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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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멈춰버린 일상과 큰 변화를 우린 직접 경험하고 느꼈다.

팬데믹으로 적지않은 고통과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적인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었는지를

제대로 깨닫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시간은 흘러 다시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게 되면서

지금 이 책을 조우하게 된 기분이 참 묘하다.

얼마 전 지난 우리의 일상이지 않은가.

이런 디스토리아적인 소설 속 모습들이 낯설지 않아 놀라웠다.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소설을 쓰지 않는다.

나는 소설을 쓰고 있다. 따라서 나는 희망을 가져야만 한다.

p220

시간이 지나가는 건 삶이 지나가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도 한 방향으로 빠르게 흐르고 붙잡거나 멈출 수 없다.

p249

우리가 사는 이 반(反)진실의 시대에, 갈수록 노골적인 위선이 판치고 이야기는

현실을 왜곡하고 모호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의 역사와 성찰을 담은 문학일지도 모른다.

p288-289

팬데믹으로 봉쇄된 뉴욕에서 지인의 앵무새 유래카를 돌보게 된

독거노인이자 소설가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텅빈 거리를 산책하면서 보여주는

사회적 단절감이 너무 극명하게 대비되어 기분이 묘했다.

독거 생활을 벗어날 수 있었던 앵무새와,

먼저 앵무새를 돌봐주던 대학생 베시가 갑작스레 돌아오게 되면서

불편한 동거의 시작이 베치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서로가 필요를 채워주는 관계로 차츰 스며들게 된다.

주변인들과 함께 하며 따스한 봄의 기운을 느끼는 것에서

안도감과 함께 꿈꾸었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우린 이 평온함도 얼마나 오랫동안 갈까란 불안 속에서 산다.

그럼에도 그 깨지기 쉬운 일상 속에서

난 얼마나 주어진 삶을 감사하며 살 수 있는가를

또 다시 되새김질하며 스스로를 시험하게 된다.

너무 당연하기에 쉽게 잊고 산다.

불확실한 미래, 예측 불가한 인생임을 알고

당연했던 것이 얼마나 당연하지 않았던 것인지를 다시금 일깨우게 만든다.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예리한 시선과 삶과 예술의 문학적 독백이

소설과 에세이 어디쯤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덕분에 책 속에서 만난 오스카 와일드, 버지니아 울프, 아니 에르노 등

다양한 작품들을 찾아 읽어보고픈 연결 고리를 만들게 해줌으로

또 다른 재미와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불확실함 속에서 완전하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봄을 기다리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문학의 힘은 삶의 큰 선물과도 같다.

그 길을 친절히 안내해주는 책을 만나게 되서 기쁘다.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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