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그림 읽기 - 고요히 치열했던
이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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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그림을 들여다보고 읽는 시간을

더없는 기쁨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이 한 권의 책이 주는 가치는 대단히 크다.

시간을 내서 미술관을 가서 보는 것도 좋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을 때가 많아

손쉽게 펼쳐볼 수 있는 미술서를 간간히 찾아서 보는 편이다.

작품의 해설이 그림을 더 상세히 묘사해주고 있어

배경지식이 해박하지 않은 나에겐

더없이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그래서인지 해설을 찾아 보기 위해서라도

책을 찾아 읽는 것을 더 만족하는 편이다.

여러 작품들을 유유히 감상하면서도

유난히 눈에 띄거나 마음에 담고 싶은 그림을 보면

한참 머물러 글을 읽다가 그림을 바라본다.

아직 이 나이가 되도록 두 발 자전거를 타지 못하고

여전히 배워볼 시도조차 겁이 나서 하지 못하는 나에게

장 베로, <불로뉴 숲의 자전거 별장> 그림을 보면서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 사이로

시선을 끄는 한 여인의 자전거 타는 모습이 가장 눈에 띄었다.

1890년대부터 자전거가 남녀노소의 스포츠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크게 바뀌게 되어

점점 대중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당시 무거운 드레스를 입던 여성들이

다리를 벌려 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더러 불편하기도 하고

저속하다는 시선을 피할 수 없었으나

1890년대 이후부터 자전거 타는 여인이 급증하면서

좀 더 확장된 삶의 영역과 편의를 즐겼다고 한다.

자전거가 선사한 물리적 해방감은 여성들의 자신감을 북돋아

더 큰 정치적, 경제적 해방까지 열망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혹은 그 반대로, 오랫동안 노잼 상태에서 머물러 있던 여성들의 해방 욕구가

이미 포화점에 도달해 어떤 형태로든 표출될 수밖에 없는 상태였기에

자전거라는 물리적 수단이 등장했을 때 그녀들이 누구보다 더 열렬한 수용자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p45

두려움 너머의 호기심 너머의 재미가

여성들로부터 해방감과 노잼의 쫓아주는

좋은 수단으로서 자전거가 별거 아니지만 꽤 근사해보인다.

아직 제대로 도전하지 못했던 두발 자전거의 패달 밟기에

가속도를 좀 높여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희망하는 바는 의지에 달려있기도 하니까.

당시 여성들의 권리와 용기에 힘을 실어본다.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 가장 시선이 머문 그림은

헤렛 다우의 <독서하는 노파>이다.

종교개혁은 선전 도구로서 책의 위력을 확인시켰다는 성과도 있지만,

실제로 독서 대중을 늘렸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지닌다.

개신교 신앙의 중신에서 성경 읽기가 있었다.

p83

17세기에 독서하는 모습이 네덜란드 회화에 자주 등장했다고 하는데

인쇄술은 정말 신의 선물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1517년 인쇄술이 상용화되면서 종요개혁에 이르기까지

인쇄술이 한 줄기의 빛처럼

지배층을 넘어 민중까지 확산되는 건

성경을 접하게 되면서 더 대중화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시작은 종교에 촛점이 맞춰졌지만

대중화는 더 확장된 개념에서 영역을 펼쳐갈 수 있었던 점에서 인상 깊었다.

세대와 시대를 초월해 누구나 즐길 수 있었던

책이 주는 위로와 힘을 알기에

노파의 책읽는 모습이 참 보기 흐뭇했다.

더 많은 감각을 일깨우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활자의 매력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희망과 설렘을 모두가 누리며 살 수 있기를 말이다.

근사한 글에 덧붙여진 그림과의 조화로움이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책 속에서

혼자만의 여유와 만족을 제대로 가져보았다.

분명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에 절대 공감하며

그림을 보고 사색하는 힘을 얻을 수 있어 대단히 감사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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