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송사리 하우스
기타하라 리에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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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게는 가족이 있다. 혈연관계는 아니고 말로 확인한 적도 없지만 확실히 이곳에 있다.

p246

각기 다른 개성과 성격을 가진 20대 여성 4인이 만나

한 집에 모여 살며 가족애를 느끼게 되는 따뜻한 힐링 도서를 만났다.

도쿄 중심에 있는 빨간 지붕의 단독주택.

현관 밖 항아리 안에 송사리 몇 마리를 보고서 지은 이름이라 그렇게 불린다.

문제는 이 집이 재개발 위기에 처해 있어서 1년 뒤 퇴거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해 버린 것이다.

집주인 유즈를 필두로 하루카, 나치, 가에데.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사는 이 여성들이

이곳에서만큼은 자신들의 고민을 이야기 나누고 위로받게 된다.

운명의 상대를 늘 꿈꾸지만 사랑이 그리 쉽지만은 않고,

여전히 사랑을 원하는 하루카.

무명 배우인 나치, 커리어우먼 가에데. 가족사에 얽혀있는 유즈까지..




꿈 많은 청춘이라고 하지만 확실한 것이 없어

불완전한 이들은 한치 앞도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의 모호함을 두고

불안하기도 기대하기도 하며 엎치락뒤치락

울고 웃으며 그네들의 청춘을 불사르며 산다.

비록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진 않아도

송사리 하우스에서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준다.

그녀들만의 진한 우정과 각별한 마음을 나눌 수 있던 사연들이

꽤 인상깊게 남아 있고, 한 때를 추억할 수 있어서 기분이 묘했다.

나 역시 고민 많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하루 하루 살던 20대를 회상해보면서

그땐 그랬지라며 농담으로 가볍게 넘길만한 문제들도 끙끙 앓고 힘들어했던

내 작은 나를 추억할 수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살지만,

어쩌면 그들이 떠안고 있는 문제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비슷하게 느끼고 고민하고 있는 바가 아닌가 싶다.

세월이 지나도 그 본질은 크게 벗어날게 없는 문제랄까.

사랑과 연애, 결혼과 일…

대립되는 마음 속에서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20대.

딱히 무언가를 이룬것이 없어서 더 막연했던 현실 속에서

이상과 부딪히면서 많이 울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과 용기 덕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을런지도.

미래의 내가 그 때로 돌아가면,

좀 더 실패해도 괜찮다고, 언젠간 잘 될거라는 걸 얘기 해주고 싶다.

책을 보면서 더 그런 마음으로 청춘의 건배사를 외치고 싶어진다.

그 걸음 걸음 속에서 함께 했던 소중한 인연과 관계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었음을 지금 나는 안다.

수많은 실패 속에서도 부디 길을 잃지 않고

부딪히며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손을 놓지 않고 즐겁게 그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송사리 하우스는 그녀들에게 바로 그런 아늑한 안식처가 아니었나 싶다.

‘여기, 입주민 한명 더 추가 지원합니다!‘

인간이란 망각의 동물이다. 즐거웠던 기억도,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다. 물론 모든 것을 잊는 건 아니지만 완벽하게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순간도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 덕분에 살아갈 수 있는 거다. 제아무리 깊은 슬픔에 휩싸여도 인간이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건 ‘잊는다’는 기능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p68

그래, 나는 다시 한번 최고가 되고 싶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다시 한번 그 반짝반짝 빛나는, 뜨겁고 열띤 감각을 맛보고 싶다. 그때가 인생의 정점이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금 궤도에 올라 있는 걸음을 멈추고 싶지 않다.

결혼이 두렵다. 결혼해서 환경이 바뀌는 게 두렵다. 회사 내에서 내 위치가 바뀌는 게 두려운 거다. 결혼하면 자연스레 아이를 낳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다양성의 시대 어쩌고 하지만 결혼은 곧 출산, 그리고 엄마가 된다, 라는 사회적 통념은 다들 입 밖에 내기 거려하면서도 모두의 머릿속에 단단히 들러붙어 있다. 그러한 사고방식은 고루하네, 난센스네, 하고 취급하는 것 자체가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엄마가 된다는 건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 싫어도 반드시 걸음을 멈춰야 할 때가 온다는 것이다. 분명 회사 사람들은 “언제든 돌아와요.”,“당신 자리는 비워둘 테니.” 어쩌고들 하겠지만 말 그대로 내가 딱 맞게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기다려 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게다가 출산을 마친 나는 이전 사이즈의 자리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체형적으로도, 골반은 벌어지고 만다. 다시 돌아갈 순 없을 것이다.

p143

모두 저마다 각각의 인생이 있다고 생각하니 신기하다. 즐거운 듯 웃고 있는 여중생 그룹도, 젊은 남자아이들도, 엄마들도. 인생이 있다는 건 제각기 고민도 있다는 것일 테지. 저 어린아이들에게도 작은 몸 나름으로 분명 고민이 있다. 그리고 긴 인생을 살다 보면 두 번 다시 웃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되는 밤도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모두 살아간다…….

p197-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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