연우의 의식이 백업되었는지
연우의 마음을 대변하기 시작하고,
젤리곰 없이는 단 몇 분을 버티지 못하는 불안은
연우로 하여금 끊어내야 할 지, 계속 같이 가야 할지 결정할 수 없게 만든다.
진한 포도향으로 기억되는 큐브에서의 생활은 안온해서 불안했다면
실제가 있는 현실에서의 생활은 예측할 수 없어 불안하다.
묵직한 젤리 속에 파묻혀
나아가고 있지만 나아가는지 알 수 없고,
보이는 것 같지만 온통 굴절로 조각난 앞은 어지럽기만 한 건
큐브에서도,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였는지 모른다.
<기묘한 고양이 가장의 돈벌이>에서
고양이 꽃님이가 '그럼 내가 가장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에서 받은 신선함보다는 덜했지만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채집되어 있는지 모른다는
보린 작가의 상상이 돋보이는 작품
<큐브>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