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프라하 도시 산책 시리즈
최유안 지음, 최다니엘 사진 / 소전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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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함께하는 도시 산책



낭만의 도시이자 소설가의 도시 프라하.

그곳에서 카프카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프란츠 카프카가 타계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

그의 짧은 생애에서

불꽃처럼 사유했던 철학과 지성에 또 한번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껴보고자

프라하라는 도시에서 카프카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했다.




언젠가 한번쯤 프라하를 여행하게 된다면 카프카 박물관에서

그의 초판본 원고와 편지를 보고 공간 안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카프카의 전시 코너를 둘러보며

그 비장한 기운을 느끼고 싶었다.

카프카의 연인들과 서로 나눈 편지들을 보면서

그의 사랑 일대기는 꽤나 아가페적인 사랑을 그린다.

사랑을 하는 일이 그에게선 자신의 삶의 질서와 균형을 깨어버리는 일이었을까.

그의 사랑 이야기에 궁금한게 아직은 많아서

그곳에서 그의 삶의 기록들과 작품들을 마주하며

사랑의 일대기와 그의 삶을 사유해보고 싶어진다.

문학을 생의 전부로 알고 살았던 카프카가, 문학을 할 때 가장 행복해했던 그가,

그래서 문학에 타협점이란 없었던 바보 같은 그가 내게 겹쳐 보일 때도 있었다.

그것이 어쩌면 내 모습일 테니까.

그러니 앞으로 어떤 일이 다가오더라도, 마음 깊이 나의 문학을 책임지겠다고,

그것이 소설가로서 내가 이 땅에서 할 수 있는 그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약속일 거라고.

나는 그런 다짐 비슷한 것을 하면서, 5시 45분, 트르지슈테에서 꺼져 가는 가로등의 빛을 바라보며

다시 책상으로 돌아오곤 했다.

p237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황금 골목은 완전한 관광 명소로 자리잡은 듯 보인다.

성도 아니고 마을도 아닌 복잡한 미로 속에서

그의 번민과 고뇌를 느낄 수 있는 작업실이야 말로

카프카의 마음을 그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성안에 있는 골목의 작은 집, 영욕의 세월이 층층이 쌓인 그곳을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들어갔을까.

성에 녹아 있는 역사를 상상하는 건 소설 쓸 때의 마음으로 나를 데려다 놨는데,

나는 소설을 구상할 때 그렇듯이 성안에 잠입한 탐정처럼 내 마음의 눈을 밝혀

그곳 구석구석을 보게 되었다. 성 마을이라니!

p249

이 마을은 성의 영지입니다.

여기서 거주하거나 숙박하는 사람들은 성안에 살거나 머무는 것과 같습니다.

백작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런 허가가 없거나 적어도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성>중에서)

p259

어둠에 잠긴 카를교의 풍경을 보면서 프라하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본다.

마지막 서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듯한

멋진 에필로그까지 하나도 놓칠 곳이 없는 멋진 산책길을 여행한 기분이었다.

내 마음에 잠식하고 있던 이방인의 카프카가 조용히 말 걸어주는 듯한

그 고요와 사색이 프라하 이 도시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것만 같다.



작가의 삶에서 느낄 수 있는 번민과 고뇌가

글 속에서도 도시의 풍경과 공간 안에 어울려

마치 하나가 된 풍경처럼 멋진 작품이 완성되었다.

카프카 작품에 대한 존경은 물론이고

조용한 이 도시를 사색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다른 시선에서 그의 발자취를 느껴본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다.

이 책은 프라하라는 도시 탐방이 카프카를 테마로 꽉 차게 구성 된

친절한 가이드북이 아닌가 싶다.

당장은 아니 언제가 될지 모를 막연한 여행 계획을 좀 더 앞당기는 기분으로

이 책을 읽는 것으로 작은 창 밖으로 관람을 즐기는 것처럼

책의 구석 구석을 천천히 따라 다니면서

그의 그림자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여행가들과 문학 애호가들 모두를 사로잡는 여행 에세이로서

동행하는 산책길 위에서 인간 카프카를 만나볼 수 있기를..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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