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황금 골목은 완전한 관광 명소로 자리잡은 듯 보인다.
성도 아니고 마을도 아닌 복잡한 미로 속에서
그의 번민과 고뇌를 느낄 수 있는 작업실이야 말로
카프카의 마음을 그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성안에 있는 골목의 작은 집, 영욕의 세월이 층층이 쌓인 그곳을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들어갔을까.
성에 녹아 있는 역사를 상상하는 건 소설 쓸 때의 마음으로 나를 데려다 놨는데,
나는 소설을 구상할 때 그렇듯이 성안에 잠입한 탐정처럼 내 마음의 눈을 밝혀
그곳 구석구석을 보게 되었다. 성 마을이라니!
p249
이 마을은 성의 영지입니다.
여기서 거주하거나 숙박하는 사람들은 성안에 살거나 머무는 것과 같습니다.
백작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이런 허가가 없거나 적어도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성>중에서)
p259
어둠에 잠긴 카를교의 풍경을 보면서 프라하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본다.
마지막 서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듯한
멋진 에필로그까지 하나도 놓칠 곳이 없는 멋진 산책길을 여행한 기분이었다.
내 마음에 잠식하고 있던 이방인의 카프카가 조용히 말 걸어주는 듯한
그 고요와 사색이 프라하 이 도시와 너무 잘 어울리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