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오거스트 브릴은 은퇴한 문화평론가인 70대 노인이다.
그는 전부인과 이혼 후 재혼 과정을 거쳐
암투병으로 생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이어 자신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게 되는 아픔을 겪게 된다.
신체적 제약까지 더해져 삶의 고통이 가중되는 나날 속에서
그와 함께 살고 있는 동거인인
딸은 남편을 잃었고, 손녀마저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사망하게 된다.
각자가 떠안고 있는 상실의 아픔을 보면서
삶은 이토록 고통으로 가득한 것인가 마음이 져며온다.
아픔없는 삶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면
인생의 희노애락을 느끼고 살아가는 인간사의 다채로움이 줄터이지만
그렇게라도 좀 더 고통 속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법도 하다.
브릴은 그렇게 소설을 씀으로 자유로움을 찾아가고
삶을 버텨나갈 힘을 재생하고 있다.
육체와 정신의 고통으로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그의 도피처가 되는
소설은 남은 생을 살아가는 동력이 된다.
소설 속 인물인 오언 브릭은 평범한 마술사이다.
그런데 한순간에 내전 상황에 놓인 군인으로 자신의 처지가 바뀐다.
참혹한 전쟁 상황을 종료시키기 위해서는
이 소설의 창작자인 브릴을 살해해야 하는 계획을 세우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이야기의 창시자를 죽이려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니.
참으로 기가 막히는 발상이 아닌가.
그의 상상 속 세계는 또다른 평행 세계와 마찬가지다.
다양한 세상의 이야기를
각자의 삶에서 구현하고 있지만
모두가 하나의 선상에 놓인 듯한
신선한 전개방식과 스토리 구성이 참신하다는 생각이 든다.
브릴의 개인사를 통해 다채롭게 펼쳐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스토리를 따라 가면서
남아 있는 자들이 생존을 위한 삶을 위해
무엇을 갈망하며 사는지
그들에게서 삶은 과연 무엇으로 구원받을 수 있는지
내 삶에 빗대어 고민해보게 되는 거대한 숙제를 넘겨 받은 기분이다.
연이어 읽게 된 폴 오스터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이야기의 힘과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그의 세계를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