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농장 (그래픽 노블)
백대승 지음, 조지 오웰 원작, 김욱동 해설 / 아름드리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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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친구들과 도서관 도장깨기를 한 적이 있다.

심심해서 혹은 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때여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책과 함께 보내는 그 시간에 진심이었다.

<동물 농장>을 보면,

그 날 우리가 앉아 있던 도서관의 널따란 책상이 생각난다.

책상에 비해 좁았던 도서관과 쾌쾌한 책 묵은내,

교복 치마 아래 찐분홍 체육복 바지를 겹쳐 입고 서가에 서서 진지하게

책에 관해 이야기를 했었다.

학교에 다시 가보고 싶다.

이름 만으로도 충분한 <동물 농장>이 그래픽 노블로 나왔다.

고전은 읽어야 하겠고,

(필독서 목록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데다, 수능을 보려면 그것이 몇 년 남았는지와는 상관 없이 의무가 되었으니)

몇 번 시도했지만 도통 뭔 말인지 모르겠어서

(그러니까 지금 이 이야기에서 돼지가 왜 이러는 걸까? 김비서도 아닌데)

책꽂이에는 있으나,

기억에는 없는 <동물 농장>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 읽을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영화나, 동영상이나, 카드 뉴스는 아니지만.

인간 존스의 비인간적인 대우(라기보다는 억압)에 반기를 든 동물들은

돼지 메이저의 말에 따라

인간을 내쫓고 혁명을 이룬다.

하지만 혁명의 선두에 섰던 돼지 나폴레옹은 동지였던 스노볼을 배신자로 몰아세워 농장에서 내쫓고

인간 존스보다 더한 만행으로 동물들의 노동력과 삶을 착취한다.

처음 내세웠던 명분과 일곱 가지 약속(계명)은 점차 타락해가는 권력의 입맛대로 바뀌고,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던 마지막 규칙이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대적하거나 반기를 들 수 없는 동물들은

진짜 그들이 꿈꾸었던 사회가 무엇이었는지 알지만 모른채

어디에서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가늠하지 못한 채

변질된 평등과 자유의 이상을 살아가게 된다.

전체를 위한, 권력을 위한 누군가의 희생은 왜 꼭 힘없는 이들이 감당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시민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혹은 정치를 포기하고)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며, (혹은 유아 낫 언론)

평등이라는 허울로 특정 계층을 정당화하는 것에

한숨 쉬게 되는 요즘,

꼭 1940년, 소비에트의 동물 농장이 아닐지도 모르는

<동물 농장>을 읽으며,

조지 오웰과 그가 꿈꾸었을 진정한 '동물 농장'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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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환상적인 세계 도시는 처음입니다만! 반갑다 사회야 29
서지선 지음, 지수 그림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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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학,

아무데도 가지 못했고, 갈 수 없었지만

갈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

책으로 만나는 세계 여러 도시

<이토록 환상적인 세계 도시는 처음입니다만!>이다.

우리가 함께 읽어 볼 도시는 다음 여덟곳이다.

홍콩, 타이베이, 방콕, 싱가포르, 이스탄불, 바르셀로나, 파리, 베네치아.

첫 장을 펼치면 그 도시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이 등장한다.

인구와 면적, 언어와 시차처럼 세계지리적인 기본 정보가 등장하고,

홍콩을 대표할만한 인물들이 나온다.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위인이라기 보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 대부분인 것이 좋았다.

위인전을 박제한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이 도시의 지금에 영향을 준 사람 혹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인권 향상이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주를 이루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맛있고 특색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엄마, 책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극렬히 먹고 싶다..

뷔페나 세계음식점에서 먹기만하던 음식들에 얽힌 이야기를 읽으니

다음 식사 때에는 단순히 배부르게 먹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도 가득해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어지는 홍콩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

짧은 구어체 문장,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이사이 그림과 지도, 사진을 엮어 넣었다.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여행에 다녀온 누군가가 곧 떠날 우리를 위해 남겨 놓은 비밀 노트같은 느낌이랄까?

