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리는 것들은 다 귀여워 - 웅크림의 시간을 건너며 알게 된 행복의 비밀
이덕화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완전하지 못한 나에게 찾아오는 불안감은 늘

내 삶에 상주하고 살아가는 존재다.

너무 겁먹지도 너무 두려워하지도 않으면서

덜 불안할 수 있도록 마음의 방향을 천천히 돌려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나에겐 매번 색다른 발견을 선물해주는

좋은 책친구가 있어서 깊은 감정에 빠지지 않고

이따금 즐겁기도 이따금 기쁘기도 한

마음의 감동을 일으켜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웅크리는 것들’

죽은 듯 가만히 있어보이지만

매일 사투하며 버티며 살아가는 삶의 흔적들이

이곳 저곳에서 발견하는 재미를 책 속에서 발견한다.

자극적인 요소 하나 없는 무해한 책 속에서

잔잔한 위로와 쉼을 얻을 수 있어서 꽤 기분 좋은 시간을 가졌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웅크린다. 생존을 위해, 발현을 위해, 도약을 위해 각각의 웅크림의 시간을 가진다.

식물은 씨앗 때부터 웅크리고 있다가 흙과 물을 만나면 싹을 틔우고, 성장하며, 생명력을 한껏 뽐낸다. 그러다 일정한 때가 오면 다시 다음 철을 위해 몸을 웅크린다. 추위에 약한 이파리에서부터 에너지를 거두어 안으로 에너지를 모은다. 그렇게 감당해 내야 할 시간을 거친 후 다시 각자의 철이 돌아오면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터트린다.

사람도 그렇다. 고난이 오면 내면 깊이 에너지를 수렴하며 웅크린다.

p52-53

“우리 부모님을 닮았지만 업그레이드된 버전이야.”

걸어가야 할 인생이 많이 남았기에 부정적인 과거에 얽매이면 나만 손해니까. 부모님 세대보다 한발 나아간 삶을 살아 보려 하는 것이다. 구겨진 마음을 그렇게라도 말하면서 펴 보는 것이다. 아빠가 자신의 연약함 속에서도 우리에게 주려고 했던 것, ‘아빠의 정원’에 대한 좋은 기억을 큰 유산으로 여기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p84

영화가 끝날 때쯤 그녀는 길에서 얻은 깨달음을 독백한다.

“슬픔의 황야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후에야 숲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찾아냈다. 내 인생도 모든 생처럼 신비롭고 돌이킬 수 없고 고귀하다. 진정으로 가깝고 현재에 머물며 진정으로 내 것인 인생. 흘러가게 둔 인생은 얼마나 야성적이었던가.”

한 때는 소중한 인연이었으나 이제는 그 인연의 수명이 다하여 보내 주어야 하는 것들을 마음에서 놓아 보내 줄 때 비로소 우리는 셰릴이 말한 것처럼 이 귀한 인생을, 진정으로 가깝고, 진정으로 현재에 머물며, 진정으로 내 것인 인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p216

삶의 작은 온기가 모여 하루 하루 빛나게 살아가는

작은 일상의 이야기가 참 좋다.

이 책도 그런 결의 책이라 나에게 어둠을 밝히는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게 만든다.

때라는 것이 정말 있나보다.

그렇게 바라던 바들이 이뤄지길 간절이 원하고 바랬건만

결국 가닿지 못한 마음과 결과 앞에서 주저앉아 울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나에게 봄날은 사치처럼 여겨지고

마음의 셔터를 내리고 깊은 동면 상태로 빠져드는 우울한 시간을 보냈었다.

긴터널의 끝에 밝은 빛이 닿을 수 있을까 싶은

좌절과 절망 속에서 마음이 잔뜩 겁을 먹고 웅크렸다.

지나고보면 이 시간이 필요했음을 증명할 때가 온다.

함께 지나온 시간과 계절 속에서

나와 맞닿아 있는 가족과 소중한 이들이

곁에 머물러 있었다는 감사를 깨닫고서

작은 움이 트더니 좋아하는 데이지꽃이 만개한 모습을 보면서

다시 봄이 오는 노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농장에 피어있는 작물과 꽃들을 잘 가꾼

누군가의 수고와 정성이 참 예뻐 보이고,

소꿉 농사를 통해 세상을 자신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것이 새삼 부럽기도 하다.

분명 필요했을 시행착오가 결코 값없진 않음을.

피고 지는 생명의 움트는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 보내고 싶은 응원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어 마음이 흐뭇해진다.

누구에게나 결핍은 존재한다.

그 흔적이 삶을 더 강인하게 만들기도 하고

부지런히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양분이 된다는 것에 두 말 할 것도 없이 동의한다.

뜨거운 여름 볕에 지지 않고

무성하게 꽃피울 꿈을 나도 응원한다.

‘웅크리고 있어도 괜찮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