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명랑하게, 매일 하는 심신단련 - 소란한 세상에서 나만의 리듬이 필요할 때
신미경 지음 / 서사원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란한 세상에서 나만의 리듬이 필요할 때>

나를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 마음이 향해 있는 곳과 삶이 흘러가는 방향이

궤도에서 많이 이탈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에겐 이 모든 고민으로부터 답을 찾고 있는 시기라

이 책이 더 없이 적절한 타이밍에 만난 좋은 삶의 도구가 되어주었다.




오프라인 장보기부터 손글씨, 종이책, 그리고 어떤 날에는 영화관에 가는 아날로그 생활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기계와 맞닿은 생활을 줄여나가자 결국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화면 너머에 사람이 있어요!’ 이런 외침은 익명으로 활동하는 온라인에서는 공허한 주장이 될 때가 많다. 상대가 나를 모른다는 이유로 나쁜 인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서로를 마주하는 현실에서라면 조금 더 많은 점을 살피게 된다. 공감과 배려는 감정이입에서 출발하는데 논리와 객관성으로 무장한 기계 세상 속에서 살다 보면 무뎌지는 감각이다.

p86

생각보다 스마트폰에 많이 노출되어 살아가는 것을

의식적으로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꽤 많은 시간을 눈이 뻑뻑해질 정도로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별 생각없이 시간을 떼우는 간편하고 유익한 용도로 사용한다는 이유로

손에서 놓고 있질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아날로그의 힘을 믿고 이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정작 모순처럼 화면 너머의 세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 못하다.

의식하지 않으면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감각들을

책을 보고 외면했던 내 모습이 아차 싶어서 멀찍이 스마트폰을 떨어뜨려둔다.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한가보다란 걸

요즘 피로에 지친 내 눈 상태를 안과 검진으로 확인한 바 있기에

삶의 균형에서 중요한 핵심과 시작점이 될 수 있는 바로 이 부분을

개선하고 환기할 필요를 크게 느꼈다.

시작부터 소란한 디지털 세상과의 적당한 거리 두기를 선언하면서

차차 소개 될 작가의 삶의 질서들을 따라가는 설렘을 느끼며 책에 몰입했다.

불안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확실히 나에겐 기쁨이 결핍되어 있다. ‘다 해본 일이라서 설레지 않아’가 중년 감정의 기본값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영화관에서 평소와 달리 차를 마시거나 참지 않고 마구 울며 시간을 보내니 훨씬 즐거웠다. 단순한 기쁨이다. 성취에 얽매여 성장, 또 성장을 외쳐봤자 거기까지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운도 따라줘야 하는데 갈망은 이와 상관없이 홀로 커지기만 할 때가 많았다.

기쁨을 자주 느끼고 또 쌓아간다면 삶에 주어지는 여러 과업을 놀이라 여기게 될 테고 결과를 연연하지 않고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거라는 생각이 스친다.

p178-179

계획적인 성향을 가진 나에게 불안이란 감정은

늘 나와 함께 공존하고 살아가는 핵심 감정처럼 가장 센터에 위치에 있다.

안정감을 유지하기 위해 불안의 변수들을

온몸으로 막아내기 위해 불필요한 계획까지 끌어들여

불안을 더 가중시킬 때가 많아 이따금 번아웃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같은 반복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급기야 걱정과 불안에 휩싸인 삶은 결코 행복하고 즐겁기 어려웠다.

단순한 기쁨을 회복해 가는 시간이 나에게 맞춤 처방이었다는 걸

늦게나마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기쁨을 외치고 추구하면서도

기저에 깔린 불안을 완전히 없애기란 불가능해보인다.

즐거움을 느끼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

강박적인 불안이 더 자리를 차지하고자 머릿속을 헤집는다.

나또한 영화 <인사이드아웃 2>의 ‘불안이’를 보면서

마치 내 상태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음에 놀랍고 슬펐다.

지금 나의 지배적인 감정이 불안이기에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벌써부터 걱정하고

항상 대비해야 할 상황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넣고 있는터라

생각을 환기할 거리들이 필요하단 생각을 늘 한다.

결국은 내려놓고 보면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그리 염려할 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데

혼자서 발을 동동 둘리며 염려했던 마음이 꽤 시간과 체력과 돈을 낭비한 꼴이었다.

낙관적인 자세를 가지고 긴장된 삶에서

조금 벗어나 삶의 여백들을 채우기보다 그대로 두면서

작은 기쁨들을 찾아가는 연습들이 필요해보인다.

신미경 작가님이 건네주는 삶의 균형과 리듬으로 살아가는 법이

소란한 내 마음을 정리하고 단련하는 좋은 위로가 되어줘서 감사하다.

건강한 루틴들을 체득해가는 과정과 필요성을

먼저 실천하고 경험한 바를 들려줌으로써

애쓰고 힘주어 살아가는 나에게 다정한 구원처럼 다가오는 친절하고 고마운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