도시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과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해두고

더 자세한 내용은 좀더 노력을 기울여서 찾아보거나,

직접 가서 볼 수 있게 해놓은

무언가 보이지 않는 치밀함이 느껴지기도!

초등학교 5,6학년 이상 세계문화와 세계지리의 입문서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어과의 주제별 발표하기의 자료로 활용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개의 도시 중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에 투표한 다음,

같은 도시를 고른 친구들끼리 모여 실제 여행에 준하는 계획을 세워 보거나,

(예: 0박 0일 파리 여행)

이 책과 같은 템플릿으로

(이 책에 나오지 않은 도시로) 내가 가고 싶은 도시를 조사하고 보고서화 한 뒤,

우리 학급의 도시들을 묶어 2편을 제작해 보는 후속짓기도 재미있을 것 같다.

책을 읽는 이유 중에 하나가 간접 경험이라고 했던가?

책을 대신하는 다양한 간접 경험의 루트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직접 경험의 빈틈을 메우고 간접 경험의 질을 높여주는 건 여전히 책인 것이 분명하다.

가볼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다녀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고,

가보지 않았지만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

그 도시만의 특색과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책,

<이토록 환상적인 세계 도시는 처음입니다만!>이었다.

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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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바, 집에 가자 달고나 만화방
도단이 지음 / 사계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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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니!

풍선껌에 들어 있던 만화책을 발견한 것만큼 기쁜 마음으로

한 화씩 읽어낼 때마다 아쉬워서 다시 페이지를 뒤로 돌아가게 만든다.

한 권 읽고 나면 독후감 쓰고 끝~ 이던 쿨(!)한 우리 딸이

요 그림과 이야기에 퐁당 빠져버렸는지

짬짬이 책을 열고, 심바를 만난다.

의자에 앉아 실실 웃기도 하고,

심각하게 페이지를 넘기기도 한다.

(아껴 읽는 중인지 독후감까지도 아끼고 있다!!!! +ㅁ+ 개학이가 오고 있다 딸,,)

아빠가 친구네에서 임시 보호하기로 하고 데려온 강아지 한 마리

미노와 미소네 가족이

심바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에피소드 방식으로 담았다.

강아지가 처음 집에 오는 말부터 심바와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이

따뜻하고도 포근하게 다가오지만,

그 뒤에 숨은, 동물들의 유기 현실이나

강아지 공장의 모습도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나의 생명과 만나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위로를 위한 대체물을 넘어서는 책임이 필요하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장면들이었다.

반려 동물로 보여지는 면만이 아니라

보고 싶지 않았던 면, 볼 수 없었던 면까지도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만화라서 읽기에 대한 부담도 적은데다

강아지를 키우는 일에 대해선 연령을 아묻따이기 때문에 ㅎㅎ

전학년에서 다 다룰 수 있는 책인 것도 매력!

어린이 동산의 '야옹이 문방구'도 기대되는 건 나뿐만일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심바와 미노, 미소네 이야기

<심바, 집에 가자>였다.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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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기억 극장 - 제1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115
최연숙 지음, 최경식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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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지울 수 있는 극장이 있다!

소중했던 추억이나 좋았던 기억을 내어 놓고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얻던 방식이 아니라

그저 기억을 지우는 것과 기억한다는 것 자체에 집중한 이야기 <경성 기억 극장>

부끄러운 기억을 지우면,

그 때를 기억하지 못하면 과연 우리는 생각하는대로 괜찮은 걸까? 라는 질문으로

읽는 내내 '기억'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1945년 경성,

덕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아이이다.

거리에 앉아 신문을 읽어주면 돈을 주겠다는 할아버지에게 신문을 읽어주다

뜻하지 않은 사고에 휘말리게 되고,

덕구는 경성 기억 극장에서 일하게 된다.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우러 오는 사람들을 돕게 된 덕구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기억을 지워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준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일본 순사의 기억 속에서 옆집 아저씨 수현이 고문 받는 장면을 보게 되고,

덕구 역시 스스로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과 그 이유를 알게 되면서

그저 하루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인생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그냥 오늘 있었던 일도 지워 버리렴. 그럼 아무렇지 않을 거야." (p.67)

덕구는 기억을 또 다시 지우고,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안온할 수 있는 삶을 선택할까?

