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월드
백승화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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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금새 읽어버렸던 단연코 페이지 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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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월드
백승화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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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화 <걷기왕>의 백승화 감독의 코믹 판타지 소설을 만나보게 되었다.

유쾌하고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금새 읽어버렸던 단연코 페이지 터너다.

이 책은 세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방귀 전사 볼 빨간>

<깜빡이는 쌍둥이 엄마>

<살아있는 오이들의 밤>



"방귀라니, 정말 방귀라니! 10톤짜리 버스를 들어 올리려면

똑같은 무게만큼의 힘이 필요하니까 방귀로 그 정도 힘을 냈다는 건데, 그럼 장내 압력이,

아니 그 전에 어떻게 내장이 터지지 않는 거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지속성이야.

혹시 장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두껍고 견고하다거나, 장내에 방귀를 압축해 뒀다가

분출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는 건가?

저번엔 버스를 떠받치고서 거의 20초를 버텼잖아.

이건 마치 태양의 핵융합바응처럼 지속적인 에너지..."

p57

"레시피라는 건 말이에요. 그러니까 평범해 보이는 물건이나

행동, 상황, 감정, 경험 같은 것들이 어떤 조건에 놓이거나,

혹은 우연히 조합될 때 발생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p204

첫번째 이야기는 방귀 전사 다홍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춘기 여고생인 홍이는 고전 설화에 나오는 방귀쟁이 며느리의 후손이라는

근본부터 심상치 않은 설정으로 등장한다.

특정 음식을 먹으면 능력치가 최대로 올라가게 되는데

바로 '방귀'가 홍이가 가진 슈퍼히어로의 필살기!

빼빼로와 복숭아 사탕이 놀라운 방귀전사로 만들게 되는 조합이라는데.

사춘기 소녀에게는 다소 수줍고 부끄러울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이기에 평상시엔 숨기고 살다가

버스 사고를 목격하게 되면서 억제된 히어로의 본능이 해제되고 만다.

두번째 이야기는 육아에 지친 쌍둥이맘 슬기 이야기이다.

엄마가 되기 전엔 세계 정복을 꿈 꿀 정도로

원대한 목표를 가졌지만, 쌍둥이의 육아로 과감히 모든 걸 접어두고

육아에 찌들린 보통의 엄마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깜빡 깜빡 증후군을 앓고 있는 그녀에게

믿기지 않을 일이 벌어지게 된다.

남편이 전기밥솥이 되어버려

레시피 조사국 조사원들이 사라진 남편을 원상복구하기 위해

레시피 찾기에 열일로 돕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신종 바이러스에 걸리면 좀비가 되는데

오이가 매개체가 되는 기가 막힌 이야기이다.

소재가 하나같이 다 신박하고 기발하다.

작가의 말에서 평범한 일상이 낮은 확률로 조합되어

신비한 일을 만들어내는 설정의 이야기로

그 우연한 조합을 레시피라고 말한다.

우연히라고 엄청난 조합을 만들어낼까 겁이 난다.

괜시리 이런 폭소가 터지는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마냥 웃을 수만 있을까 싶지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레시피의 위엄을 작가의 독창적인 세계관에서 탄생했다는 것에 놀라웠다.

웃음과 유머, 위로와 공감을 다 잡은

발랄하고 귀여운 소설을 만나볼 수 있어서 꽤나 행복하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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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남자 - 개정판 폴 오스터 환상과 어둠 컬렉션
폴 오스터 지음, 김현우 옮김 / 북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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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환상의 책>에 이어 <어둠 속의 남자>까지.

폴 오스터는 진정한 이야기꾼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주인공과 소설 속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독특한 전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좀 더 폴 오스터만의 감각이 살아있는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단 하나의 현실은 없는 거야, 상병.

여러 개의 현실이 있는 거지. 단 하나의 세계도 없는 거야.

여러 개의 세계가 있고, 모두 평행하게 진행되는 거지.

세계들과 반(反)세계들, 세계들과 그림자 세계들,

각각의 세계는 다른 세계에 있는 누군가가 꿈꾸거나 상상하거나 쓰는 거야.

각각의 세계는 하나의 정신으로 만들어내는 거라고.

p102

그 순간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이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결속의 힘, 모든 것과 모든 이를 하나로 묶는 그 힘이 신이라는 걸 이해한 거야.

생각나는 단어가 그것 하나밖에 없었던 거지.

p214



주인공 오거스트 브릴은 은퇴한 문화평론가인 70대 노인이다.

그는 전부인과 이혼 후 재혼 과정을 거쳐

암투병으로 생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이어 자신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게 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신체적 제약까지 더해져 삶의 고통이 가중되는 나날 속에서

그와 함께 살고 있는 동거인인

딸은 남편을 잃었고, 손녀마저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사망하게 된다.

각자가 떠안고 있는 상실의 아픔을 보면서

삶은 이토록 고통으로 가득한 것인가 마음이 져며온다.

