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어머니의 이름으로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삶.

좀처럼 쉽지않다. 나역시도 힘겹고도 힘겨운 이 삶을 살아가면서도 행복해한다.

참 웃지 않을 수 없다.

어느 한쪽을 비율에 더 쏠릴 수 없어서 힘들어하고, 아내와 엄마의 두 역할이 버거운 나머지

혼자 지쳐 쓰러져도 당신이 행복하면 나는 그것으로 만족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너무 뜨거워져온다.

갑갑한 마음 속에 터져버릴 듯히 솟구치는 눈물이 주체하기 힘들어진다.

이것이 내가 사는 이유가 된다면, 나또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모든 걸 버리고 도피할 것이다.

가족에게서 받는 상처는 타인에게 받는 상처보다도 더 크다.

하지만, 작은 애정으로 쉽게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그러나, 타에코는 애정없는 삶의 연속에서 벼랑끝에 떨어져 혼자 날아가고파 한다.

벼랑 끝에는 그녀를 더 밀어버리는 가족아닌 가족..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그녀의 삶을 조용히 살펴보았다.

 

다이 짱이 웃으면서 내민 상자는 무거웠다. 얼음이 가득 담긴 상자였다.

그러나 들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젊은 여성들은 주부를 우습게 보지만 실제로는 그 나이 여자들보다 힘이 좋다.

오른팔에 첫째를, 왼팔에 둘째를 안고 장을 보러 다녔다.

쌀이나 배추, 우유나 등유도 결혼하고 나서는 근처 가게에서 혼자 사들고 왔다.

남편이나 딸들은 내 부탁을 들어준 적이 한번도 없었다.

.....64p

 

여자로써의 삶이 포기하면서도 더 많은 행복의 특권을 누리기에 합당하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다.

나 역시도 주부로써 살아가면서도 더 강인해지도록 부추기는 나의 삶을 거부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남자들보다도 더 강인한 아줌마..그 이전에 여자임을 잊지 말고 살길 바란다.

나보다도 더 내 가족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혼자 사는 게 살벌할 때도 있지만 가족에게 둘러싸였는데도 고독한 건 더 살벌해요.

당신도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마지막까지 성격 까칠한 도공의 이미지로 밀고 나가는 게 더 행복할 수 있어요."

.....218p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따스한 삶을 벗어나 도피라는 결과적인 모습을 봤을 땐

너무도 무책임하고 자격이 없는 여자이다 생각했지만, 내 생각이 경솔했다.

옆집 아이를 물어 죽인 포포라는 개 한마리와 집을 나간 타에코.

세상의 시선을 피해 더이상 자신을 감당할 수 없는 한계치에 다다른 그녀.

포포를 바라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타에코와 포포 역시 세상의 따가운 시선들의 돌에 맞아 상처받고 지친 그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린것이다.

시간이 흘러 혼자의 삶을 걸어갈 타에코..

상처받고 버려진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란 너무도 힘들다.

그 이전에 한번이라도 그녀를 감싸 안아줄 수 있는 말한마디라도 던져주었더라면..

그녀를 위로하고 안아주고픈 마음이 가득하다.

남겨진 내 삶 또한 서로 위로받으며 살길 바라며 무거운 마음을 쓸어내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