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와 0수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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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에 재독을 마친 <곰탕>에 이어 김영탁 작가의 신작도서를 만나 보았다.

이 책은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배경으로

다양한 상황 설정과 판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

웃음과 감동이 넘치는 소설이다.

바이러스의 취약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눠

정부는 거주지를 구분하여 격리 조치에 나선다.

세상은 팬데믹으로 혼란스러워지고

사람들은 격리와 단절로 인한 물리적 거리감이

심리적 문제까지 발생되고야 만다.

인간을 대신해 AI가 노동력을 대신하게 되면서

인간은 무한한 자유를 얻게 됨이 과연 축복일까.

무기력과 우울감으로 그 결과

자살률이 높아지게 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정부를 대응책으로 강제 근무를 도입하게 되는데

주인공 영수는 아버지의 자살로 버거운 노동 강도를 버티며 살아간다.

친족 관계 안에서 자살이 밝혀지면 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연좌제 노동 패널티'에 적용됨으로 징계처럼 노동을 떠안고 살아가게 되는 현실의 고됨이 보인다.

자살을 늘 꿈꾸는 영수는 이 선택이 쉽지 않은 것이

정부가 만든 이 제도의 피해를 가족들이 떠맡게 될 것이 우려스러워서였다.

동료 오한이 복제 인간에게 일을 대리로 시킬 수 있는 묘책을 강구함으로

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분위기는 전환된다.



몸을 창밖으로 내민 인간은 울상이지만, 다리를 잡은 인간은 웃는 얼굴 같다.

죽으려는 인간과 말리는 인간,

두 인간은 몹시 닮았다.

한 사람이라 해도 믿겠다.

대체로 한 사람이긴 하다.

죽으려는 것도 나, 말리는 것도 나.

p56

생각해보면 영수에게 자살은 나쁜 습관 같은 거였다.

툭하면 죽고 싶다는 말을 뱉었다. 매일 새로운 경험을 바라며 지루해하고,

재미있는 일 없나 툴툴거리며 심심해하고, 엄청난 하루를 보내고야 말겠다며 지쳐갔다.

하지만 흥미로 사는 게 아니었다.

재미는 오래 지속되는 감정도 아니었다.

힘든 시절을 힘들지 않게 보내는 방법은 없었다.

영수는 채워지지 않는 욕심으로 늘 부족하게만 여겼다.

돋보일 것 없는 자신의 삶을 탓하기만 했다.

대단하지 못했으니 쓸모없다 단정했다.

하지만, 도드라지지 않아도 존재하고, 부족함도 채워진 상태고, 불안함도 동력이었다.

p283-284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복제인간 0수는 그와 다르게

태어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 시도를 하게 된다.

0수가 죽지 않도록 말리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어처구니 없게도 자신의 복제인간을 통해

스스로 살아갈 이유를 되찾게 되는 과정이 그려지게 된다.

죽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영수가 0수를 돌보며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살 이유를 되찾게 되는 부분이 인상 깊게 남는다.

결국 외로움을 함께 나눌 소속감과 연대, 유대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살펴볼 수 있기도 했다.

인간 본질의 근원적 가치를

죽음의 선택지 앞에서 다시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너무 진지하지 않게 풀어가는 위트 넘치는 스토리 구성이 좋았으며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기 힘든 삶의 지속성에 대한 물음에 해답을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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