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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은수를 ㅣ 텍스트T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평점 :
은빛 물결 속에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아이가 보인다.
한쪽 눈에 거미가 붙은 것인지 거미가 파고드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섬뜩한 모습에도
다른 한쪽 눈은 어딘가 새로운 세계를 보고 있는 듯도 하다.
이 아이가 은수일까?
<어떤 은수-를>은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히로시마 레이코의 소설집이다.
히로시마 레이코가 유명한 건 아마도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때문일텐데,
아이들을 위한 만화로 방영되면서 그 인기가 더해지고 있다.
(비슷한 패턴과 선악 구조로 펼쳐진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아이들은 그렇기 때문에 빠져드는 것도 있을테다.)
<어떤 은수-를> 역시 '전천당'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욕망'에 주목한다.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마음을 전천당에서는 다양한 '과자'로 실현했다면
<어떤 은수를>에서는 '은수'라는 특별한 상상의 존재로 실현한다.
'은빛 짐승'이라는 뜻의 은수. 돌의 알에서 태어나 주인이 될 인간이 바라는 대로 성장한다. 돌의 정령이라고도 불리며, 생물과 광물 중간에 해당하는 존재라고 한다. (p. 15)
거대한 부를 쌓은 세이잔이 다섯 명을 불러 모아
가장 빼어난 은수를 키운 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넘기겠다고 말하며
'은숲'이라는 가게 명함을 건넨다.
그리고 일 년 후,
다섯 명이 다시 모이지만 예전과는 같지 않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세이잔은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은수를 만난다.
부와 돈때문에 은수를 키우게 되었지만, 아름다움이라는 욕심에 사로잡혀버린 후유쓰구
부모의 의지대로만 살다 단 한 번의 자기 의지로 무기력하게 모든 것을 망쳐버리게 된 후미코
아이를 갖고 싶어했던 아내가 죽고 나서 은수를 아이로 키우게 된 데루히사
은수의 세계가 궁금하게 된 데루히코,
알 수없는 사건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게 된 데루코까지.
모든 이야기를 설계한 은숲의 주인과 그의 누나, 세이잔의 마지막 이야기가
섬뜩하게 펼쳐지면서
인간의 욕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히나와 히나>와 <마녀의 딸들>도 그 만의 방식으로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이는데
쉽고 간결한 문장, 어렵지 않은 구조, 이해를 돕는 친절함을 갖추었다.
일본 소설 특유의 분위기와 일본스러움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매력.
소설이지만 어렵지 않아서
분량에 대한 부담만 없다면 4학년 이상의 아이들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잔혹한 몇 장면을 떠올리자니, 역시, 고학년 이상의 청소년이 읽어야 할 것 같다. ^^; ㅎㅎ
긴 여름을 함께 보내기에 좋은 책 한 권,
시원한 거실 소파에 앉아
히로시마 레이코의 서늘한 판타지 속으로 잠시 다녀오는 건 어떨지?
p.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