아픔없는 삶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면

인생의 희노애락을 느끼고 살아가는 인간사의 다채로움이 줄터이지만

그렇게라도 좀 더 고통 속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법도 하다.

브릴은 그렇게 소설을 씀으로 자유로움을 찾아가고

삶을 버텨나갈 힘을 재생하고 있다.

육체와 정신의 고통으로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의 도피처가 되는

소설은 남은 생을 살아가는 동력이 된다.

소설 속 인물인 오언 브릭은 평범한 마술사이다.

그런데 한순간에 내전 상황에 놓인 군인으로 자신의 처지가 바뀐다.

참혹한 전쟁 상황을 종료시키기 위해서는

이 소설의 창작자인 브릴을 살해해야 하는 계획을 세우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이야기의 창시자를 죽이려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히는 발상이 아닌가.

그의 상상 속 세계는 또다른 평행 세계와 마찬가지다.

다양한 세상의 이야기를

각자의 삶에서 구현하고 있지만

모두가 하나의 선상에 놓인 듯한

신선한 전개방식과 스토리 구성이 참신하다는 생각이 든다.

브릴의 개인사를 통해 다채롭게 펼쳐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스토리를 따라 가면서

남아 있는 자들이 생존을 위한 삶을 위해

무엇을 갈망하며 사는지

그들에게서 삶은 과연 무엇으로 구원받을 수 있는지

내 삶에 빗대어 고민해보게 되는 거대한 숙제를 넘겨 받은 기분이다.

연이어 읽게 된 폴 오스터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이야기의 힘과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그의 세계를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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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 - 개정판 폴 오스터 환상과 어둠 컬렉션
폴 오스터 지음, 민승남 옮김 / 북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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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최근에 폴 오스터의 생애 마지막 작품인

<바움가트너>를 읽으면서 상실과 애도의 시간을 보냈었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삶의 여정 속에서

기억의 파편들이 남아 있다는 것으로 희망을 살피게 되는

폴 오스터만의 깊이 있는 문학적 사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에 이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으로 그의 작품 세계에 좀 더 빠져보고자

그의 책을 하나씩 찾아 읽는 벽돌깨기를 시작해보고자 <환상의 책>을 펼쳐 들었다.

차라리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으리란 마음과는 별개로,

나는 실제로 그것을 보았고 이제 그 말들과 이미지들이 내 안에 스며든 이상

그걸 담아둘 방법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날 아침에 적어둔 메모들은 내가 놓쳤을 세부적인 내용들을 기억하도록 도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그 영화가 내 머릿속에 살아 있게 해주었다.

p386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는 생각들이 있다.

그런 생각들은 너무나도 강력하고 추악하며 머리에 떠올리는 순간 정신을 타락시킨다.

나는 내가 아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내가 아는 것의 끔찍함에 휘말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고 이제 말해봐야 아무 소용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p451




비행기 사고로 아내와 두 아이를 잃게 된 버몬트 대학교 교수 데이비드 짐머.

그는 교수직도 내려놓고 암울한 현실의 고통 속에서 시름하며

무의미한 시간을 흘려 보내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티비에서 무성 영화를 보다 웃고 있는 자신을 자각하게 된다.

몇 개월만인지 그에게서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인식하는 순간이었다.

상실의 아픔을 깊이 앓고 있다가

삶이 다른 국면으로 맞을 수 있는 계기를 심어준

헥터 만은 그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존재일까.

데이비드는 헥터 만에 대해 책

<헥터 만의 무성 세계>를 집필하게 된다.

60년이 지나고 헥터 만의 아내라는 사람으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는데

앨머 그런드를 통해 죽기 직전의 그를 만나게 된다.

실종 이후의 삶이 궁금했는데

헥터 만은 은둔 생활을 하며 비루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둘의 짧은 만남 후 곧바로 목숨을 끊고 만 헥터는

유언대로 그의 영화 필름, 작업일지, 시나리오

모든 발자취를 불태워 버리고만다.

그의 영화를 연구하고 삶의 자취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헥터 만과 데이비드 짐머의 작품 속 인물인 두 인생 이야기가 오가며

중첩되는 느낌이 읽는 내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게 만든다.

기록으로 소생시킨 삶이지만

살아 있지만 이미 죽은 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복잡한 인생사에 대한 씁쓸함과 깊은 고독이 느껴진다.

데이비드가 집념처럼 쫓았던 헥터의 인생 속에서

어떤 삶의 존재 가치를 느낄 수 있었는지

조금은 도발적인 질문들을 스스로 되묻게 만든다.

비극으로 내몰린 삶에서 다시 살아갈 의미를 되찾는 듯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 또 다른 삶 속에서도

휘말리게 되는 알 수 없는 인생의 굴레를 보면

우린 끊임없이 환상을 쫓고 쫓다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폴 오스터만의 개성있는 독창성과

신비주의적인 문학의 매력이 이 작품 속에서도 빛나기에

다음 작품도 기대하면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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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와 0수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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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며 회복하고 재생하는 삶의 지속성을 깨닫게 되는 책이라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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