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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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붉은 립스틱, 길게 뺀 아이라인,

화려한 귀걸이가 눈에 띄는 표지 가득 위풍 당당함이 느껴지는

오시 하나의 세련됨이 사뭇 남다르게 느껴진다.

그런 그녀가 성실하고 가정적인 남편과의

결혼 생활의 전체를 뒤엎을 반전의 사연을 알게 된 건

돌연 세상을 떠나게 된 그 후의 일이다.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알게 된 충격적 사실.

유언장에 적힌 혼외 자식과 첩의 이름.

삶이 무너지는 배신감과 허무함을 어떻게 할까.

지금까지의 혼인 생활을 부정당하는 기분이 아닐까.

이건 뭐 사후 이혼이라도 해야하나 싶었다.

그럼에도 오시 하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위풍 당당함이 남다르다 싶었던 78세 할머니 오시 하나는

이 일을 계기로 삶을 다시 돌아보며

남은 생은 나답게 살아가기로 마음 먹게 된다.



오십오 년이나 함께 살아온 상대가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갑자기 자취를 감추는 것은 사라진 본인의 문제가 아니다.

남겨진 자의 문제다.

p124

아직 마흔다섯 살, 젊다.

하지만 일생은 짧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나이가 된다.

즐겨야 한다.

기뻐해야 한다.

p360

앞날이 없는 나이에 중요한 건 위장, 이것뿐이다.

꾸미고 가꿔서 속여야 한다.

나는 이제 겨울도 끝나가는 나이지만 가을로 보이도록 위장한다.

위장하면 늙은이티를 내는 걸 스스로 용납할 수 없게 된다.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둔해지는 것, 허술해지는 것, 칙칙해지는 것, 어리석어지는 것,

전부 스스로에게 용납하지 못하게 된다.

외로움을 타는 것, 동정받고 싶어지는 것, 구두쇠가 되는 것도.

손주 자랑에 병 자랑에 건강 자랑도 용서할 수 있을 리 없다.

엔딩노트도 마찬가지다.

p368

사실 노년에 대한 삶을 떠올리면

꿈과 열정, 패기와는 정반대의 쇠퇴하고 저물어가는 노을처럼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빛바랜 삶처럼 여겨진다.

나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되면

막상 무얼 이룰 꿈과 열망도 크게 없어지지 않나 싶다.

그런 나에게 오시 하나는 해방된 자유의 마음으로

종속된 삶을 벗어나 한 개인의 나로서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답게 사는게 과연 무얼까를 놓고서

한참동안 고민하는 요즘이다.

이대로 무너지고 말텐가,

살아남아 나를 증명해 갈 것인가.

선택은 나의 몫이겠지만,

적어도 해보지 못한 여러 시도들을

죽기전에 조금씩 이뤄가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도 그리 나쁠 것 없지 않을까.

나의 남은 인생의 후반부는 어떻게 그려가면 좋을지를

골똘히 고민만 할게 아니라

말도 안되게 신명나는 내 삶의 에피소드를

하나 둘 즐기고 만들어가는 것도 재밌겠다란 생각이 든다.

적어도 이 책에서 내가 만난 오시 하나는

뭐든 내가 좋다면 오케이 할 사람으로 보인다.

노화를 막을 수 없어 서글퍼만 할게 아니라

한층 가볍게 생각을 전환하면서

'남은 삶은 축제다'라는 기분으로 맘껏 즐겨도 좋다는 걸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은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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