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표지와
동양적 미학이 풍겨오는 K- 판타지 소설을 만나보았다.
1편에서는 영원한 삶을 살고 기억 또한 영원한 서주와
현생을 살아가는 연서의 슬픈 인연의 사랑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라면
2편에서는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진다.
한국 설화에 등장하는 요괴가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지만
<도깨비> 드라마를 열광하면서 보던 기억을 소환해보면
제법 익숙하기도 한 정서와 연대감을 느낀다고 해야할까.
이승도 저승에도 속하지 못한 남자의 기다긴 기다림 속에
매번 죽어 환생하는 여인이 공존한다는 것이 가슴 시리게 아프고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고통스럽기도 하며 아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다긴 시간 서점을 지켜오고 있던 남자와 여자가 잇닿은 서점.
책 무덤 속에 깃들어 사는 도깨비.
서점의 진짜 주인이자 서점의 존재와 연결된 분신의 등장으로
위험에 처한 서점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
책도깨비 역시 끔찍한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인간 세상에 회의와 신뢰를 잃은 기억으로
친구인 서주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묘한 배신감 마저 느낀다.
연주를 향한 질투심인지 악마의 속삭임인지
자신이 겪은 과거의 아픔을 그대로 투영해 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서주의 과거를 마주하게 된 연서.
갈등하는 마음의 고민이 사랑이라는 큰 마음으로
성숙하고 순수함을 꺼내 볼 수 있게 된다.
책도깨비의 오래된 인연을 보게 되면서
깊은 갈등이 해소되어 가는 이야기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어 기뻤다.
등장하는 여러 인물 중에 역병의 신, 각시 손님의 사랑이야기에 마음이 아팠고,
도깨비의 가족과 우정은 훈훈함과 큰 매력을 느끼게 만들었다.
서주와 연서, 신과 인간의 인연이 이토록 애달프까도 싶지만
애틋해서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산자와 죽은 자, 기억과 미래,
잠든 환상과 실재가 공존하는 공간인 기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서점.
길 잃은 자들의 휴식처가 되어주기도
떠도는 영혼이 머물자리이자 땅에 묻히지 못한 이야기가 될 안식처.
이 곳에서 모두의 이야기가 어우러짐과 함께
상생하며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를 알만 하다.
전작에 이어 더 애틋한 감정이 깊어진 두번째 이야기.
더운 여름의 긴 밤을 잠 못 이루며 금새 읽어낸 킬링 타임용 책이지만
오래 기억될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