"잘은 모르지만 기억이 길잡이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p.157)

아니면 아프고 힘들지만 기억함으로써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삶을 선택할까?

기억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

<경성 기억 극장> 이었다.

p. 160

#생각해볼거리

  •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고, 친구와 이야기 나누어 봅시다. 행복한 기억이 주는 힘은 무엇일까요?

  • 지금 기억 삭제 장치가 내 손에 있다면, 어떤 기억을 지우고 싶은지 생각해 봅시다.

  • "어릴 때 강에서 놀다가 물에 빠진 적이 있었단다. 엄청 무섭고 끔찍했어. 그다음부터는 물가에서 항상 조심했지. 그러니까 물에 빠졌던 기억이 나를 지켜 주는 길잡이가 된 거야."(p. 157) 나도 수현이 아저씨처럼 위기나 어려움의 경험이 새로운 길잡이가 되었던 경험이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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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은수를 텍스트T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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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물결 속에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아이가 보인다.

한쪽 눈에 거미가 붙은 것인지 거미가 파고드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섬뜩한 모습에도

다른 한쪽 눈은 어딘가 새로운 세계를 보고 있는 듯도 하다.

이 아이가 은수일까?

<어떤 은수-를>은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히로시마 레이코의 소설집이다.

히로시마 레이코가 유명한 건 아마도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때문일텐데,

아이들을 위한 만화로 방영되면서 그 인기가 더해지고 있다.

(비슷한 패턴과 선악 구조로 펼쳐진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아이들은 그렇기 때문에 빠져드는 것도 있을테다.)

<어떤 은수-를> 역시 '전천당'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욕망'에 주목한다.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마음을 전천당에서는 다양한 '과자'로 실현했다면

<어떤 은수를>에서는 '은수'라는 특별한 상상의 존재로 실현한다.

'은빛 짐승'이라는 뜻의 은수. 돌의 알에서 태어나 주인이 될 인간이 바라는 대로 성장한다. 돌의 정령이라고도 불리며, 생물과 광물 중간에 해당하는 존재라고 한다. (p. 15)

거대한 부를 쌓은 세이잔이 다섯 명을 불러 모아

가장 빼어난 은수를 키운 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넘기겠다고 말하며

'은숲'이라는 가게 명함을 건넨다.

그리고 일 년 후,

다섯 명이 다시 모이지만 예전과는 같지 않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세이잔은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은수를 만난다.

부와 돈때문에 은수를 키우게 되었지만, 아름다움이라는 욕심에 사로잡혀버린 후유쓰구

부모의 의지대로만 살다 단 한 번의 자기 의지로 무기력하게 모든 것을 망쳐버리게 된 후미코

아이를 갖고 싶어했던 아내가 죽고 나서 은수를 아이로 키우게 된 데루히사

은수의 세계가 궁금하게 된 데루히코,

알 수없는 사건들을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게 된 데루코까지.

모든 이야기를 설계한 은숲의 주인과 그의 누나, 세이잔의 마지막 이야기가

섬뜩하게 펼쳐지면서

인간의 욕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히나와 히나>와 <마녀의 딸들>도 그 만의 방식으로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로 끌어들이는데

쉽고 간결한 문장, 어렵지 않은 구조, 이해를 돕는 친절함을 갖추었다.

일본 소설 특유의 분위기와 일본스러움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매력.

소설이지만 어렵지 않아서

분량에 대한 부담만 없다면 4학년 이상의 아이들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잔혹한 몇 장면을 떠올리자니, 역시, 고학년 이상의 청소년이 읽어야 할 것 같다. ^^; ㅎㅎ

긴 여름을 함께 보내기에 좋은 책 한 권,

시원한 거실 소파에 앉아

히로시마 레이코의 서늘한 판타지 속으로 잠시 다녀오는 건 어떨지?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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