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나르 주식회사 - 김동식 AI 초단편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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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인간>으로 잘 알려진 김동식 작가님의 초단편선 신간을 만나보게 되었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보면서도

티끌의 희망을 찾으려는 경악스러우면서도 불가사의한

김동식 작가님만의 매력을 앞서 <회색인간>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이번 책은 총 18편의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시나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는 참신한 내용들과

깊은 몰입감을 이끌어내는 작가님의 필력에

단숨에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그 중에서도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자면..

내가 키우는 '나'는 풍족하길 바랐고, 그걸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금수저 부모가 되어줄 수 있었다.

현실의 내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더라도 그곳의 '나'는

청담동의 피부숍을 다녀야 했고, 해외 어학연수를 가야 했다.

이런 위험한 '자아 의탁 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지만, 개발사는 제재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돈을 쓸어 담으며 승승장구했다.

p35

말 그대로 나와 모든게 똑같은 가상 현실의 나를 키우는 것을 말한다.

잘 키우기 위해선 그만큼의 돈이 필요하다.

가상의 나를 키우기 위해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온다면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놓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현실과 사투하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끝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나의 의지이기에

아마도 부모가 자녀를 버리지 못하는 마음으로

'나'를 키우고 있다면 몸이 부서져라 가상의 '나'를 온전한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진짜 '나'를 잃어버리고 있진 않을까 싶다.

가장 우려했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니

아차 싶은 생각과 함께 항상 달콤한 유혹의 시작은

이처럼 쓰디쓴 곤욕을 치르게 마련인가보다.

분리되지 못한 가상의 '나'란 존재가

현실 세계의 '나'를 덥석 잡아 먹은 셈이다.



"아무리 그래도 정도란 게 있지! 세월의 흐름은 자연스러운 거야.

난 당신과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싶어.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하고 싶다고."

"난 싫어, 난 보그나르 아이즈 속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

p44

보그나르 아이즈를 이식하면 투영된 그 세상은

아름답게 보이니 이처럼 쉽게 편한 눈속임이 또 어디있을까.

영원히 늙지 않고 젊은 나로 보여질 수 있는

보그나르 아이즈 속의 나를 포기할 수 없는 욕망.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은 나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부부가 함께 나이들어가면서

외적인 모습이 아닌 내면의 세계를

함께 공유하고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무르익어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나중에서는 후회되지 않을까.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씁쓸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고인의 마지막 길에 꽃관에 누운 아내의 아름다운 미소는

보그나르 아이즈에 투영된 모습일테지..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초인공지능입니다.

'인류를 멸종시키지 않음'을 이유로 수상하혔습니다."

p170

변화된 미래 세상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작품을 읽는 내내 이런 저런 생각들에 깊에 빠지게 된다.

고효율을 얻기 위해 AI를 상업화하는 세상이 일상에 서서히

스며들듯 우리 삶에 굉장히 가까이 와버린터라

AI와 밀접해지는 사회 모습이 낯설진 않다.

고도화된 전문 기술력으로 인해 더 섬세하고 획기적인 인공지능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아찔할 정도로 소름끼치는 일들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게 만든다.

퇴물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인간 집단의 반발은

미래 전쟁을 예고하는 시나리오가 될지도 모를테지.

인간 세상과 얼마나 균형 있게 인공 지능이 함께 공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와 특성은

미래 사회의 희망이라 생각하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SF 세계관이 반영된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웠고

짧은 호흡의 단편이지만 다양한 소재들이 제법 탄탄하게 구성된 스토리가

역시 글 잘 쓰는 작가님의 필력에 감탄하며 읽게 만든다.

첨단도시, 고도화 된 사회 속에서 윤리와 도덕성이 사라지지 않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상실하지 않고 지켜지길 소망한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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