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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레이철 커스크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결혼한 나로써의 최고의 사치라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여유롭게 쇼핑하고 커피한잔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 최고의 사치라 생각했다.
사실 현재의 나로써는 아이를 맡길 수도 없을 뿐더러 날 위해 쇼핑한다는 것이 좀처럼 쉽지가 않은
평범한 엄마, 억척스러운 아줌마의 삶을 살고 있다.
때로는 이런 삶에서 도피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당장에 날 의지하는 아이와
이 가정을 꾸려나가는 내 몫 또한 너무도 크기에 쉽게 여유와 사치를 부리면서 살기가 힘들다.
책은 굉장히 현실적이면서 직선적이다.
때로는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삶을 부러워도 하면서 내 삶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아직도 난 그녀들처럼 결혼 생활이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미숙하고 힘들고 여유없는 삶을 살면서도
남편과 아이를 보면서 이겨낼 수 있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겉보기엔 정말이지 너무도 부러울 것없는 삶을 살면서도 그녀들의 삶이 참 숨차보였다.
왜 일까?
런던 근교의 안락한 알링턴 파크.
굉장히 평온해보이면서도 불안정해보이는 그녀들의 생활을 보면서 마음이 참 불편했다.
이것이 내 삶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부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갔다.
그렇지만 좀더 직시하며 그녀들의 삶을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었다.
단순히 그녀들의 하루를 다루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결혼을 꿈꾸었던 내 20대 중반의 낭만적인 생각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내 삶은 그 때 꿈꿔 온 것보다도 더 비참할 수 있다는 걸 난 몰랐다.
이상과 현실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현실을 좀 더 직시하면서 내 삶의 방향키를 놓지 않고,
남은 삶을 두려워하며 걱정하지만 말고 좀 더 유연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위로를 이 책에서 느껴본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의 의미와 지난 내 짧은 인생의 발자취를 생각하면
아찔할 수도 있지만, 먼저부터 겁내지 않고 싶다.
부딪히면서 상처받고 시련을 내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더라도 지금의 내 가정과 내 삶을 포기할 생각은 없기에
지금의 내 하루는 너무도 작은 것에 감사할 수 있음을 더 감사하려한다.
어쩌면 그 가슴은 그동안 그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일종의 보상일지도 몰랐다.
남편은 그저 그녀의 몸에 대해 의리를 지켰을 뿐이다. 그게 전부였다.
그에게 솔리의 몸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커져서 이제는 번잡한 중심가가 되어 버린
작은 마을 같은 것이었다.
새로 길이 놓이고,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사라져 버린 풍경도 있다.
그곳은 변했지만, 거기가 또한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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