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김영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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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애뜻한 슬픔을 담담히 담아낸 백영옥 작가님의 소설을 만나보았다.

사랑이 주는 달콤함이 아닌

실연이라는 아픔과 슬픔, 아련함이

감정을 파고드는 이별 후의 고통을 어떻게 감내하며 지내야할지

막막한 두려움과 외로움을 소설 속 이들을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이별은 앞으로 오는 것이다.

그러나 실연은 늘 뒤로 온다.

실연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각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고,

끊임없이 자신 쪽으로 뜨거운 모래를 끌어들여 폐허로 만드는 사막의 사구다.

p48-49

세상에 수많은 다른 언어가 존재하고 번역이 필요한 수많은 사랑과 이별의 언어가 있듯,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기약 없는 사랑에 빠지고, 출구 없는 이별에 넘어지고, 후회하고,

다시 또 사랑에 빠지는 인간이란 너무 허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p314



말 그대로 조찬 모음에 참가한 실연자들

윤사강, 이지훈, 정현정, 정미도, 한정수 등

이들이 각자의 사랑을 떠나보내는 아픔 속에서도

여전히 그 빛이 사그러지지 않음을 그려내고 있다.

내밀한 상처를 나누기 쉽지 않지만

서로가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각자의 사연 속에 헤어짐의 입장차가 있기에 이를 이해해보고

담담히 풀어가는 과정이 오히려 더 큰 공감과 위로가 된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파내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사랑에 빠지고

실연을 당하는 사랑의 굴레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어처구니 없지만 이것이 인생이 아닌가도 싶다.

불가피함을 피할 수 없기에 말이다.

주인공 사강의 사랑 이야기 속에

얽힌 이들이 그 사랑의 시작과 새로운 만남, 이별의 과정을 풀어낸 이야기 중

정수와의 이별 후 서로 상통하는 아픔을

다른 이와 나누고 성장하는 젊은 날의 실연이

마냥 아프기만 했던 기억이 떠올라 힘들기도 했지만 마냥 괴로운 것만은 아니었다는 걸 느낀다.

그땐 자책과 후회로 얼룰진 기억 때문에 죽도록 힘들지 몰라도

분명 지나고 보면 생각이 희석되어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걸

먼저 돌아가 얘기해줄 수 없기에 누구나 겪어야 할 과정인 것을 말이다.

그래서 말이지만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저 부디 밝게 웃음 지을 수 있는 여유를 좀 더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각자가 서로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공유했던 여러 흔적을

정리해나가는 담담한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기까지 한다.

실연의 고통을 삼켜내는 방식이 독특하면서도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만을 건네는 그런 뻔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실연의 아픔을 그대로 두고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도 하는 신선하고 서글픈 감정을 느끼다가도

성숙한 어른들의 묵묵한 침묵 뒤에 숨은 아픔을

볼 수 있기에 그 시린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서 좋다.

남녀간의 복합적인 감정이 얽힌 만남과 이별은 인생에 큰 가르침을 준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항상 대비하고 불행을 피하는 건 불가능한 법.

믿기 힘든 예상을 벗어나는 일들이

무수히 많기에 그 순간을 지나갈 땐 그 의미를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야만 비로소 조금씩 깨닫게 된다.

이 책이 보여준 각자의 실연이 주는 결핍된 상처와 뒤엉킨 인연의 실타래는

아마 한번쯤 경험해 본 바 있으리라 본다.

상실이란 감정의 공통된 분모를 가지고

공감하고 처연한 위로를 얻을 수 있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어

모처럼 가슴이 뛰는 기분이다.

그렇게 사랑하며 산다.

그렇게 이별하며 산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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