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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 브라더
케네스 오펠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하프브라더

이 책을 살펴보기 전에..
저자 케네스 오펠(KENNETH OPPEL)은
열여덟 살 때 첫 소설을 출간한 이후 수십 권의 소설을 펴내며 독자와 평단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다. 특히 〈실버윙〉 3부작과 〈에어본〉 시리즈로 놀라운 상상력을 펼쳐 보이며 찬사를 받았다. 〈실버윙〉은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1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TV 시리즈와 공연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에어본〉 시리즈는 마이클 L. 프린츠 상과 캐나다 총독 상을 수상했으며 속편인 〈스카이브레이커〉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런던타임스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가족과 함께 캐나다 토론토에서 살고 있다. 홈페이지 주소는 WWW.KENNETHOPPEL.CA이다.
역자 공보경은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소설 및 인문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더글러스 애덤스의 《더크 젠틀리》 시리즈, 나오미 노빅의 《테메레르》 시리즈, 《메이즈 러너》 시리즈,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페트록의 귀환》 《로즈메리의 아기》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루시퍼의 눈물》 외 다수가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사실 이 책을 알기 전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가족과 휴가지에서 두 딸과 함께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기에 나 또한도 그 화제 속의 이 책을 만나보게 되어 설레였다.
굉장히 두꺼운 양이었지만, 스토리 전개가 굉장히 박진감있었다.
엄마인 내가 출발점으로 해서
아빠도 딸도 함께 돌려보면 좋을 책이었다.
잔이라는 침팬지가 열세 살 소년 벤에게까지 오게 된 사연이 먼저 소개된다.
행동심리학자인 아빠는 인간만이 언어를 익힐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인지를 연구하다가
사람처럼 기를 새끼 침팬지 잔을 데리고 오게 되며 프로젝트를 연구하게 된다.
정말이지 세상에서 괴장한 가족이 되어버린 이들의 조합이 참 재미있기도 했다.
과연 어린 침팬지는 이들과 동요되어 살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웠다.
침팬지들은 인간과 제일 가까운 영장류이기도 하고
굉장히 똑똑한 동물이기에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를 줄 수 있다면 어떨지
정말 상상만으로도 굉장히 묘한 감정들이 오고간다.
다른 종에게 언어를 가르친다는게 쉽지만은 않겠지만,
벤의 아빠의 프로젝트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계속 읽어내려갔다.
인간의 아기처럼 살게되는 잔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엔 괴상해보이고 엉뚱함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정말 가족처럼 생각하는 모습이 차차 자연스러워보이면서
벤도 잔에게 스며드는 것 같아 보였다.
잔에게 수화를 가르치면서 아빠의 엄청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잔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아빠의 노고도 수고롭지만,
양육자인 엄마의 수고가 더하다는 건
엄마인 나로써 굉장히 공감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다른 종을 데려다가 자식처럼 양육한다는게 보통 일은 아니라는 걸 짐작했다.
그리고 벤의 엄마의 생각처럼
아무리 잔을 인간처럼 키워도 잔이 절대 버릴 수 없는
침팬지 고유의 특성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부분이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지능을 가진 동물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게 뭐가 잘못이라는 거지?
우린 잔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주고 있는데, 어쩌면 모든 침팬지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줄 수 있는데.
나는 이런 생각을 엄마에게 털어놓았다.
엄마는 유감스러워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생각에 동의하는 건 아니야.
벤, 우린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어,
앞으로 온갖 관심을 다 받게 될 거야.
그게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우리가 통제하진 못해.
마음의 준비를 해둬야 해.
- 책 중에서 -
잔을 가족처럼 대하고 인간처럼 키우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벤의 아빠의 태도에 대한 불편함이 늘 함께 있었다.
가족에서 아버지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말이다.
잔에게서 아버지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가 나에겐 걸림돌처럼 생각되는 부분이다.
잔은 인간이 아니다.
그런 잔을 인간처럼 키우려 했던 순수한 의도와 목적이
점점 빛을 잃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실험을 위한 데이터로 사용하려는 목적에 충실해야하고,
감정에 휩싸이면 안된다는 주변의 소리도 날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를 계속 같이 할 수 없음에 벤은 낙담하고
진심으로 잔을 동생으로 생각해 온 그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럼 잔에게 신간을 좀 더 주세요.
아직 태어난 지 1년 6개월밖에 안 됐어요.
이 연구를 수년 동안 지속할 거라고 하셨잖아요.
잔이 무슨 수로 그렇게 빨리 언어를 습득하냐고요?
일주일에 단어 두 개면 충분히 빠른 거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면 잔도 저처럼 배우는 게 느린가 보죠!
잔이 아빠한테 사랑받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똑똑해야 하는데요?"
- 책 중에서 -
동생을 사랑하는 형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까지 한다.
실제로 우리집에서 두 아이를 보고 있으면
동생 편을 들어주는 누나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벤의 감정이 잔에게서 느껴지는 감정 그대로가 솔직하고 거침이 없었다.
정말 잔은 벤의 동생이었다.
잔이 씨스턴 재단에 팔려가도록 내버려두는 처사에
잔을 인간으로 키우려 했던 자신들의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벤의 엄마의 목소리에서 그래도 잔은
적어도 벤과 벤의 엄마에게선 사랑을 받았구나란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다.
인간으로 살라고 가르치고선
다시 침팬지로 살아가라고 내치는 인간의 양면성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벤과 잔의 사랑은 너무도 순수했기에 더 마음이 아파왔다.
끝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아주 작은 부분에서도 인간다움이란게 어떤 것인지
좀 더 가치있는 것에 대한 생각과 깊은 내면을 바라보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책임지지 못한 부분에서
어떤 결과를 감당해 내야할지도 고민해보게 된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진정한 가족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